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까지 진출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세계무대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한국 연극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극단 목화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한국의 국보급 연출가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11월23일부터 12월9일(총15회, 저녁 7시 45 분 ,첫 날만 19:00 일요일 공연없음)까지 장장 보름이란 긴 기간 동안 무대에 오르게 돼 한국 연극계 나아가 한국 공연계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은 한국어로 공연되며, 영국 관객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자막이 함께 서비스된다.
이번에 공연될 셰익스피어의 걸작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랑이야기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금까지 우리가 서구 사회에서 즐겨 보아왔던 뮤지칼과는 완전히 다르게 단순히 그 기본 내용만 원작에서 빌려 왔을 뿐 모든 것이 새로운 창조다.
십이지 동물 가면을 쓰고 벌이는 일명 ‘맞선 잔치’. 여기서 운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작된다. 무대를 가득 채운 배우들이 국악, 탈춤, 랩, 난타 심지어 굿판까지 벌이고, 아무리 봐도 승려로 보이는 신부님도 등장한다.
색채미를 강조하는 원색 의상과 중요 무대를 연출하는 소도구로 쓰이는 커다란 천은 그 아이디어가 놀랍다. 또한 볼거리가 화려하고 원작의 비극적인 요소보다는 왠지 코믹성이 더욱 강조된듯한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상징적인 요소가 강한 공연이다.
지난 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직접 관람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 바비칸 센터의 예술감독 루이스 제프리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한국적으로 해석한 점이 좋았다'며 초청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난 40년 동안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공연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미학세계를 펼쳐온 오태석이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남녀의 비극적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국의 연출가 오태석의 필터를 통과하면서 한국적 극문법과 역동적인 몸 동작, 춤사위, 노랫가락이 더해져 흥과 신명이 녹아 있으며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면모를 갖춘 작품이다. 또한, 비극을 내면에 안고 있으면서도 그 비극에 매몰되지 않는, 즉, 강인한 생명력과 해학이 있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볍고 흥겹고 즐거우면서도 눈물이 나는' 묘한 연극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객석에 불이 켜졌을 때의 영국 관객의 표정과 반응이 궁금하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국의 아름다움과 전통이 살아있는 청각적, 시각적 즐거움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몬테큐와 캐플릿, 두 집안의 갈등을 현란한 현무도 춤사위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대사이면서도 노래인 듯한, 노래이면서도 대사인 듯한 한국어의 운율과 유려함이 살아 있으며 오방색 커튼과 대청마루, 삼태기와 청사초롱 등이 작품의 무대와 소품으로 쓰이면서 아름다운 한국의 미감과 색감을 뽑내고 있다.
한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2001년 독일 브레머 세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아시아 대표작으로 초청돼 "모든 장면들이 엽서에 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한 폭의 그림 같다'는 격찬을 현지 언론부터 이끌어 낸 적이 있으며, 2006년 1년 인도 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초청돼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고품격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오태석과 극단 <목화>의 도전과 실험 정신이 오랜 시간의 발효와 숙성의 단계를 거쳐 한국적 아름다움이 총집결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적인 깊은 맛을 내는 이 작품을 영국인들은 과연 어떻게 흡수하고 소화할까?
이는 지금 현재, 공연을 한달 이상 앞 둔 상황에서 벌써부터 높은 예매율로 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유로저널= 영국 런던 >
박승근 기자
uk@eknews.net
일자: 2006년 11월23일 - 12월9일(총15회, 일요일 공연없음)
시간: 19:45 (첫날 19:00)부터 90 분 소요 (no interval)
장소: 바비칸 센터 / 피트극장
The Pit Theatre, The Barbican Centre,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