브렉시트, 금융허브가 영국에서 독일, 아일랜드로 옮겨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패스포팅' (Passporting) 권한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글로벌 금융허브가 독일이나 아일랜드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패스포팅이란 EU 내 어느 한 국가의 감독기관으로부터 설립인가와 감독을 받을 경우, 여타 회원국에 지점을 개설할 때 해당국 기관의 추가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권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4일 발표한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산업 변화 가능성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꾸준히 돈을 벌어들여 지난해말 금융서비스 순수출 967억 달러(약 110조 원)를 기록해 미국(365억 달러), 스위스(220억 달러), 룩셈부르크(189억 달러), 싱가포르(159억 달러) 등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글로벌 금융허브임을 입증했다.
영국은 EU 내 다른 지역에 비해 금융규제가 자유로워, 다수의 유럽 진출 금융사들이 영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유럽내 여러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엔다 카니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 후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질질 끌어선 안 된다며 빨리 시작할수록 더 좋고,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국이 EU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지 않으면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고 재차 경고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하루 전날인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목표가 확실시 정해질 때까지 EU 탈퇴 협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2017년 전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장기적인 교착상태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영국이 협상 입장을 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사진: 채널 A 뉴스 화면 캡처>
이와같은 패스포팅 권한을 통해 현재 영국은 EU 내 금융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EU와의 탈퇴협상 과정에서 패스포팅 권한을 상실한다면 영국의 금융서비스 수출이 급감해 영국 금융산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에서 패스포팅 권한을 사용하고 있은 기업의 76%는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영국은 이를 이용해 금융서비스 수출의 약 35%를 EU내에서 소화하고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영국이 패스포팅 권한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럽 사업의 본거지를 런던 등에 두고 있는 금융 기관들은 유럽 총괄 현지법인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시장 접근성이 제한되면 영국의 금융서비스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유럽지역 대표본부가 오는 9월 영국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하는 것을 최종 결정했다.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독일 법인도 함께 옮겨 이곳을 유럽 시장 공략의 중심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유럽지역 대표본부는 브렉시트 논의가 본격화했던 지난 해 말 뒤셀도르프로 이전 계획을 세웠다가 이번에 프랑크푸르트로 최종 결정해 발표했다. 독일 법인과 유럽지역 대표본부를 함께 옮기기로 한 까닭은 자동차부품(VC) 사업과 가전사업 등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프랑크푸르트가 여러모로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과 EU의 협상 결과에 따라 도이체 뱅크·골드만삭스는 독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씨티그룹·바클레이스는 아일랜드, BNP는 프랑스로 각각 EU 사업 본거지를 이전할 예정이다.
정 연구위원은 "영국이 패스포팅을 잃으면 런던 등이 지니고 있던 금융경쟁력이 분산되면서 EU 역내에 새로운 금융허브가 탄생할 것"이라며 "현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이상 독일), 더블린(아일랜드),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파리(프랑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에든버러(스코틀랜드) 등 EU 역내 7개 도시가 새로운 금융허브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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