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rama ... 올 것이 왔다
베르트랑 보넬로 Bertrand Bonello, 프랑스 개봉 2016년 9월 1일
20대 초반의 청년 무리가 파리의 지하철과 거리를 가로지른다. 무선전화기로 사진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각자에게 지정 된 장소를 지나고 나자 파리의 중심부와 파리 근교 라데팡스 고층빌딩에서 동시다발 폭발이 일어난다. 밤이 내리고 거사를 치룬 청년들은 파리의 한 백화점으로 모여든다. 백화점 경비 친구의 공모로 이들은 폐장한 백화점에서 밤을 보내게 되고 거리는 싸이렌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Nocturama>는 7명의 청년들이 파리 테러를 감행하는 날의 24시간을 이야기한다. 오롯이 그들의 행보만을 따라가는 이 영화의 공간에는 외부요소는 배제되어있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으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잠깐씩 등장하는 과거장면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 충분한 설명이 따르지 않는다. 인물의 정신세계나 행위의 동기해석은 보는 이의 몫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인종과 사회적 배경을 가졌지만 소외된 인간군상이라는 상징성은 명백하다. 또한 직접적 설명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아니 지구 곳곳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날 지 모르는 되풀이 되는 '폭력'이라는 명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영화가 시작하면 검은 화면에 헬기의 거친 굉음이 귀를 때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파리 중심부의 전경도 잠시, 지하철을 타고 가는 한 청년으로 옮겨간다. 카메라는 장시간 동안 7명의 청년들이 파리의 지하철과 거리를 이동하는 장면을 쉬지 않고 따라간다. 특별한 설명도, 대화도 없이 간간히 지하철의 사진을 찍고 시간을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는 인물들의 표정과 침묵이 조금씩 숨을 죄어온다. 이들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최고의 관광도시 파리의 아름다운 전경은 볼 수 없고 좁은 지하철 내부와 시끄러운 기계소리만 반복해서 들릴 뿐이다. 무언가 불안하고 스멀거리는 공포가 느껴진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좁고 밀폐된 공간으로 내몰리듯 들어간다. '테러'라는 화두로 시작한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모순 앞에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의 숨막히는 여정을 실체화한다.
이렇게 내몰린 인물들이 테러를 감행한 후 모이는 곳은 다시 한 번 외부와 단절된 공간, 사마르땅 백화점이다(영화 제목인 nocturama는 밤이 되면 야행성 동물들이 모이는 구역을 일컫는 말이다). 어둠이 내린 파리의 한복판, 모든 외부인들이 물러간 이 밀폐된 공간에서 소통의 장치는 사라지고 그들은 황홀한(?) 소비시대의 상징인 '백화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 스스로를 가둔다. 영화의 2막이 시작된다. 백화점 안의 밤은 그 실질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하룻밤의 꿈 같은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다. 고급스러운 물건들은 마음껏 소비하는 그들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인간의 채취가 사라진 공간에서 한 인물이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힌 마네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가수처럼 무대재현을 하는 또 다른 인물의 립싱크 장면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어느 것도 이들 자신의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복제와 흉내에 불과하다. 이들이 느끼는 질식할 것 같은 절망이 처절하게 다가온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엄격한 의미에서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명명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듯하다. 거대한 사회모순에 맞서보려고 애쓰는 항거의 기운이 감돈다. 인물들이 표적으로 삼은 테러장소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테러의 폭력성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습적 체제에 순응할 수도 없고 극단을 택하고 싶지도 않은 그들의 출구 없는 선택을 어찌할 수 없는 감독의 안타까운 시선일 것이다.
보넬로감독이 <Nocturama>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은 파리연쇄테러가 있기 훨씬 전이라고 한다. 영화적 직관이 미래의 일을 예상하는 것이 그리 드물지는 않다. 표면에 드러난 '젊은이들의 테러모의'를 통해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테러'도 '청년'문제도 아니다. 인간을 점점 괴물로 만들어가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영화 속 테러 장소가 되는 정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무부, 거대 자본을 대표하는 라데팡스의 고층건물(이름 또한 Global) 그리고 카톨릭교회 성인 쟌 다르크 동상이 가지는 중의를 간과할 수 없다. 영화 후반부, 잠시 등장하는 싸이렌 소리만 가득한 텅 빈 밤거리의 한 외부인(또래의 여자)이 내뱉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라는 한 마디는 비극적 현실에 마비되어 무심해져 가는 우리의 신경을 깨운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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