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전시 - 한국의 비엔날레(Biennale) 축제 3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3. '광주비엔날레' 1
'광주비엔날레 2016'는 현대미술의 상업적 흐름에서 벗어나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되묻는 자리로 기획된 창설 22주년을 맞은 현대미술의 축제다.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건강한 민족정신을 존중하며 지구촌시대 세계화의 일원으로 문화생산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모색해 왔던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하고 한국 미술문화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한편 광주의 문화예술 전통과 5ㆍ18광주민중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광주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창설된 것이다.
미디어로 특화된 서울 비엔날레나 거대한 주제 아래 아방가르드 미술의 역사를 보여준 부산 비엔날레에 비해, 국내 비엔날레의 원조격인 광주 비엔날레는 이번에도 광주의 역사성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시도와 함께, 미술의 본질을 묻고 압도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한 전시보다는 전시기획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술과 인간, 예술과 사회와의 다양한 소통과정을 중시한다.
이번 전시 주제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WHAT DOES ART DO?)'이다. 예술의 근본적 역할을 재확인하고 예술의 상상력과 미래와의 역동적인 연계성을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이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예술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탐구와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2016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 (The 8th Climate)'는 '12세기 페르시아 철학자에 의해 착안되었고,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앙리 코르뱅(Henri Corbin)에 의해 체계를 갖춘 용어로 상상의 세계(imaginal world)'라는 뜻이다.
스웨덴 출신의 예술감독인 마리아 린드는 "제 8기후대는 현실에 없는 예술만이 펼쳐내는 상상적 세계와 공간이다. 이것은 작품에 개입하는 것, 중앙무대로 다가가는 바로 이 특정한 방식을 통해 미술을 위치시키는 것을 하나의 포부로 품고 있다. 이것은 기술 그 자체의 관련성에 대하여 재활성화하거나 가속화한 이해와 연관된 미래의 행위 주체성에 관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총감독 마리아 린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등지에서 37개국 작가 120명의 작품 252점을 선보이는 이번 비엔날레에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오프닝 퍼포먼스와 예술에 대한 단상을 관객과 함께 즐기고 의미를 공유하는 퍼포먼스인 주제 공연, 포럼, 시민 참여 프로그램,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과 기념전, 포트폴리오 리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2011년 광주평화연극제에서 '망각'을 연출해 수상한 반무섭 씨가 맡았던 개막식에서 문화 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 캐롤린 크리스토프-바가이예프 제13회 카셀 도쿠멘타 예술감독, 샐리 탈란트 리버풀 비엔날레 대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멜리사 추 허쉬혼 미술관 관장, 마미 카타오카 모리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이자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 등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또한 2011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참여작가이자 2010상파울로비엔날레 참여작가인 도라 가르시아와 2003베니스비엔날레와 2012카셀도큐멘타 참여작가 왈리드 라드, 2010베니스건축비엔날레 참여작가이자 독일의 대표적 작가인 미하엘 보이틀러 등도 참석했다.
1) 66일간(9월 2일 - 11월 6일)의 대장정
66일간(9월 2일 - 11월 6일) 대장정의 광주비엔날레는 참여작가의 25%가 광주 현지에서 역사성에 주목하거나 지역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신작을 제작했다.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도라 가르시아, 2016
이것은 역사성에 주목한 도라 가르시아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항쟁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을 재현한 설치 작품이다.
그가 매듭(knot)이라고 설명한 이 곳은, 5.18 광주 항쟁이 배양되고 부화한 곳이다. 여성들이 폭력과 잘못된 정보에 대항하여 조직하고 자율 관리를 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뉴스가 배포되었고, 시체들이 뒤덮었고, 사람들이 애도했던 곳이자 책들이 팔리고, 토론되고 읽혔던 서점이었다.
픽션과 논픽션, 잡지, 포스터 더미 사이에 새로운 가상이지만 기능을 갖춘 녹두에서, 우리는 반란이 일었던 시기의 학생 시위 중에 발견되어 지금은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 수집되어 있는 그 시대의 필수 서적들과 시민들의 레플리카를 만나 볼 수 있다.
Daein Sausage Shop(대인 소시지 가게),
미하엘 보이틀러, 2016
이것은 종종 막연하고, 유동적이지만 특별하고 독창적인 DIY 정신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하엘 보이틀러의 작품이다. 대인 소세지 상점은 보이틀러가 과일망으로 종이를 "종이 소세지"로 재활용하도록 만들 여러 개의 나무 기계를 만들어 놓은 대인 시장 안의 워크숍이다. 과일망 안에서 종이로 싸여 벽돌 같은 단위를 형성하기 때문에 "소세지"라고 부른다.
이 소세지는 시장에서 비엔날레 전시관으로 옮겨져서, "노동의 관점"에 적합한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갤러리 3구역의 벽을 만들 원료가 된다. 광주 대인시장에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전시관 인프라의 일부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작업 프로세스 및 재료의 표준화에 대한 미하엘 보이틀러의 재미있고 독창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신진 작가 발굴과 지역 밀착형 전시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인 마리아 린드는 직접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신진 작가를 발굴했고, 참가 작가들을 초청해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을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광주·전남 지역작가 발굴과 창작 지원을 위한 '2016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젊은 작가 9명을 위한 전시는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무각사 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9명의 작가 중 광주에서는 내면에 잠재된 사적인 기억들을 독특하고도 세밀한 회화작업을 통해 다른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온 김설아 작가와 밑뿌리까지 송두리째 뽑혀진 낡은 집들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불안정성을 얘기해 온 박인선 작가가 참여했다.
Breath to Breath(숨에서 숨으로)
김설아, 2015
이 작품은 김설아 작가의 <숨에서 숨으로>다. 작가는 돌연변이를 담지한 자연의 형태들을 동식물이 혼성된 모습으로 그리면서 동물의 신체기관과 초현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변화를 잠재한 누에고치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이후 나비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드로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필의 선이 아니라 붓으로 아크릴 물감을 칠한 회화다. 선으로 보였던 붓칠은 작가가 인내심을 가지고 그리고 참선을 하는 마음으로 표현한 정교한 기술이 화면에 구체화된 결과이다.
뿌리2, 박인선, 2016
절반이 철거된 건물이 단색의 페인트 칠한 배경 앞에 걸려 있는 박인선의 <뿌리2>는 사진과 그림을 결합하고, 두 매체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 작품이다. 집이 크레인의 후크에 의해 무자비하게 들어 올려질 때, 콘크리트, 목재, 와이어 바의 조각들이 무너져 내리고 공중으로 빈 공간에 떨어진다. 이것은 광주시에서의 도시 재개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와 질문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움직이 있었던 한국의 장소들에 그림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더그 애쉬포드, 2016
더그 애쉬 포드는 5.18 광주 항쟁이 일어 났을 때의 뉴욕 타임즈 신문을 스크랩 해두었다가, 2016년 5월에 광주와 서울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는 배우들에게 항쟁의 기념 현장에, 투옥과 죽음의 장소들에, 더 민주적인 표현들이 여전히 자라도록 하는 운동들에 그리고 행사의 기념일 이전에 개최된 거리 축제에 미완성의 회화들을 바치도록 요청했다. 그는 "저항의 가능성은 다시 만들어진 역사와의 감정적 연결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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