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부패공화국 청산하고 '제 2건국' 기틀되어야
유럽 언론에서 1 년에 한두차례 접할까말까하는 국가 고위 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뉴스가 한국에서는 과거 5공화국시절 '전땡'뉴스처럼 거의 매일 단골 메뉴로 보도되고 있다.
그것도 유럽의 부정부패 액수 단위는 불과 몇 만원에서 몇 백만원 사이에 불과한 데 우리는 기본 억 단위를 껑충뛰어 이제는 수백억원 단위를 넘나든다.
특히,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 내정자들의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근대화를 지나 현대화 역사가 수출입 등 경제 도약에만 올인했던 것이 아니라, 비리 산업체,부정부패 사회이자 공화국을 양산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30년이 넘게 자행되어온 군사정권,독재정권이 장기적으로 집권하면서 만들어낸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뒤늦게나마 김영란법으로 불려온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7월 28일 합헌(合憲) 결정을 내려 오는 9월 28일부터 법이 시행된 것은 무척 다행이다.
이제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이 법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 법은 공직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민간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4개의 쟁점에 대해 모두가 합헌이라고 판단,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 시행을 놓고 요식업들을 비롯해 명절 때 주고받는 선물이 줄어들면서 유통업들과 농·수·축산업계의 심각한 타격이나 법의 집행이 몰고 올 파장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부정부패를 몰아내고 맑은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더 우선해야한다.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결정은 부패 없는 국가로 거듭나려면 무리가 따르더라도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은 국제 투명성 기구 청렴도 평가에서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에 올라 있을 만큼 부패와 비리가 구석구석에 아예 토착화되어 있다.
크고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공직 사회가 업계와 유착돼 공무원들이 법 규정에 맞게 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도사리고 있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진경준 검사장' '스폰서 검사' '벤즈 검사'처럼 업자와 공무원이 장래의 배려·대가를 염두에 두고 꾸준하게 명절 떡값, 용돈, 골프 접대, 전별금, 휴가비 등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렸다.
과도한 경조사비는 아예 합법적 뇌물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제 '김영란법'에의해 국민 모두가 그동안 익숙했던 접대나 회식, 경조사 관련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 업체 간 부정부패는 기업과 관청 사이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윤리 기준을 올리려면 오히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보완해야 한다.
'김영란법' 중에서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이 관련된 직무를 맡아선 안 되고 산하기관 등에 공직자의 가족이 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이해 충돌 방지법안' 이 통째로 잘려나간 것도 반드시 함께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도 강력한 부패처벌법을 시행해 공직자들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부정한 금품·청탁을 주고받을 수있는 뿌리 자체를 뽑아내어 사회 전체의 윤리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부정부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오른다 해도 반쪽짜리 부끄러운 선진국에 불과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인이든,국회의원이든,언론인이든,교육자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예외없이 '김영란법'을 적용하고 실천해 국민 모두가 부정부패와 결별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우리가 '김영란법'의 시행을 반드시 성공시켜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어내야만 정의롭고 완벽한 선진국을 기대할 수 있고, 한국 사회가 악취가 진동하는 부정부패 공화국이라는 치욕적인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