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찬가
며칠 전 어느 분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무슨 일일까 하며 열어보니
“본인의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이 주위 분들에게 폐가
된다면 명상을 하러 오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간 이분에게는 “세상에는 들어야 할 소리가 그리
많지 않으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명상에서는 차라리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이 낫다.
그리고 육체의 장애는 마음의 장애에 비하면 축복이다.
명상을 할 수 있는 몸과 영성을 갖춰주심에 감사하라”는
내용의 말씀을
여러 차례 드리며 격려한 바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이분이 건망증 환자가 되어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물으면 “제 귀가 잘 안 들리나요?”,
그러면 옆에 있던 다른 분은 “님의 귀가 잘 안 들리시나요?
그 사실을 잊어버려서 미안합니다” 이렇게 되도록.
이 세상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자신의 외모가 불구이거나 어디가 아픈 것, 대학을 안 나온 것, 지위와 돈이 없는 것….
특히 타인의 잘못은 자나깨나 기억해야 할 것일까요?
우리 모두 건망증 환자가 되어 누가 물으면
“제가 대학을 안 나왔나요?
제가 가난한가요?
제가 박사인가요?
누가 잘못했나요? 하십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늘의 사랑, 땅의 고마움,
타인의 잘못에 앞서 내 마음의 불구,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우리는 모두 완성으로 향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지요?
Grinee, Lee /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현재 호주 시드니 거주
grin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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