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반기문 정치 교체 행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후 국립현충원을 찾아 좌우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발걸음을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메시지를 통해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 대통합과 국가 대타협, 정치교체'를 내놓았고, 현충원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라고 적는 등 오늘날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점을 제기한 점은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 '새 정치 민주주의' 주장에서 아직도 '새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국민들에게 와닫지 않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이 귀국 일성으로 내놓은 '국민 대통합과 국가 대타협, 정치교체'에서 우선 통합과 타협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아직 실체로 가다듬어지지도 않고 있고, 모든 대선주자들이 외친 구호이다보니 공허감마저 든다.
현 정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위한답시고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에 임명했지만 그 위원회가 국민 세금만 축내고 있는 '정치 노인정'에 불과할 뿐 실제 무슨 일을 했다는 말이나 언론 보도를 접한 적이 없었다.
반 전 총장마저 구태연하게 외치는 통합과 타협은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 한국 정치 지도자들이 입바른 소리일 뿐 거의 모두 이념과 지역에 따라, 심지어 같은 당내에서조차 다른 정파로 갈리어 다투면서 그 의미가 실종된 상태이다.
이러함에도 반 전 총장이 '통합과 타협' 구호 속에 '진보적 보수주의'를 외치고 있으나, 진보,보수 중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나머지 반을 잃을 수 있다는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우려때문에 자신이 새로운 당을 만들거나 기존 어느 정당에 합류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내세운 ‘정치교체’ 를 위해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참신한 인재들을 많이 영입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지지 정치 세력이 이른바 ‘올드보이’라 부를 수 있는 전직 의원들에다가 예비캠프라 할 마포 사무실에도 외교관과 언론인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까지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대통령 당선만을 위한 화려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당시 외쳤던 '정권교체의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나 '정권교체의 수준이 아닌 정치교체' 라는 혼란스러운 말 대신 ‘반기문 정치’가 무엇인지 그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중에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된다”며 국가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포부와 각오도 밝혔듯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만 이리저리 유리한 쪽으로 걸치는 기회주의적 모습이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일류정치’를 위한 ' 반기문 표 정치교체'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반 전 총장의 '기름장어'라는 자신의 별칭이 있듯이, 이리저리 눈치만 본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험담인지, 행동은 없고 우려만 하는 ‘우려왕(concern man)’이라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라든지,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왜 부응하지 못했는지 등을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함께할 정당은 물론 함께 집권할 통일된 정치 집단도, 집권 구상도 아직 없어, 그의 비전과 철학, 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통령 자격을 입증해야하는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년이상을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한국 현실 정치 경험이 없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와 그 배경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외교부 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했지만 국내 정치에는 문외한인 데다가 유엔 결의마저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반 전 총장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맞는 한국적 상황은 비정상적임은 분명하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통령 자격을 입증해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나마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