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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셰프 곽호건 님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Oct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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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건
- 경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 런던 Le Cordon Bleu에서 Basic Patisserie 및 Cuisine Diploma 수료
-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Assistant Chef de Partie로 근무
-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Chef de Partie로 근무
- 현재 런던에 위치한 프랑스 레스토랑 Orrery Restaurant에서 Senior Chef de Partie로 근무 중


유로저널: 영국 런던에서 한식당이 아닌,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한국인 셰프로 근무하는 곽호건 님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셨는데, 그렇다면 원래부터 요리 분야를 지망하신 것인지요?

곽호건: 이렇게 제 얘기를 들려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제가 처음부터 요리 분야를 지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솔직히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어서 (웃음) 학교 밴드에서 보컬과 베이스기타를 맡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집에서는 대학에 가라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대학이란 곳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학 입학 관련 책자를 보니 다양한 전공들이 있었는데, 어차피 별로 아는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전공들은 저와 안 맞는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 식품영양학과에 괜히 마음이 가서 얼떨결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에 입학해서도 1학년을 마칠 대까지도 요리 분야로 진출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유로저널: 그렇게 요리에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셨는데 어쩌다가 요리를 하게 되셨는지요?

곽호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요리일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서 저와 동기였던 형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도 준비하면서 휴학하던 중, 이 형님께서 집에서 놀면 뭐하냐며 제게 소개해준 일이 웨딩홀 주방보조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단순한 노동만 시켰는데, 한 두 달 지나고 나서부터는 제게 식재료를 다듬는 일도 시켜보고, 점차 이런 저런 다양한 일을 시켜보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방에서 하는 일이, 그리고 요리가 재미있게 느껴졌고, 군입대 전 2년 동안 주방보조 및 선배의 작은 가게에서 장사도 도와보면서 요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군에 입대해서도 취사병으로 근무하셨겠군요.

곽호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와 관련해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사연이 있습니다. 훈련소 기간 중 사회에서 요리를 하다가 온 사람을 모집해서 당연히 손 들고 나갔지요. 운 좋게도 실제로 취사병으로 차출되어 훈련소를 마치고 주특기 교육 차 대전 군수학교에 가서 한 달 반 동안 취사병 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 교관이 그러는데 전군의 취사병들 중 1%만 그 곳에서 주특기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주특기 교육을 마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대 배치를 받기 위해 밤기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렸더니 용산이더군요. 속으로 ‘정말 다행이다, 일단 전방은 아니구나” 했습니다. (웃음) 용산역에 내려서 대기 중 간부 한 명이 차를 태워서 저를 데려가는데, 창 밖을 보니 제가 잘 아는 이태원, 강남역 방향으로 이동하더군요. 결국, 저희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성남에 있는 부대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지요. 자대 배치 후, 처음에는 간부식당에서 일하다가 일병이 되고서부터는 제대할 때까지 관사 사단장님 집에서 개인 요리사로 일했습니다. 당시 저희 사단장님께서 사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시던 터라, 제가 마치 사단장님의 사모님처럼 사단장님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입대 전에는 주로 양식을 하다가 군에 입대했는데, 사단장님께서는 당연히 한식을 요구하시니 참 난감했죠. 지금은 당연히 한식이나 일식에도 관심이 참 많은데, 대학 입학 당시에는 괜히 양식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양식에 주력했더랬습니다. 어쨌든, 사단장님의 요구에 맞게 한식을 만들어야 하니, 요리하다가 도저히 모를 경우에는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께 한식 조리법을 물어보면서 그렇게 한식을 배웠습니다.

유로저널: 제대하고서는 요리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되셨는지요?

곽호건: 입대 전에는 하루에 몇 천 명이 찾는 웨딩홀에서 요리를 했었는데, 군대에서는 어떻게 보면 사단장님 한 명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요리를 한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단장님께서 어떤 날에는 제 요리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또 어떤 날에는 맛이 없다고 하시기도 하더군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한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정말 요리를 열심히 배워야겠다, 요리의 길을 제대로 가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는 호텔에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곽호건: 졸업학년 1학기를 마쳤는데 저희 학교를 통해서 특급호텔 채용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전문분야인 양식 쪽으로 채용을 한다고 해서 서초동 팔레스 호텔에 가서 면접을 봤고, 운 좋게도 채용이 되어 메인 키친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유학 차 영국으로 오기 전까지 계속 호텔에서 근무하게 되었고요.

유로저널: 한국에서 일류호텔에서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갑자기 유학을 결정하게 되셨는지요?

곽호건: 2004년도에 서울 워커힐 호텔에 입사했는데, 당시 헤드셰프가 호주인이었습니다. 제게 레시피(조리법)을 주면 재료, 양 등이 영문으로 적혀 있었는데, 이론 상으로는 그게 어떤 것들인지 알겠지만 실질적인 감은 없었습니다. 마침 당시 주위 선배나 동기들 중에서 해외 유학파 및 해외 경험자들이 있었고, 그 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많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제가 당시 나이도 젊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외국에 나갔다 오라고 조언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2005년 말 경 유학을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유학을 결심하고서 특별히 영국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곽호건: 유학을 결심하고서 저는 국가 보다는 학교를 중심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이미 요리 실무경력을 어느 정도 쌓은 뒤였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학교를 알아보던 중, 르 꼬동 블루(Le Cordon Bleu)로 결정했습니다. 르 꼬동 블루는 프랑스, 영국,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분교가 있는 세계적인 요리학교입니다. 일단, 유럽이 미국에 비해 식재료가 좋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미국은 제외했고, 비록 제가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만 그래도 영어권이 영국이 더 낫겠다 싶어서 영국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스타 셰프로 너무나 유명한 영국인 셰프 고든 람지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들을 보며 싶은 인상을 받았고, 또 영국이 프랑스랑 가깝다는 점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습니다. 실제로 와보니 런던에서 일하는 프랑스 셰프들이 참 많더군요.

유로저널: 졸업하신 르 꼬동 블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호건: 르 꼬동 블루는 앞서도 설명 드렸듯이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양한 나라에 분교가 있는 요리학교입니다. 일단, 제가 졸업한 런던 르 꼬동 블루의 장점은 커리큘럼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마칠 수 있다는 점, 또 유명한 셰프들로 구성된 강사진을 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느 정도 요리에 대해 기본기가 되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제공되는 만큼,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생초보이신 분은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비도 상당한 편이고요. 또, 많은 강사들이 프랑스인들이라 안 그래도 영어 발음을 알아듣기가 어려운데, 게다가 요리 전문용어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더더욱 요리에 대한 기본기가 없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리에 대해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라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교육하는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Westminster Kingsway College) 학교가 오히려 더 적합합니다.

유로저널: 르 꼬동 블루를 졸업하고 런던 시내 레스토랑에서 정식으로 취업하셨습니다.

곽호건: 학생 때부터 런던 시내에 위치한 프랑스 레스토랑인 Orrery Restaurant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처음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때는 제게 중요한 일을 잘 안 시켰지만, 그래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고, 졸업 후에는 정식으로 입사해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서 취업비자를 지원받아 Orrery Restaurant에서 정식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Orrery Restaurant에서 Senior Chef de Partie로 근무 중입니다. 여기서 저처럼 런던에 계시는 셰프 지망생들에게 제가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게, 아무리 요리학교를 다닌다 해도 학교에만 머물지 말고, 쉬는 날에는 돈을 떠나서 무급으로 일을 하더라도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경험을 쌓으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훌륭한 이론을 배운다 해도, 현장에서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더구나 런던에는 정말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훌륭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합니다. 그곳들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훗날 훌륭한 셰프가 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로저널: 일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곽호건: 일단, 처음에는 언어, 문화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저희 식당에 동양인은 저 혼자거든요. 처음에는 아무하고도 말도 안 하고 그저 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퇴근 후 맥주도 한 잔 할 만큼 동료들과 친해졌습니다만.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양식을 하고 있으니, 현지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라 양식에 단련된 입맛을 갖고 있지만, 한국인인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욱 많이 배워야 합니다. 대신 제가 보기에 섬세한 손재주나 칼재주는 오히려 동양인이 더 낫다고 봅니다. 즉, 동양인도 충분히 훌륭한 서양요리 셰프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외에 셰프라는 직업 자체가 업무강도가 상당한 직업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아침 8시에 출근해서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자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셰프들이 근무하는 레스토랑들은 더더욱 업무강도가 높습니다. 당연히 체력관리가 필요한데, 미혼으로 혼자 살면 막상 밥도 잘 못 챙겨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 많은 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밥 한 끼 챙겨먹기가 어려운 직업이 또 이 셰프입니다.

유로저널: 반면에 셰프로 근무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혹은 직업을 정말 잘 선택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

곽호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무 중 웨이터가 와서 제가 만든 요리를 손님이 맛있어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낍니다. 하다 못해 제 친구들을 불러서 요리를 해줬는데 맛있다고 해줘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요리가 단순히 사람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인식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즉, 이제는 요리가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셰프의 역할도 중요해졌고요. 예전에 한국에서는 요리사라고 하면 그렇게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셰프라고 하면 인식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에 앞으로 한국에서도 스타셰프들이 많이 나올 것이며, 그에 따라 음식문화도 훨씬 더 발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곽호건: 일단 당분간은 영국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추후 보다 높은 직위에 올라서게 되면 매니지먼트 분야를 배워서 요리 외에도 식자재 주문, 가격 선정 등의 업무를 꼭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과 EU의 FTA를 통해 농수산물 규제가 풀리면, 한국에 유럽 현지 식자재를 공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최종적으로는 제대로 된 유럽 식자재를 가지고 한국에서 제대로 된 양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내는 게 꿈입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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