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독일에 미칠 영향
2016년 11월 9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성명을 통해 "독일과 미국은 출신, 피부색, 종교, 성별, 성적 지향 또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민주주의, 자유, 법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의 가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저는 이를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합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메르켈 총리의 이번 성명이 트럼프가 유세기간 내내 보여줬던 반민주적, 인종 및 종교 차별적, 여성비하적인 언행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새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져봐야 이득 될 게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선을 축하하며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늦어도 내년 7월 초 함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년 7월 전까지 트럼프가 독일에 오지 않고 메르켈 총리 역시 워싱턴에 가지 않는다면,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회담은 내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아 메르켈 총리 측에서 아주 불쾌해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 베를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따른 세계질서 및 양국문제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독일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계에도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독일 주요 경제단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 향후 양국의 경제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독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그가 선거유세 때 밝혔던 공약을 개괄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자동차 공장 및 제철소가 문을 닫아 직장을 잃은 저소득층 백인들을 겨냥해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거라고 강조했고, "시간의 바퀴를 되돌려 외국으로 이전한 회사를 다시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신재생에너지, 신기술에 집중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는 반대로 트럼프는 정유 및 화학,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에너지산업을 다시 육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미국산 자동차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할 것이고, 미국산 철강이 건물을 짓는 데 쓰이게 할 것이다"며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쁜 무역협정을 해지"할 것이고 대미 수출 외국 기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현재 논의 중인 EU-미국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도 트럼프 정권에서는 불확실해졌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될 시 독일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9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입장에서 미국은 프랑스와 영국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약 1140억 유로를 찍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BMW, Daimler, Bayer, BASF와 같은 DAX 지수 30대 대기업은 상품의 25%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그만큼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면 독일 기업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여러 전망을 내놓았는데, 클레멘스 푸에스트 경제연구소(IFO) 소장은 "트럼프가 무역장벽을 강화할 경우 독일의 손실은 엄청날 것"이며, 트럼프가 수입관세를 올리거나 미국 내 외국기업을 압박한다면 독일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무역정책을 의회의 동의 없이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기존 협정은 큰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겠지만, TTIP처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은 확실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마르틴 반스레벤 독일상공회의소(DIHK) 회장 역시 트럼프의 공약 이행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독일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는 대미 수출을 주 업무로 하는 일자리만 약 100만 개나 되는데, 무역장벽을 강화할 경우 실업률 증가로 이어져 독일 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스노어 독일세계경제연구소(IfW) 소장은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트럼프의 발언은 "세계질서, 자유무역, 열린사회의 기본원칙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마르셀 프라쳐 독일경제연구소(DIW) 소장은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 탈퇴 및 유럽과의 무역협정 해지와 같은 자신의 공약을 모두 이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는 세계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고 유연하다며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독일 경제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른하르트 마테스 주독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보호무역 정책은 독일-미국 경제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될 경우, 독일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당선자가 어떤 경제 정책을 펼지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독일 정치 경제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측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이후에야 정부와 경제단체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유로저널 김신종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사진출처: FAZ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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