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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PD를 꿈꾸는 박성진 님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Nov 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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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 대학에서 방송통신 전공

- 춘천 강원민방(GTB) FD활동

- 대학 재학 중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제작

  한국방송진흥회(KBI)전국대학생영상 페스티벌 본선진출

  국민대학교 10주년 기념 전국대학생 영상 페스티벌 대상

  KT공모전 장려상 수상

- 마운틴TV(산악 전문 케이블 채널) 제작 PD로 근무

유로저널: 언제, 어떤 계기로 인해 방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박성진: 원래 고등학교 시절에는 호텔리어 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호텔리어’ 때문이기도 하지요. (웃음) 수능을 보고나서 호텔 관련 학과들을 여럿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정말 엄청났습니다. 그 중에서 딱 한 곳은 언론정보학부를 지원했습니다. 일종의 소위 말하는 ‘안전빵’이었는데 정작 원했던 호텔 학과들은 다 탈락하고 언론정보학부 한 곳만 합격했습니다. 잠시 재수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재수는 그야말로 서울대에 가려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무조건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듣다보니 이게 상당히 재미가 있더군요. 수업 과제가 뮤직 비디오 만들기, 단편영화 만들기 같은 것이었는데,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나중에는 공모전에 나가서 입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엄지 손가락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엄지손가락은 최고를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른 네 손가락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일종의 왕따이기도 한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이 작품은 방학 중에도 끊임없이 작업을 할 정도로 공을 들였더랬는데, 그래서 함께 작업하던 팀원들 중 포기한 이들도 있었고, 그렇게 고생한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이 쪽으로 본격적으로 나가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케이블 채널인 마운틴 TV에서 제작 PD로 근무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박성진: 아직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산을 참 싫어했는데, 마운틴 TV가 산악 전문 채널이다 보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산을 세 번 씩이나 찾아야 했습니다. (웃음) 그 덕분에 우리 나라의 산은 거의 다 가본 것 같습니다. 산과 관련된 행사, 산림청장님 인터뷰, 엄홍길 대장님 인터뷰도 해봤고, 산악용품 업체 취재도 있었습니다. 제가 영국에 오기 전에 해외 촬영도 계획 중에 있었는데 그 전에 그만두고 떠나와서 아쉽기도 합니다.

유로저널: 근무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박성진: 케이블 방송국의 경우 아무래도 회사가 작아서 업무 분담이 확실하지 않다보니 혼자서 기획, 촬영, 편집까지 방송이 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거의 혼자서 다 소화해야 했습니다. 주 7일 근무를 한 셈이지요.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서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았고, 강도 높은 업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이로는 막내에 속하는데, 현장에서는 지휘를 해야 하는 PD의 역할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좋았던 점, 배운 점은?

박성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래 산 싫어했더랬는데 일을 하면서 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첫 30분은 힘들지만 이후부터는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 때부터는 정상을 향해 전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산악회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게 됩니다. (웃음) 산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의외로 힘(?)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업무적인 면에 있어서는 일을 하면 할수록 목표의식이 생기고 애착이 생기더군요. 제가 만드는 방송을 이왕이면 많은 분들이 시청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강해지고. 그리고, 일을 하면서 PD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PD는 단순히 지시하는 역할이고, 돈도 잘 벌고, 그렇게 폼(?)나는 직업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PD가 되어 일을 해보니까 PD는 엄청난 책임감에 시달리고, 끊임없는 스케줄과 약속에 정신이 없는, 그리고 생각보다 돈도 매우 적게 벌고, 정말 쉽지 않은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근무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성진: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입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지요. 그런 만큼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시간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입니다. 그 싸움에서 이겨야만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딱 한 번 방송을 펑크낸 적이 있었습니다. 대형 사고를 친 셈이지요. 혼자서 밤샘 작업을 하다가 그만 졸아서 방송 전까지도 편집을 마치지 못해서 예정된 방송을 펑크내고 결국 재방송을 대체하여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께서 책망을 하지 않으시고, 감사하게도 일부러 더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나마 케이블이어서 넘어갔던 것이지, 만약 지상파였으면 즉각 해고감입니다.

유로저널: 방송분야 전공자들의 졸업 후 진로는 어떠한지요? 방송국 입사를 위해서는 관련 전공이 필수라고 보시는지요?

박성진: 사실, 방송 관련 전공을 했다고 해서 졸업 후 무조건 방송 분야로 취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배나 동기들을 보면 졸업 후 은행원이나 일반 회사원으로 가취업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 굳이 방송 관련 전공이 아니어도 소위 언론고시를 통과할 경우 얼마든지 입사가 가능합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의 경우 공채가 6차 시험까지 있으며, 심지어 술예절을 측정하는 단계도 있다고 하니 정말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언론고시를 통해 입사하는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케이블은 오히려 입사 전부터도 카메라 기술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고 있어야 입사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의 경우 입사 후 당장 실무에 투입되어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로저널: 방송일의 장단점은?

박성진: 아직 제가 감히 방송일의 장단점을 논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지금까지 제가 느끼고 경험한 한도 내에서 말씀드린다면, 일단 방송일의 장점은 자신의 생각과 꿈을 화면에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방송인으로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겠지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시청자들과도 직간접적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며, 특별히 PD는 리더의 자리입니다. 한 편의 방송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 역시 장접입니다. 반면에 단점이라면 하닌 일의 분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입니다. 정말 최정상의 극소수 인기 PD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열악한 수입구조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방송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개인 여가 시간도 매우 부족한데, 또 술은 많이 마시게 되어서 몸도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지혜롭게 조율하면서 방송의 즐거움과 보람을 만끽하는 게 최선입니다.

유로저널: PD 지망생으로서 뽑은 최고의 작품은?

박성진: 일단 드라마로는 미국 드라마인 ‘로스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영어공부 차원에서 자막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빠져버려서 그냥 한글 자막으로 열심히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웃음) 이 드라마는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이 정말 탁월합니다. 시차를 넘나들면서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또 그것을 풀어주며 관객을 흡입합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몇 명 주인공에게만 중점을 두는데, 이 작품은 그 외 주변인물들에 대한 시선도 뛰어납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음 회를 보지 않으면 못 견디도록 만드는 게 이 드라마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그램 중에서는 ‘VJ 특공대’를 뽑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VJ 개개인들이 PD없이 직접 6mm 카메라로 촬영해오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자칫 재미없는 논픽션으로 전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기법, 나레이션 등을 훌륭하게 연출하고 있으며, 특히 시청자의 시선으로, 카메라 워킹이 시청자의 시선을 따라다니는 게 탁월합니다. 또, 시청자 참여도 뛰어나서 진정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맛집 취재에서는 해당 식당에서 음식맛을 본 일반인이 꼭 등장하는 것이지요.

유로저널: 잠시 주제를 바꿔서, 그렇게 한국에서 활동하시다가 영국에 오게 된 계기는?

박성진: 마운틴 TV 근무 시절 영어회화학원에 등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등록만 해놓고 거의 못 나갔지요. 그런데, 수업게 가보니 다들 영어로 잘을 말하시데 저만 잘 못하더군요. 생각해보니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한 적 없었습니다. 한 번은 가족과 태국 여행을 갔는데 제가 영어를 못해서 챙피했던 적도 있었고요. 이에 어머니께서 서른 살이 넘으면 외국에 나갈 도전 정신이 약해질 터이니 그 전에 다녀오라고 하셔서 이렇게 영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토익 점수를 높이거나 하는 목적보다는 그야말로 언어로써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도 많고, 길거리에서 담배도 많이 피우고, 또 꽁초를 길거리에 버리고. 좋은 점이라면 한국에서는 성격이 급했는데 영국에 와서 느긋해지고, 특히 영국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는 듯 하여 마음이 참 편합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외국인들과 한국 음식 모임도 갖고, 기회만 된다면 계속 머물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PD 지망생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PD가 되고 싶으신지요?

박성진: PD가 일단 시청율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거짓된 프로가 될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연출입니다만, 그럼에도 누가 봐도 ‘저건 짰다’라는 소리를 안 듣는 PD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진실한 방송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제가 직접 방송을 경험하기 전에는 ‘왜 짜고하냐’ 했는데 막상 해 보니 어느 정도는 필요하더군요. (웃음) 그럼에도 최대한 자제해야 겠지요.

유로저널: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박성진: 원래 저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꼭 제대로 예산을 투자해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흔히 다큐멘터리를 ‘인간극장’ 같은 것으로만 여기시는데, 저는 그보다는 자연의 변화, 생물의 변화를 다룬 본격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장기간의 작업이 요구되지만, 그만큼 완성하고 나면 기쁨도 클 것 같습니다. 선배들이 하는 얘기가 다큐멘터리를 하려면 돈 많은 아내를 두라고 하더군요. (웃음) 그 만큼 예산이 많이 필요한 게 다큐멘터리다 보니 대부분 PD들은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방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그 만큼 힘들면서 상업성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생을 좀 하더라도 야외에서 활동적인 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다운 진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방송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성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을 드릴 자격은 없습니다만, 역시 제가 경험한 한도 내에서 말씀 드리자면, 막연히 방송일이 멋져 보여서 방송일을 하려는 분들께는 다시 한 번 방송에 대해 잘 알아봐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라도 경험하셔야 합니다. 방송은 단지 보여지는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궂은 일도 많이 해야 하고, 그렇다고 고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방송 자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충분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한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좋은 방송으로, 박성진 PD의 작품으로 다시 만나뵐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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