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벨기에인들
벨기에 최초의 한복 전시 'FORMAL HANBOK' 성황리에 열려
벨기에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통의상인 한복을 주제로 전시가 개최되어 눈길을 끈다. 유럽 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한국의 전통의상을 주제로 한데다 전시를 비롯한 한국전통무용공연 등 이색적인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개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11월 10일 밤, 한국의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와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이번 한복 전시 '포멀 한복(Formal Hanbok)'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전시장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은 다채로운 색감의 한복들이 방문객들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관혼상제의 4가지 의례에 갖춰 입는 전통의복을 중심으로 선보인 만큼 더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자아냈다.
전시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안제현 한국전통무용가의 "영혼의꽃, 리진" (Fleur de l'âme, Li-Tsin) 무용 공연이 이어졌다. '영혼의 꽃, 리진'은 프랑스 초대공사 빅토르와 그의 여인 이였던 조선무희 리진의 슬픈 사랑이야기다. 1905년 2대 주한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Hippolyte Frandin)이 쓴 'En Coree(조선에서)'의 기록을 토대로, 최초로 프랑스에 첫발을 디뎠던 비운의 여인 리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곳곳에 서 있던 방문객 사이로 색동 한삼 자락을 펼치며 등장한 무용가는 단숨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달픈 눈빛과 고혹적인 몸짓에 압도된 관객들은 숨죽이며 공연을 지켜봤다. 20분 가량 계속된 무용 퍼포먼스에도 눈을 떼지 못한 소피 주르드방 씨는 "감정적으로 너무나 고무되어서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처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 숙련된 무용가의 몸짓, 표정, 눈빛 이 모든 것이 한국전통무용에 매료되게 만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세 명의 모델들이 한복을 입고 관람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한복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고운 비단의 색감과 오밀조밀한 한복 장식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한복의 옷감을 직접 만져보거나 기념 촬영을 하려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5천년이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의복을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진원 브뤼셀 한국문화원장은,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오는 수직적인 선을 지닌데 반해 한복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지녔다. 색감 또한 자연의 색과 닮아 인위적이지 않고 조화로운 성질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로 한국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끝까지 지켜본 제라르 코뷔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는 "족두리, 복주머니 등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인상적이다" 라며,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여서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시대복식 스타일을 따른 의상과 소품이었기에, 한국 의복의 역사를 반영함과 동시에 당시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개막식에는 총 15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한복 전시는 11월 10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에서 계속된다.
<기사 자료 및 사진 제공: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
벨기에 유로저널 신인숙 기자 eurojournal16@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