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 예술가 1 >
싸이 톰블리 ( 5 )
11. 톰블리처럼 그리고 싶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시적 언어를 지닌 깊이 있는 회화 톰블리의 작업에 대해 "그의 캔버스 안에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사건들은 사실, 우연, 궁극적 목적, 놀라움, 행위라는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이 작가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추억과 감각이 용해되어 있는 지중해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우연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평했다.
UNTITLED, 싸이 톰블리, 2008 THREE PARTS
싸이 톰블리는 우리를 그가 남기고 있는 언어들, 로마, 고대의 시 등 으로부터 어떤 이미지를 환기해내는 문화적이고 지적인 주체가 되게 한다. 그리고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환희에 젖어 있는 즐거움의 주체가 되게도 하고, 그림에 부재하는 것을 떠올리려는 기억의 주체, 또한 톰블리처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하는 생산의 주체가 되게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다양한 감상자의 깊은 참여를 유도한다. 삶의 흔적과 궤적을 스스로 지우면서도 동시에 추억해낼 수 있는 실마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유도해냄으로써 캔버스를 하나의 무대로 연출을 해낸다.
그는 늘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노니는 모습, 나무들, 광장의 사람들, 분수대, 모든 것들을 그렸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처럼 꾸밈없이 낙서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Sans Titre (Roma), 싸이 톰블리,1963
로마에서 그려진 이 무제의 그림은 무엇을 그린 걸까? 여름날, 공원에 모여 밤하늘에 폭죽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불이 난 건물에 물을 뿌리는 분주한 소방수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혹은 노란 꽃에 물을 주고 있는 멋진 미소의 정원사일 수도 있다. 그의 그림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듯하다.
이렇게 지적인 영감을 소유한 작가이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가인 톰블리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행복으로 느껴진다.
LEAVING PAPHOS RINGED WITH WAVES (III)
싸이 톰블리, 2009
Untitled (from Blooming, A Scattering of Blossoms & Other Things), 싸이 톰블리, 2007
이 작품들은 톰블리가 2007년 <Blooming, a Scattering of Blossoms and Other Things>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것들이다. 이 그림들은 프랑스의 아비뇽 지역의 갤러리스트 이봉 램버트(Yvon Lambert) 주관으로 전시되었다.
전시 당시 기괴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린디 샘이라는 프랑스 아티스트가 전시 도중 톰블리의 작품 캔버스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키스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연히 캔버스에는 샘의 립스틱 자국이 남겨졌다. 그리고 그는 경찰에 구속됐다. 여기서 샘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히 사랑의 제스처로서의 키스였다. 깊은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니다. 이는 아트의 힘이 불러온 자연적인 제스처였다."
법원은 결국 샘의 행동이 우발적 행동이었음을 인정해 4,5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런 팬까지 있을 정도로 톰블리의 인기는 정말 최고를 달리고 있다.
12. 내 자신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싶다면
재즈의 연주나 어떤 그림들은 때로 의미의 완고함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의 상태를 드러나게 해서 시간, 혹은 반응의 흔적을 여백에 새겨놓고 우리들에게 그것을 들여다 보게 한다. 재즈의 그러한 방식의 즉흥적 대화적 연주기법을 improvisation이라고 한다.
싸이 톰블리의 그림은 어떤 형태적인 단정이나 의미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어떤 회화적인 사조나 비평의 단조로운 용어도 허락하지 않는 듯, 색과 낙서, 알아보기 힘든 글자같은 것들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해서 톰블리의 그림은 그것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의 행위나 시간을 그림의 일부로 더 끌어들이고 있다.
UNTITLED, 싸이 톰블리, 1985
화단의 비평이나 사조들의 의미과잉으로부터 물러나 조용히 자신의 내면이나 시간을 들여다 보며 작업을 행하는 어느 재즈 연주가의 자세와 톰블리는 그래서 많이 닮아 있다.
이들의 작품들은 일상 속 사물의 낡은 흔적이나 손때 묻은 책상과 낙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속의 시간과 더 연관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쓰던 오래된 사소한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톰블리의 그림들은 오로지 내면의 솔직함을 마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리를 듣게 한다.
UNTITLED, (PEONY BLOSSOM PAINTINGS),싸이 톰블리, 2007
때로는 공격적이면서 때로는 우아하게, 그리고 때로는 원시적이면서 야만적인 그의 아름다운 특유의 붓터치가 잘 살아서 그의 작품들은 사로잡힘으로부터 해방된 즉흥적이고 오로지 시간으로부터 나타나는 흔적과 색채감이 새겨지는 즉흥연주로 우리들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CAMINO REAL (IV), 싸이 톰블리, 2010
최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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