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알제리 식민통치는 ‘반인류적 범죄’ (1면)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알제리 식민통치는 ‘반인류적 범죄’ (1면)

알제리를 방문한 대선후보 엠마뉴엘 마크롱이 프랑스에 의한 알제리 식민통치를 비판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 알제리를 방문한 엠마뉴엘 마크롱은 TV에 출연해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정책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표명하면서 결렬한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는 ‘식민지배는 프랑스 역사의 일부이며 인류에 대한 범죄이고 야만적 행위이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과거행위를 직시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 대선후보들이 국제 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선거캠페인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   특히 130여 년간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은 알제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정치인들의 알제리행은 민감하고 위험한 행보가 되어왔다.

마크롱의 발언은 우파진영 즉각적인 항의로 이어졌다. 이들은 우선 알제리 정부가 지금까지 프랑스와의 관계를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해 온 점을 들면서 알제리가 이러한 논쟁의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는 비난이다. 또한 프랑소와 올랑드정부의 경제부 장관을 지낸 마크롱이 알제리 식민통치를 ‘반인류적 범죄’라고 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반인류적 범죄’라는 표현은 나치 범죄 단죄를 위한 개념으로 쓰이기 때문에 법적 변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표현은 일반적으로 시효가 소멸되지 않는 대량학살 범죄를 뜻하기도 해 마크롱의 비판은 법적 소송이나 배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반면 ‘반인류적 범죄’라는 표현은 18세기 이후 식민지배 고발자들에 의해 수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왔던 것처럼 정치적, 도덕적으로 정당한 개념이라는 것이 역사학자 질 만스롱를 비롯한 학계의 의견이다. 프랑스는 식민지배 당시인 1945년 알제리 세티프, 1947년 마다카스카르 등에서 잔인한 탄압과 학살을 범했었다. 프랑스의 이러한 행적은 후진국 개발, 문명화 등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본질은 식민지의 노예화에 기본으로 한 제국주의의 민낯이기에 프랑스 사회에서는 아프고 민감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후보의 일관성 결여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다. 지난 해 11월,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뽀앙Le Point에 따르면 마크롱은 고문사례를 인용하면서 알제리 식민지배는 폭압과 문명화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중산층을 만들어내고 부를 축적하면서 ‘국가’의 출현을 가져왔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크롱은 알제리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소와 올랑대통령과 유사한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사르코지의 경우 ‘오류이며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인정했으며 올랑드는 ‘알제리인들에게 식민지의 고통을 안겨줬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마크롱이 제안한 것처럼 두 대통령은 회개나 사과를 하는 것은 거부했다.

사회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마크롱후보의 발언은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이민자의 지지를 얻는 대신 우파진영을 비롯해 중도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가능성도 크다. 마크롱의 발언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 미숙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알제리문제에 대한 공론화는 현 시점에서 매우 유익하다는 평이 따른다. 알제리 전쟁과 식민지배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며 이로 인한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프랑스 사회의 고질병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상처는 극우진영의 적개심과 향수를 유발하며 식민지출신 프랑스인들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 요인이다. 프랑스가 부끄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평이 따른다.

<사진출처 : 르 몽드>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