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의 미학의 찾아서1
갤러리나 미술관, 그리고 박물관의 벽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하얀 것일까?
18세기경부터 만들어진 대영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다.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 그림을 천장과 바닥까지 꽉 채워서 보다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했다.
18세기 박물관 전경
그러나, 혼잡도가 증가하면서 관람객들의 불만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19세기 후반부터는 편안하고 차분한 감상을 위해, 전시하는 작품의 수를 줄이고, 작품을 거는 위치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점차적으로 전시할 공간의 벽의 색상도 고려대상이 되었다.
1930년대에 나치가 지배했던 독일에서는 흰색을 순수한 색상이라 믿으며 이것을 미술관의 표준 벽색으로 지정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영국과 프랑스 미술관에서도 흰색으로 칠해진 벽을 수용하게 되었고, 이런 흐름이 미국으로 넘어와 지금의 ‘화이트 큐브’로 정립되었다.
뉴욕현대미술관 모마 내부 전경
1. 미니멀리즘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하여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가 바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이것은 1960-70년대 미국의 시각예술과 음악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조로, 모든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것, 즉 사물의 고유한 특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갤러리나 미술관, 박물관의 ‘화이트 큐브’는 최소주의 미술작품들로 작품의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근원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미니멀리즘을 지양하고 있다.
이런 미니멀리즘은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도처에 깔려있다. 쇼핑몰의 상품들에서도, 빌딩들의 모습에서도, 각 사무실이나 가정의 인테리어에서도 미니멀리즘은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 등장한 1960년대에는 비인격적이다, 정서가 메말라 있다, 단조롭고 지루하다 등의 이유로,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했었다. 칼 안드레는 벽돌을 사다 바닥에 깔아놓았을 뿐이었고, 댄 플라빈은 그저 시장에서 산 형광등을 전시장 벽에 비스듬히 세워놓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는 작가의 죽음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사각형 조각, 칼 안드레, 1967
Untitled, 댄 플라빈,
1969
미니멀리즘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작품을 부분들의 관계로 짜는 것으로 인한 환영주의를 없애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은 실제의 공간으로 들어가 전체로서의 사물 지체가 되어야 한다. 회화도 아닌, 조각도 아닌 말그대로 그 자체로 사물이 되어야 한다. 이 순수한 현존, 현재함이 미니멀리즘의 특성이다.
프랭크 스텔라는 액자를 형태와 동일하게 잘라 공간감을 주는 배경 자체를 없애 관계에서 비롯되는 환영을 없애버렸다.
칼 안드레는 관객들로 하여금 벽돌을 또는 금속을 밟고 지나가게 함으로써 그것의 물성, 촉감, 그리고 무게를 직접 느끼게 했다. 그래서 물리적 속성에서 비롯되는 감각의 현재함을 강조했다.
작가의 예술적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존의 재료를 사용해, 전체성·반복성과 같은 형식적 특징을 띄는 것이 미니멀리즘 작품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즉, 환영보다는 객체를, 형태보다는 공간을, 작가보다는 관객을 중시하면서 지각으로 느끼는 현재함을 강조한다.
1960년대 이후 미술의 다양한 흐름은 이 미니멀리즘의 특정 측면을 계승하거나 혹은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포먼스’는 미니멀리즘의 연극성을, ‘과정예술’은 이것의 시간성을, ‘신체예술’은 이것의 신체성을 각각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설치예술’, ‘대지예술’ 등은 사물을 특정한 장소에 배치해 맥락을 창조하는 미니멀리즘의 특성에 근원을 둔다.
2. 미니멀리즘을 연 프랭크 스텔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1번출구)과 삼성역(4번출구)
중간에 있는 포스코센터는 강남 테헤란로의 총 길이는 4km, 테헤란로가
시작하는 지점으로부터 정확히 2km 되는 곳에 위치한
것으로 이 거리의 중심쯤에 있다.
이 건물의 앞마당에는 가로
9m, 세로 9m, 높이 9m에 무게가 무려
30톤이나 되는 고철 덩어리 조형물이 있다. 이것은 바로
현대미술의 대표적 거장인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 의 '꽃이 피는 구조물
(부제 : 아마벨)’이다. 이것은 스텔라가 포철의 의뢰를 받아
1년 반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포스코센터 앞에 세워진 공공미술 1세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의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
1960년대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1936-) 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몰덴에서 태어나, 현대미술사에서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이자 역사상 가장 영원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Tomlinson Court Park 1959, Frank Stella, 1976
'아마벨'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프랭크 스텔라의 친구 딸의 이름이다. 프랭크 스텔라는 친구
딸이 비행기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자, 스테인레스 스틸에 그
비행기의 잔해를 더해 1년 반 동안 엄격한
설계와 작업을 거쳐 1997년 이 작품을 완성했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으로
시작해 새로운 추상회화와 조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실험을 계속해 온 스텔라의 작품세계를 압축한 듯한 이 '아마벨'을 두고 말들이 많다. 흉물스런 고철 덩어리다, 포철회장의 비자금과
관련있다, 대중성 없는 미술이다
등의 안좋은 인식들도 많지만, 밑에 서서 위를 올려다
보면, 꽃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찢겨내고 부식시킨 디테일과 섬세하게 빚어낸 주름들이 무엇보다 강력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진 이것은 포스코 건물 외벽 투명한 유리에 노출된 철의 심플함과 대조를 이루며 상호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Frank Stella
3. 현대회화 변천사의 축소판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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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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