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 예술가 2 - 김수자 ( 1 )
1. ‘낯섦’과 ‘낯설지 않음’을 동시게 느끼게 하는 작가
지식이 폭발하는 현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잘 모른다. 또한 현대인들은 여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지속적인 의문을 가져보지만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도 이런 질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고분분투를 해왔다.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체적 이미지와 상징적 도상들을 부활시켜 그것들을 매우 독특하고 강렬하게 다루면서 자연의 숭고함마저 불러 일으킨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의 방식이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지금은 생각과 개념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키퍼도 인간과 우주, 신화와 선사(先史), 자연과 문명, 철학과 신비주의, 중세 연금술과 고대 유대교로 관심의 지평을 넓혀 심지어 독일적 샤머니즘적 주술적 작업조차 과감하게 시도한다.
키퍼와 같이 예술과 생활 간의 대화와 신화와 역사의 상호작용에서 창조되는 긴장에 몰두하면서 우리에게 삶에 대한 ‘낯섦’과 ‘낯설지 않음’에 대한 개념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가가 있다.
오늘날 국제 미술계의 최고 작가 중 한 명인 김수자(1957-)다. 물체 자체를 오브제로 사용하면서 예리한 존재론적 통찰과 함께 즉물적 직관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 김수자는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긴 여정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2. 숨・호흡에 의해 우리 삶은 계속 직조된다
김수자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에서는 그의 예술적으로 진화되고 더욱 심화된 작품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이번 <마음의 기하학> 프로젝트가 “16년만의 박물관이나 국립미술관 전시”라고 하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재정립(redefine)”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을 통해 자기발견의 과정이 완성될 수 있다고 했던 칼융의 말처럼, 미술이란 자아와 세계의 발견과정이라 생각하는 작가 김수자는 세상과 인간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함으로써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작가다.
Needle Woman, 김수자, 2009
Thread Routes, 김수자, 2015
그는 말한다, “숨・호흡에 의해 우리 삶은 계속 직조되는 게 아닐까요?”
Mind And The World, 김수자, 1991
궁극적으로 그는 삶이 직조되는 다양한 양상을 통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엮어나가면서 우주의 보편성(universalism)을 찾기를 원한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들을 통해 회화의 평면성과 그 한계를 탐구하고 세계와 삶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그렇게 시작된 바느질과 보따리 작업, 즉, 자아/타자, 존재/비존재, 물질성/비물질 등의 관계를 그는 회화나 조각, 퍼포먼스와 비디오, 또는 빛과 소리, 설치 등으로 진화 · 확장시켜 스스로 개념화를 시도하고 있다.
Cities on the Move - 2727 KM Bottari Truck, 김수자, 1997, 2001
A Needle Woman: Galaxy was a Memory, Earth is a Souvenir, 김수자, 2014
3. 마음의 기하학 (Archive of Mind)
끊임없는 예술적, 철학적 질문들로 진화해 온 그의 바늘과 보따리 개념을 좀 더 확장하여 수직/수평, 비움/채움, 들숨/날숨, 그리고 들실/날실에 이르기까지, 추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많은 문화들 속에서 진흙(clay)을 이용한 움직임을 통해 그는 지금까지 작품들의 아카이브(archive)를 보여주고자 한다.
마음의 기하학, 김수자, 2016
(다음에 계속…)
작가 김수자에 대한 첫번째 글, ‘유로저널 최지혜칼럼10 (2015년 1월 28일 981호) “스물세 살 무렵 어느 날 꿈을 꿨어요”’을 참고하세요.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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