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2 신발산업 붐’신발끈 다시 묶다
고무 수입항이 있던 부산진구 일대는 우리나라 신발산업의 발상지이자 메카였다. 1950년대부터 직접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점차 그 규모가 커져 삼화고무와 보생고무, 동양고무, 진양고무, 태화고무 등 당시 5대 대기업 신발공장이 모두 이곳에 있을 정도였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발하면‘메이드 인 코리아’로 통할 정도로 수출에서도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면서 산업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임금 인상 등 가격경쟁력까지 잃게 되면서 거래처들이 하나둘씩 떠나갔다.
자체 브랜드 없이 글로벌 기업의 OEM에 의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로 계속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도 약 260여 개의 소규모 기업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신발 소공인들은 뛰어난 기술 노하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신발산업을 호령하던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부산 동의대학교와 손잡고 신발·가죽·가방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이하 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2015년 6월 개설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공동인프라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2015년 12월, 공동인프라 시설인‘슈플레이스(SHOE PLACE) 범천’을 개소하면서부터다. 이곳은 직접지 소공인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동전시홍보관과 공동비즈(BIZ)지원관으로 구성돼 있다.
공동전시홍보관은 공동브랜드 제품 전시와 바이어 상담 등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향후 제품 판매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또 공동비즈지원관은 소공인들이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교육은 물론 디자인 개발과 제품촬영 지원, 최신 트렌드 정보 제공 등 첨단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소공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소공인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신발의 기초인 신발틀을 만들고 있는 부일라스트 복상규 대표는 “깔끔하고 세련된 슈플레이스 범천이 생기면서 주위의 평판이 좋아져 자부심까지 느낀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이곳을 찾아와 다양한 지원과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생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소공인들이 서로를 경쟁상대가 아닌 공동체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힘은 자발적인 부산신발소공인협동조합(이하 신발협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신발협동조합에 가입한 소공인 대표 5명이 힘을 합쳐 정부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부산동구 자유시장에 오프라인 매장인 ‘슈플레이스 1호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홍보와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신발협동조합 이사장인 오성제화 조동준 대표는 “신발 소상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협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상생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되었다”며 “아직까지는 OEM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계속적인 교육과 전파를 통해 더 많은 소공인들이 자체 브랜드를 통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성과확산 워크숍’에서 열린 우수사례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