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Lumière! L’aventure commence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émaux, 프랑스 개봉 2017년 1월 25일
<뤼미에르>는 영화의 창시자 필립과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부터 10여 년 동안 만든 작품을 11개의 소재로 재구성한 영화다. 이 기간 동안 만들어진 천 여편이 넘는 작품 중 백 여 편을 선정해 구성하고 까밀 생상의 음악과 함께 감독 프레모의 나래이션이 뤼미에르형제의 영화세계로 안내한다. 충분히 교육적 요소가 가미된 <뤼미에르>는 프레모감독의 따뜻한 목소리와 재치 있는 서술로 자연스럽게 그들의 작품을 음미하게 한다. 뤼이에르형제에 대한 경외를 담은 감독의 애정 어린 편지라고도 볼 수 있다.
뤼미에르의 영화사 초기작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열차의 도착>, <물 뿌리는 사람들>, <아기의 식사> 등 그 시작은 일상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무거운 카메라로는 단 한 장면만 찍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일상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필름에 담아 이미지 운동을 만들어낸다. <아기의 식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의 식사 모습이 중심 내용이지만 그 뒤로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화면의 명암은 구름의 이동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에서 무수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일상의 생기를 잡아낸 뤼미에르의 작품에서 역동적 삶의 힘이 느껴진다.
전문 배우가 나오기 전인 영화초기의 주인공들은 노동자, 가족, 아이들 등 주변 인물이다. 프레모감독의 설명처럼 영화가 제일 먼저 담아낸 것은 바로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이며 민중의 모습이었다(<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영화 태생의 본질이 다큐멘터리라는 식상한 이분법을 뒤로한 뤼미에르의 작업은 처음부터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조화다.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3편의 이본이 존재하는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처럼 인물들은 뤼미에르의 연출아래 수 없이 반복되었던 공장을 나서는 그들의 일상을 재현하고 있다. 정원사가 화면 밖으로 도망가는 아이를 잡아 화면의 중앙으로 끌고 와 야단치는 <물 뿌리는 사람들>에서 뤼미에르의 연출력을 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사 초기, 무거운 카메라와 최대 50초로 제한 된 필름 길이는 영화작업에 많은 제한을 가한다. 뤼미에르는 이 50초 동안 최대한의 압축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정하고 단순할 수도 있는 고정된 한 화면(기술적 제약이 놀라운 쁠랑 세캉스를 만들어낸 아이러니)에서 피사체의 움직임으로 영화가 운동-시간 이미지라는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사계의 심도(화면의 전후방 모두에게 맞춰진 초점)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고정된 화면에 깊이감을 주며 사선으로 위치한 화면구성은 깊은 심도의 평면성을 해소한다.
리용, 마르세이, 파리를 지나 전 세계로 발길을 옮겼던 뤼미에르의 카메라가 세상의 기록이라는 영화의 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번영의 시대를 누렸던 20세기 초 프랑스 ‘벨 에뽀끄’와 식민제국주의의 명암이 카메라에 담긴다. 에펠탑의 엘리베이트에 오른 카메라의 트래블링은 아름다운 파리를 보여주지만 맨발과 낡은 옷을 입은 노동자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대비된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도 장관이지만 동전을 뿌리는 프랑스 귀족부인의 웃음과 그것을 줍기 위해 모여든 수 많은 인도네시아 아이들의 움직임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특별한 사회비판적 시선이라기 보다는 그 때의 모습을 집요하게 담아낸 작품들에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인류학적 기록이 된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뤼미에르의 작품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다. 기술의 발전은 각자의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어두운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는 초기영화의 질감은 색다르다는 것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에디슨의 실험도 있었지만 뤼미에르를 영화의 시초로 보는 것은 돈을 받은 최초의 상연이라는 것이다. 영화가 관객을 만날 때 완전체가 된는 점을 환기한다.
1896년 파리의 한 \까페에서 뤼미에르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보던 관객들은 실상황과도 같은 기차 도착모습에 놀라 도망쳤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과장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움직이는 이미지를 처음 접한 관객들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프레모 감독의 <뤼미에르>는 20세기를 열었던 영화를 처음 접한 그들에게 120여 년이 지난 오늘 날 새삼 동화하게 만드는 시간여행으로의 초대다.
사진 출처 알로씨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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