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세포분열로 '즉각 개헌'주장하며 문재인 전 대표 정조준
더불어민주당 비주류와 국민의당 그리고 무소속 야권 개헌파 69명의 국회의원들이 ‘즉각 개헌’을 통해 총·대선을 일치시키자며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까지 주장하면서, ‘대선 전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가진 문재인 전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들 '즉각 개헌파'에 새누리당과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까지 뜻을 같이 하고 있어 '비문재인 전선'은 합하면 숫자는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69명의 개헌파들의 주장은 천만에 육박한 촛불민심은 국가적 대개혁을 요구하고 개헌이 그 해답이라는 게 요지로 비문전선의 개헌을 통한 세 과시와 압박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천만 촛불민심에 대해서 개헌보다는 적폐 청산으로 맞받으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문 전 대표는 “다음 정부의 큰 과제는 개헌도 있지만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구시대의 적폐 청산, 그리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건설에 있다”고 맞받아쳤고 임기단축 개헌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3년 임기단축을 말한다면 다음 정부는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하기 위한 과도정부”라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임기단축 이야기 역시 촛불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개혁 후개헌’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즉각 개헌'주장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 대개혁의 완성은 개헌”이라며 “그리고 국가 대개혁과 개헌을 완성할 다음 정부는 야권 대연합을 통해 집권한 정부여야 힘도 있고 그만한 철학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칫 개헌이 야권 분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차단하면서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김부겸 캠프의 한 인사는 “광장에 천만 명이 모인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하고 대통령 한명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며 “앙시앙 레짐(절대가 왕정체제), 87년 구체제를 넘어서 시민이 주체 되는 국가 운영의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라는 명령”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인사는 “개헌에 반대하거나 미적거리는 세력, 대선 주자라는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반역사적 반시대적 반시민적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김종인 전 대표도 ‘대선 전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가진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표는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하지 않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촛불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변화를 추구하는데 정치권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임기 3년이 지난 대통령이 4년차, 5년차에 제대로 일한 대통령을 저는 30년간 보지 못했다”며 2020년 총선과 대선을 일치시키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야권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임기단축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새 세기를 준비하느 개헌을 완성한 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해서 새 시대를 열어가자”며 “다음 대통령은 임기가 3년으로 단축되더라도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2월 26일 야권 대선주자로 이뤄진 ‘8인 정치회의’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전 대표는 “여러 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적어도 50%가 넘는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아야 대한민국이 처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지난해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전체 대선 후보 3 위인 이재명 시장도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 의사가 대선에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정도”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개헌이 필요한지, 선거법 개정만으로 가능한지 논의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정치권은 만약 결선투표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중도와 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후보가 ‘확장성’이 부족한 문 전 대표를 상대로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결선투표제(決選投票制)는 당선 조건으로 ‘일정한 득표율 이상을 획득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조건에 충족한 후보가 없을 시,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소수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회투표제라고도 한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면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정당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같이 바야흐로 개헌 시기와 임기단축을 주장하는 야권 발 개헌풍이 여권 분열과 맞물려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지 ‘문재인 대세론’에 밀려 찻잔속 미풍으로 잦아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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