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 삼년의 세월
진실이 가려지면 많은 음모론이 무분별하게 기지개를 켠다. 세간의 여론을 술렁이게 할 음모론에 일일이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면 모든 음모들은 봄볕에 눈 녹듯 사그라진다.
어리석은 지도자는 음모론에 변명하며 맞대응하는 것이다. 음모를 잠재 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진실을 공개하면 된다. 평범한 민초들에게 숨겨야 할 진실이 있다면 막중한 파괴력을 갖지 않는다. 설혹 진실을 감춘다하여도 개인적인 것으로는 국익에 해를 가하진 않는다. 권력의 제복이 화려할수록 감춰야 하는 진실은 많아지는 법이다. 정치인들은 그 한 조각을 찾아내 끊임없는 진실 공방을 벌인다. 진실 여부를 논한다는 것은 이미 거짓을 내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인간 세상에 완전한 진실은 존재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 진실은 거짓이 될 수 있고, 다시 거짓은 다시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절대 진실은 존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상이 존재하는 한 진실공방의 수레바퀴는 쉼 없이 돌고 돌아야 한다.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백성들은 그 진실 한편을 택해야 하는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왜 인간은 진실의 실체 앞에 다툼을 해야 하고 편당을 가려야 하는 걸까? 언제부터 인간은 진실에 관하여 쫓고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 누구도 진실할 수 없다. 다만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을 오픈 할 뿐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진실일 것이다. 진실을 감춰야 하는 이유는 특정인의 정치적 권력 유지나 이익과 관련된다. 이러한 진실이 감추어진 상태에서 발전된 문명은 인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문명 세계에 산다는 것은 가공할만한 인재를 겪을 수 있음을 암시 한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떨어지는가 하면 땅속에서 가스가 폭발하여 한 도시를 삼키기도 하고, 거대한 선박의 침몰, 열차, 빌딩의 무너짐은 자연재해나 전쟁보다 더 많은 고통을 안겨 준다. 문명세계에서 사고는 불가항력일수밖에 없다. 빈틈없이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할지라도 어느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대형 사고를 일으킨다. 사고 원인은 거대한 기계결함이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사고 발단이 된다.
미국 출신의 보험회사 관리감독관이었던 하인리히에 의하면 사고가 났다는 것은 그것이 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1:29:300법칙 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선진국들은 하인리히의 연구를 법칙처럼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언제 부터 사고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는가. 워낙 많은 사고에 노출되다 보니 안전 불감증에 중독되어 있다. 한 번의 대형 사고에는 300번의 위험신호가 있었다는 것을 역으로 생각하는 것이 후진국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300번이나 위험한 상황을 넘겼는데 라는 안일주의에 빠져있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사고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에 살면서 뉴스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보도를 접하기 힘들다. 사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 뉴스마다 등장하지는 않는다. 조국의 뉴스를 보면 매 뉴스에 빠짐없이 보도되는 내용은 교통사고이다. 가슴이 서늘할 만큼 대형 사고들이 전국에서 앞 다투어 매일 발생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 전쟁에서 사망한 숫자를 능가한다는 보고는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2017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304명의 희생자들, 아직 9명은 시신도 찾지 못했다. 온 국민을 분토케 하는 것은 단원고 학생 250명이 사망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 1073일 만에 5천 548억 원을 들여 뭍으로 그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찢겨 마치 앙상한 겨울나무와 같은 을씨년스런 세월호를 바라보는 마음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꿈도 피워보지 못한 소년 소녀들, 그 가족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문명세계에서 사고는 불가항력적이라 했다. 그러나 사고 후에 반드시 그것을 도의적이든 법률적이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배가 침몰해가는 1분1초를 다투는 시기에 국정 책임자는 7시간 동안 행방을 밝힐 수가 없다 한다. 그 시간 동안 설혹 의로운 일을 했다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탄핵감이며 국민으로 부터 심한 몰매를 맞아야 한다. 6800톤 급 여객선이 완전히 침몰 하는 데만 만 2틀이 걸렸다. 조금만 빨리 서둘렀다면 배안의 모든 사람을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분노가 침몰 보다는 사건 수습을 신속하고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말만 믿고 죽기까지 기다렸던 친구들에게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어른이어서 죄송스러울뿐이다.
그들이 죽어가는 장면은 마치 AI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은 아이 로봇이다. 인류의 질병과 온실가스 배출, 저출산으로 인하여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구촌은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병들지도, 죽지 않을 인공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낸다. 로봇을 입양하기로 결정된 부부의 아들은 식물인간으로 있은지 여러 해여서 실제적으로는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집이었다. 로봇을 자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단어를 주입시켜야 한다. 엄마 모니카 주인공은 떨리는 마음으로 로봇의 뒷덜미에 손을 대고 단어를 나열한다. 덩굴, 소크라테스, 미립자, 데시벨, 허리케인 - 돌고래, 튜울립 - 모니카, 데이빗 - 모니까. 로봇의 표정이 달라진다. 엄마 품에 안긴다. 이젠 로봇이 아니라 자녀로서 생을 터득하고 배우게 된다.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다. 몇 해 동안 식물인간이었던 아들의 의식이 돌아오고 회복된 것이었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로봇과 진짜 아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난다. 로봇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로봇 아이는 엄마를 붙잡고 애원한다. 진짜 소년이 되면 집으로 와도 되는가 묻는다. 그가 믿었던 것은 엄마가 읽어준 동화의 피노키오가 진짜 인간이 되는 장면이었다. 집에서 쫓겨난 로봇 소년은 푸른 요정을 찾아 목숨 건 위태로운 여행을 한다. 요정 앞에 다다랐을 때 지구촌은 빙하기를 맞게 되고 모든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 얼음 속에서 로봇소년은 천년이 지나도록 푸른 요정의 모형 앞에서 빌고 또 빈다. 그의 소망은 오직 하나 집으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기는 것이었다.
천 년의 기다림, 그것은 마치 1073일 동안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안에서 소년 소녀들은 기다렸다. 그들의 소원은 오직 한 가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음모론처럼 그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자가 있었다면 그들의 혼령들이 그들을 심판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대형 사고는 예고된 사고였다. 힘 있는 자들은 그 진실을 감추고 있다. 문명사회에서 대형사고 발생을 아예 없앨 순 없다. 그러나 사고를 최소한 줄여야 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사고 후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함을 상식적인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에 그것을 최종결정해야 할 권력자는 연락두절이 되었다. 세간에서는 그 시간을 두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날개를 달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으로서 파면을 당하고 영어의 몸이 되어서도 그는 침묵하고 있다. 본인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3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어른들에게 뼈아프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달라진 것이 없지 않는가? 살 길 찾아 떠나야 하는 철새 청지인들, 자기 하나 살기 위해 세간의 눈치만 보는 기회주의 정치인들을 보면서 어찌 그들만을 탓할 것인가. 지난 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 밤새도록 술을 마시면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정확한 소리는 아니지만 같은 소리를 계속해서 반복하기에 신경이 쓰여 밤잠을 설쳐야 했다. 장미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을 평가하는 내용으로 짐작되어 진다. 내용은 정확하게 들려오지 않지만 대표 후보들의 이름이 열거된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감인지를 다투는 것 같다. 그들은 마치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술을 먹고 후보들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그들은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달라져야 한다. 이는 정치인들만의 숙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늘의 명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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