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차이나 리포트
키워드로 이해하는 중국과 브랜드
1. 펜더 PANDA 熊猫
"펜더는 꼬리가 있을까? 만약에 꼬리가 있다면 흰색일까 검정색일까?"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중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만약 중국에 대한 모든 지식과 정보의 양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현재 우리 개개인이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역사, 인물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넘쳐나고 또 날마다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고 있지만 실제 알고 있는 내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100'이라는 양의 정보 가운데 '1'정도도 알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살고 있다. 물론 중국에 대한 어마무시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 글을 통해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알고, 또 제대로 알지 못하던 것을 올바로 바로잡을 수 있길 바란다.
펜더는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미 브랜드화 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쿵푸펜더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외국 정부에 펜더를 선물하며 이른바 ‘펜더 외교’라는 것을 펼치기도 한다. 근래에는 펜더가 미국에서 제작한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친근한 캐릭터로 자리잡았고, 또 어린이들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지면서 중국을 알리는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펜더 인형이나 그림에는 검정 꼬리를 가진 펜더도 있고, 꼬리가 없는 펜더도 있다. 과연 펜더는 꼬리가 있을까? 그리고 꼬리가 있다면 무슨 색일까?
정답을 말하자면 펜더는 꼬리가 있다. 그리고 그 꼬리는 흰색이다. 보통 장난감 펜더 인형에 붙어 있는 동그랗고 작은 검정색 꼬리가 아니고 하얀 털 속에 감춰진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손 쉽게 접하는 중국에 관한 정보 가운데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도 적지 않다.
"知彼知己면 百戰百勝"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 중국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동반자로 또 친구로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 온 이웃 나라에 대해서 공부하고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 나가야 하기 위해서 중국을 알아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 보자. 아주 작은 질문부터 던져 보자. 펜더는 꼬리가 있을까?와 같은… 그리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펜더 꼬리를 보기 위해서 베이징 동물원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더 멀리 쓰촨(四川)의 펜더 자연 서식지까지라도 갈 수 있는 열정을 가져보자. 정작 이 글을 쓰는 나는 몇 번 가 봤던가?^^
펜더는 중국어로 곰 웅(熊)자에 고양이 묘(猫)자를 써서 熊猫(xióngmāo)라고 한다. 곰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가 중국을 알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漢字) 지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중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중국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관심을 갖고 중국통이 되는 첫 단추를 잘 꿰어보자.
2. 唐人街 : 차이나타운
수십 년 전에 한국 할아버지 한 분이 美國에 갔다. 말은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미국이 아름다운(美) 나라(國)라고는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데, 밥은 먹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끼니 걱정하다가 "옳지! 중국인 동네에 가서 자장면이나 먹자!"라고 생각하고 차이나타운 가려고 했다. 그런데 가는 길을 물어보고 싶어도 영어를 할 줄 모르니, 하는 수 없이 경찰을 붙들고 아는 한문(漢文)을 조합해서 우리말로 이야기 했다.
< 여기서 잠시 1 >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라서 '美國'이 아니다. 일본어에서는 미국을 '米国'이라고 쓴다. 우리가 미국(美國)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중국어에서 유래된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중국사람들은 처음에 America를 그대로 음역해서 미국을 '亞美利堅(yàměilìjiān)'이라 불렀다. 그런데 미국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악센트 때문에 '아메리카'라는 발음에서 맨 앞의 '아' 발음은 잘 들리지 않고 '아메리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도 '亞美利堅'이라고 하지 않고 맨 앞의 '亞'자를 빼고 '美利堅'이라고 하게 되었다. '亞'자가 왜 탈락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 밖에도 어려가지 견해가 있다.
미국의 정식 국호는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며 중국어로 된 정식 국호는 '美利堅合眾國'을 사용하고 있다. 영어에서 America라는 낱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라는 나라 이름이기도 하면서 또 다른 하나는 미주 대륙을 의미한다. 중국어에서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해서 사용한다. '美利堅'이라고 하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말하는 것이고, '亞美利加'라고 하면 미주대륙 즉 아메리카 대륙을 말한다.
'美國'이라는 이름은 '美利堅'에서 앞 글자 '美'와 나라 국(國)자를 합쳐서 '미국'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것이다.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할아버지 曰 :
"아거청인통!(我去淸人通!)" (나, 청나라 사람 거리에 가겠소!)
그러자 미국 경찰이 할아버지를 차이나타운으로 안내를 해줬다. "어라, 이것 봐라, 이놈이 한문을 아네?!" 한문을 이용한 한국어를 알아듣는 미국 경찰을 보고 할아버지는 신기하게 여겼다. 경찰은 아마도 한국말로 "아거청인통"이라고 하는 말을 "아이 고 차이나타운(I go Chinatown)"으로 잘못(?) 들은 모양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중국 요리를 '청요리'(淸料理)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듯이 과거에 한 때 중국사람을 '청인(淸人)'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예전에 '퇴계로'를 '소화통(昭和通)'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通'은 '거리'를 의미하는데, 일본어의 '길'이라는 뜻의 '通り(とおり)'에서 유래된 것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 때 세종로는 '광화문통(光化門通)', 을지로는 '황금정통(黃金町通)' 그리고 충무로는 '본정통(本町通)'이라 불렀다.
할아버지는 '我(나 아)'와 '去(갈 거)' 그리고 중국인의 거리(?)라는 뜻으로 '청인통(淸人通)'이라는 낱말을 가지고 차이나타운에 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옛말에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던가? 궁하면 통한다고 하더니 할아버지의 절실한 마음이 미국 경찰에게 전달되었나 보다.
중국어에서는 차이나타운을 '淸人通'이라고 하지 않고 '中国城'(zhōngguóchéng) 또는 '唐人街'(tángrénjiē) 라고 부른다. 중국성(中國城)은 글자 뜻 그대로 'China Town'을 번역한 것이고, '唐人街'는 중국인의 거리를 의미한다. '唐人'은 중국사람을 말하고 중국의 전통 복장은 '唐裝'(tánzhuāng)이라고 한다.
< 여기서 잠시 2 >
우리말에도 '唐(당)'이라는 글자는 중국을 가리킨다. 서울화력발전소로 이름이 바뀐 옛 당인리 발전소가 있던 당인리는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왔던 명나라 병사가 명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 정착하고, 그 후 후손들이 살게 되면서 중국인이 사는 마을이 되어 '唐人里(당인리)'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명나라 사람이 살던 곳인데 명인리(明人里)라고 하지 않고 당인리(唐人里)라고 하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도 그 이전부터 중국인을 가리켜 '唐人(당인)'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충남 당진은 중국에 오가는 배가 드나들던 포구라서 '唐津(당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서울 종로구의 당주동(唐珠洞)은 조선시대부터 이 곳에 위치하였던 당피동(唐皮洞)과 야주현(夜珠峴)에서 각각 한자씩을 따서 붙인 것인데, 당피동(唐皮洞)은 중국 의원 皮氏(피씨)가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지명에 '唐'자가 들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중국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盆唐)'은 중국과 관련된 지명은 아니다. 분당은 분점리(盆店里)와 당우리(堂隅里) 두 지명을 합쳐서 만든 지명으로 원래는 집 당(堂)자를 써서 '盆堂'이라고 해야 하는데 '盆唐'이라고 잘못 쓰고 있다.
3. 唐裝 (tánzhuāng)
2001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APEC정상 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중국 정부가 제공한 전통복장 '唐裝'을 입고 등장했고, 중국은 이를 통해 전세계에 '唐裝'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
'唐裝'을 글자 그대로 풀이를 하면 '당나라 복장'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唐裝'은 당나라 때 옷을 뜻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청나라 만주족의 복장을 개량한 새로운 스타일의 중국 전통 복장을 말한다. 정상 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唐裝을 당나라 때 복장이라고 오해하지 말자. 김민수 중국 법인 총경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삼양사 식품기획전략팀 근무 -㈜메타커뮤니케이션즈 PR실장 근무 -Metabranding 부사장/ 중국브랜드사업부 총괄 -現 MetaBranding&Design 상해법인 총경리 -現 위즈코어넷(플랫폼 비지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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