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명은 몰락하기 위하여 번성하고 확장되었다.
문명 사회가 틀이 잡히고 질서가 세워지면 그 질서를 지배하는 권력이 생겨난다. 그 권력은 정통성과 합법성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요구하고 받아낸다. 그리고 합법성을 갖춘 자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에 의문을 표하거나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자들을 사회 불순분자 또는 재야 인사로 몰아 격리하게 된다. 스스로 재야 또는 양심세력이리고 부르는 자들도 추종자들을 늘려 합법적인 권력을 취득하게 되면 그동안 밀렸던 원한 갚기에 들어가 양심이 앙심이 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종교적인 정통성이라는 것도 먼저 자리 잡은 자들이 스스로 부여한 권위와 권력이다. 그리고 위임 받은 권력은 다수의 지지를 받은 공권력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합법성을 갖추게 된다.
법이 심판하고 재판하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자기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이 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중세에서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현대에까지 와서도 종교가 박해하는 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성서 해석의 차이나 교회에 대한 믿음에 관한 문제다.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도 예술인이나 소설가, 시인, 철학자, 종교인등이 자기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였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는 일을 자주 만나게 된다.
서양의 정신사에 크게 영향을 남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고대 수메르, 바빌로니아 법전을 통하여, 그 이후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유다이즘의 유태인들의 예수 재판과 히브리즘의 그리스인들의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통하여 이 시대 유럽을 다시 들여다 본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지역은 역사가 태동하고 역사를 만든 족속들이 발자취를 남겨 놓은 곳이다. 그 곳에서 법이 세계 최초로 기록되고 있었다.
수메르 제국과 바빌로니아 제국 시절의 메소포타미아
함무라비 법전
루브르 박물관은 그 법전 작품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901~1902년에 실행된 모르간의 발굴 작업으로 이란의 서남부, 걸프 지역 북쪽에 있는 고대 도시 수사에서 발굴하여 빛을 본 작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법전은 4100년 전 우르남무(재위 기원전 2112-2095) 법전(le code d'Ur-Nammu)이다. 우르남무는 수메르 도시국가들을 통일한다. 그리고 수메르의 문화를 부흥시키고 법치주의 국가를 세웠다. 우르남무 법전 이후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동양의 문명권에서 온 모든 법전을 완벽하게 정리하여 묶어 놓은 법전은 기원전 1750년 경의 함무라비 법전이다.
기원전 19세기 초, 전반부 현무암, 225 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수메르 법전을 발전시켜 집대성한 것이 바빌로니아 법전이라면 그 차이는 국가 발전에따라 국가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
기원전 19세기 초 아모리 왕조의 여섯 번째 왕 함무라비는 보잘 것 없는 바빌로니아를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번성하는 도시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이 왕의 이름은 조각된 법전으로 인하여 수십 세기에 걸쳐 지금까지 알려지고 있다.
검은 색 아름다운 현무암의 돌기둥으로 상부에는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Hammurabi)가 정의의 신으로서, 어깨에서 불꽃이 일고 있는 태양신 샤마쉬(Shamash) 앞에 서있는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바빌론의 신들과 성경의 상징들
수메르 제국이나 바빌로니아 제국의 신들이 그들의 일 지파였던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는 유태인들의 경전에 어떻게 묘사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성경의 유다가 자기 손에 들고 있던 값진 재산인 인장이 찍힌 반지와 지팡이를 타말에게 주는 것과 같은 상징이다. (창세기 38:18) 그리고 모세의 지팡이는 권위의 상징이 된다. (이집트 탈출기 14)
자신의 죽음의 침상에서 야곱이 아들 유다를 축복하면서 실로가 올때까지 이 지도자의 지팡이가자기 발 사이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창세기 49:10)
성경에서 태양은 신성화되지 않는다. 능력은, 권력은 비인칭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신의 창조물로 땅을 밝히는 물체다. 요시아 왕 당시 "태양과 달과 별들에게 분향하는 것을 폐지하였다". (열왕기 하편 23:5)
태양의 숭배는 금지하였지만 지중해 문명에서 멀리 동양의 문명에 이르기까지 태양이 숭배 받지 않는 문명은 없었다. 예술에 있어서도 모든 동서양의 성인들은 머리뒤에 후광을 두르고 있었다. 상징으로 자유마 진리도 태양의 빛 가운데서 나오고 있었다.
최초의 알파벳이 쐐기 문자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것은 그들이 오천 년전부터 글자를 사용하였고 함무라비 법전이 세워질 당시에는 돌에 법을 새겨 나라의 방방곡곡에 세워 놓으면 백성들이 그 법을 읽고 삶에 적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곰이 변하여 여인이 되고 그 여인이 단군 할아버지를 낳았다는 신화가 만들어지던 시절에 이들은 문자를 만들고 알파벳을 만들고 측량하는 자를 만들고 건축의 도면을 그리고 있었고 학교에서는 글을 가르쳤고 도시를 건설했다.
함무라비 법전 돌기둥의 아랫부분은 고전시기 설형문자인 아카드어 쐐기문자의 멋진 필체로 조각되었다. 함무라비 법전에 사용된 쐐기문자(cuneiform)는 수메르인들이 기원전 3000년경부터 사용했던 상형문자로, 수많은 언어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알려진 것 중 가장 최초의 문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형 문자적인 요소는 줄어들고 점점 기호화 되면서 알파벳으로 발전하였다.
함무라비 법전은 성경의 율법보다 그 이전에 씌여져서, 여러 가지 법 조항은 성경에도 삽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함무라비 법전이 기록해 놓은 조항들은 결혼, 도둑질, 계약, 노예의 신분 등 형법을 주로 다루었고 그 법은 신성한 영감으로부터 오는 것이지 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유태인들은 그 율법을 하늘의 계시에 따라 받아 적고 신의 산에 올라가서 받아 왔다고 전한다.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
법전은 서문, 본문 282개조, 맺음말로 되어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1000년에 걸쳐서 시행되었다. 이 법전은 바빌로니아 문학의 고전이 되었고 수없이 복사 되었다.
함무라비 법전의 서문은
경건하고 신을 경외하는 나 함무라비로, 법을 나라에 알리고 사악과 죄를 근절시키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지 못하게 하며 태양신처럼 나라를 밝히며 백성의 육신을 좋게하기 위하여 나를 불렀다. 나는 신이 부른 목자다.
"만약 어떤 사람을 사형에 처할만하다고 하여 고소하고도 이것을 입증할 수 없다면, 고소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 법의 첫 번째 나오는 조항은 무고죄를 말하고 있다. 요즈음의 악플을 취미 삼는 무지몽매한 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조항이다.
"사람의 집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러 온 사람이 집 주인의 물건에 눈을 돌려 취하였으면, 그를 그 불 속에 던져 넣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뼈에는 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알을 뺄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릴 것이다."
이 조항을 읽어 보면 상당히 인간의 향기가 나는 자비로운 법이다. 누가 눈을 멀게 하였는데 그의 눈만 뽑으려 하겠는가. 원한에 사무쳐 그의 목숨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누가 이빨 하나 부러뜨리면 한 이빨을 요구하겠는가. 상대방의 이빨 전부를 부러뜨려도 분이 풀리지 않을텐데 이와 같이 법은 엄정하게 인간을 생각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게 되었다면 의사의 손은 잘릴 것이다." 의료 실수에 대하여 지금의 법보다 강한 제제가 있었다. 돌팔이 무면허 의사들의 양산을 방지하며 면허가 있는 자라도 항상 생명을 다루는 자에게 경각심을 주게하였다. 하지만 의사들의 수술 기피에 관한 보완 조항이 없다.
"건축가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주인이 죽음을 당하면 건축가는 사형에 처한다. 만약 집주인의 일가족이 죽었을 경우에는 목수의 가족 중 해당되는 이가 죽어야 한다." 날림 공사에 대한 엄정함이 엿보인다.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면 두 손을 자른다." 직계 존속 상해죄를 크게 다루었다. 그 시대에 때어났다면 아들한테 매 맞을 일은 없었을텐데, 요즈음은 법과 정의와 자유의 한계가 불분명하다.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테오 bonjourbib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