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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을 통해 한국을 전하는 박선희 님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May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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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안녕하세요! 그 동안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오신 박선희 님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드리며, 먼저 간단한 프로필 및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선희: 네, 저 역시 이런 기회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는 7살에 무용을 시작해서 그것을 계기로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뒤에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에서 MA와 의료 인류학으로 Ph.D를 취득하였습니다. 현재는 Roehampton  University 에서 MA Dance Movement Therapy (DMT) 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사사한 선생님으로는 김천흥, 한영숙, 김백봉, 송범 선생님 등이 계시고, 리틀엔젤스 무용단, 유니버셜 발레단에서 무용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재영한국예술인회(www.koreanartists.co.uk)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언제, 어떠한 계기로 무용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박선희: 제가 맨 처음 무용을 접한 것은 7살로 기억합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웃에 있던 무용학원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멋모르고 시작한 무용이 어린 나이에도 꽤 재미있었나 봅니다. 학교가 끝나면 하루종일 무용을 하기 위해 학원에서 살았으니까요. 그 후 남산에 있던 어린이 회관에서 인도 무용을 공연하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까지 치면서 박수를 쳐 주었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아마도 그 때 받았던 어떤 짜릿한 감동이 지금까지 제가 춤추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당시엔 춤추는 일이 제 인생의 한 부분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답니다.  

유로저널: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이 길로 가야 겠다고 결심한 것은 언제, 어떠한 계기였는지요?

박선희: 어느 날 리틀엔젤스 무용단원 모집 광고를 보고, 부모님께 지원해 보겠다고 했더니 아예 대꾸를 안해주시더군요. 제 말이라면 모두 다 들어주시던 부모님께서 제가 무용하는 것만은 반대하셨습니다. 몇날 며칠을 잠도 안자고 졸랐습니다. 결국 언니와 함께 무용단에서 원서를 받아왔더니, 부모님도 제 열의에 감동하셨는지 마침내 포기 하시더군요. 그렇게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선화예중 시절에 미국에서 오신 발레 선생님께 발탁되어 고등학교 때까지 유니버셜 발레 단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 무용과 함께 하려고 마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중앙대학교 무용 콩쿨에 1등으로 입상하여 중앙대학교에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유로저널: 영국으로 오시기 전의 활동 경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박선희: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의 권유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국립대학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석사과정에서 무용 동작학으로 무용 교육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리는 무용 동작학은 인간의 자세, 동작, 얼굴 표정이 변화하는 것을 신체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은 자연스럽게 심리학 그리고 정신분석학과 연결되게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분석과정 속에서 ‘나는 왜 춤을 추는가? 나는 춤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있는 것일까? 춤에 중독된 듯이 춤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은 왜일까? 춤을 추면 느껴지는 이 신비로운 쾌감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 해결의 단초를 한국의 샤머니즘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Rmgn 1998년 한국의 샤머니즘에 관한 연구로 의료인류학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무용과 샤머니즘, 또는 샤머니즘과 한국인의 심성, 흥에관한 연구 등을 국제학회나 심포지움 등 에서 발표해 왔으며. 상당수의 논문들을 일어, 영어, 한글로 발표 또는 출판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습니다.

물론 이론만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약12년간 프리랜서 한국무용 안무가 및 무용가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공연을 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동경한국학교의 한국 무용강사로 약 7년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무용을 접하고 싶은 한인 2세, 3세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무용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사실은 이 때부터 지금까지의 전공인 발레와 한국무용의 움직임을 통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배웠던 한국 무용과 발레,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한국적인 그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유로저널 : 샤머니즘을 공부 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요?

박선희: 석박사학위논문은 무당의 심신상태, 다시 말해 무당의 신들림(트랜스)상태를 신체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무당들의 무병 현상과 정신병의 관계, 그 무병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치료자(healer)로서의 초자연적 능력, 그들의 신들린 상태에서 보여지는 심리적, 육체적 변화, 또한 인간과 신의 정신세계를 동시에 공유하며 사는 무당들의 정신세계에 관한 연구 등을 해왔습니다. 무수한 무당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과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샤머니즘의 깊고 무한한 세계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저의 연구는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깊은 무의식의 정신세계로 통하는 문을 노크하는 격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 후 제  연구는 인간과 우주의 근원적 에너지인 기(氣)의관계 , 육체와 마음 그리고 영혼이 하나가 되어 평온한 상태에 이르는 홀리스틱 힐링(Holistic healing)등 홀리스틱 의학(생명의 정신적 차원, 에너지적 차원, 물리적 차원, 이 모든 차원을 인정하고 그 현상을 직시하고자 하는 의학) 쪽으로 꼬리를 물고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을 떠나기 직전에 출판된 학술회의 총서 “무용과 신체표현”(2005)에서는 샤머니즘과 춤, 그리고 그 치료(healing) 효과에 관한 것을 학술적으로 적은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유로저널: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시게 되었나요?

박선희: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끝마치고 모교에서 학술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도에 이곳 London 대학의  SOAS(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 academic visitor로 오게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역동적인 다문화주의가 저를 흥분 시켰습니다. 새로운 문화에서 견문도 넓히고,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샤머니즘과 무용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3년도에 영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영국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요?

박선희: 크고 작은 행사에서 한국 전통 무용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영국인 혹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레슨 혹은 워크샵을  통해 한국춤을  소개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Dance Movement Therapy (DMT) 임상 실습의 일환으로, 정신병원 “G 심신불구자들에게 춤 움직임을 통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전통춤과 현대무용 테크닉을 사용하여 샤머니즘 의식의 성격을 띈 창작춤을 안무하여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박선희 님의 무용을 접하는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박선희: 제가 이곳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듯 그들도 저의 춤을 보고 그러한 충격을 받는 것 같습니다. 우선 단아한 의상에 시선이 집중되고,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깊이있는 움직임에 매료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에게 있어서는 몹시 신선한 느낌의 감동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한국 무용을 처음 접하는 이들 중에는 아름답다는 찬사와 함께, 이것이 어디춤이며, 의상이나, 춤의 의미를 물어 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문의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특히 이곳 어린이들에게 부채춤 같은 춤을 선보일때는, 춤의 시작부터 끝까지 감탄의 소리가 멈추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무슨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된듯한 기분이 듭니다.(웃음)

유로저널: 해외 무대, 특히 영국과 유럽에서는 우리 전통 무용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지요? 우리 전통 무용이 해외 무대를 타깃으로 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면?

박선희: 아직은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 문화 그중에 한국 예술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것은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의 예술 분야 중 무용은 충분히 유럽인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한국의 전통춤은 화려함과 단아함이 그 특징입니다. 아름다운 춤 앞에서는 어떤 선입견도 미움도 존재 하지 않습니다. 요즘 영국에서는 한국 영화가 유행인데 그 영화 한 편이 백 편의 논문보다 더 많이 한국을 알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춤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전통춤을 유럽에 소개하는 것을 적극 찬성합니다. 반면에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사우스 뱅크에 위치해 있는 파셀룸에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는 사물놀이단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그 악기 소리가 어찌나 큰지 도중에 나가버리는 관객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사물놀이는 원래 마당놀이의 일부기 때문에 작은 실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공연 장르입니다. 현장파악을 잘 해야 해야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고 공략해야 합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너무 정신만 강조하다가 보면 전통춤의 재미를 놓칠 수도 있겠지요. 어쨌건 깊이와 재미, 심오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기란 예술가 입장에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유로저널: 무용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박선희: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정착 당시에는 소통의 문제가 컸습니다. 저뿐만은 아니겠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활동하고 사람 만나는 일도 제한을 받더군요. 그 다음에는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한국 춤을 많이 알리고 싶었지만 저 혼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창작활동도 제한을 받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이 길을 걸으시면서 가장 좋은 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나 혹은 보람을 느낄 때는?

박선희: 저는 춤을 출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춤을 추고 있으면 어느덧 나라는 인간의 자아(ego)는 사라지고 깊이 파묻혀 있던 신성이 밖으로 표출되면서, 자연의 근원적 기(氣)에너지와 조화롭게 일치되고 또 그 에너지가  나의 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상호 교감될 때가 최상의 엑스터시를 느껴요.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작년부터 시롭게 시작한 저의 새로운 창작활동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다음 공연을 문의해 올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유로저널: 현재 무용 치료학을 공부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이를 시작하셨는지요?

박선희: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이 결국은 인간의 본질 또는 본성이라는 부분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러던 중 영국에 오게 되었고 지금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무용 정신치료 학과를 발견했을 때 ‘아! 바로 이거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다!’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한국에서 주목받는 전도유망한 분야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유로저널: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댄스 싸이코 테라피(무용 정신치료)가 무엇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박선희: 2004년 한국에 무용치료협회(사단법인) 생기면서 정식으로 무용치료라는 말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원어로는 Dance Movement Therapy라고 표기하다가 최근에 Dance Movement Psychotherapy로 바뀌었으니, ‘춤(동작) 정신요법’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움직임과 춤을 통하여 내적인 자극과 충동을 일으키고, 인간의 무의식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표출하게끔 도와주는 일입니다. 치료사는 이렇게 춤을 통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른 환자의 문제를 교감하여, 환자가 내적통찰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무용 치료에서 쓰는 움직임은 어떠한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런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것이 댄스 테라피스트들의 능력이 됩니다. 댄스 무브먼트 테라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신과 병동에서 정신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지금은 그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암환자나 우울증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자들의 안정을 꾀하는 정신과적 치료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3년간 임상을 거쳐야 하는데, 대상 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는 필수이며, 그외 신체 불구자, 뇌졸증, 치매, 뇌성마비, 우울증, 아동의 경우에는 발달 장애, 자폐증, 정서 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들이 포함됩니다. 무용 정신 치료사는 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읽고, 교류, 공감하는 능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심과 깊은 애정을 필요로 하는 직업입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으시다면?

박선희: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용 치료사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춤 창작활동에 더욱 분발하여, 한국의 춤을 유럽에 알리는 일 등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무용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무용 치료사로서 뜻 깊은 활약을 펼칠 박선희 님을 위해 저희 유로저널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 공연 & 레슨 문의: 07885 719 756, suwnwe@hotmail.com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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