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더 강경해진 Brexit 협상 가이드라인 승인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통보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이 거의 모든 이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4월 29일 임시 EU 정상회의에서 27개국 정상들은 회의 시작 4분 만에 EU측 협상 가이드라인에 대하여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영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한 이 가드라인의 승인에 따라 EU는 오는 5월22일께 세부지침을 마련, 6월8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 이후 본격적인 양자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 전문 언론 폴리티코 보도를 인용한 KBA Europe에 의하면 이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 탈퇴(Brexit) 협상에 있어서 통상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 개시 시점, 영국에 체재하는 EU 시민의 권리, 분담금 및 국경 문제 등 EU측의 기본 협상 방향을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EU의 가이드라인은 3월31일 발표된 초안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아일랜드 등 최근 떠오른 문제에 대해 EU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등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EU 정상들은 ‘영국과의 미래 관계를 정하는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때만 논의한다’고 명시해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동시 진행’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영국과 스페인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대해서는 관련 협상 결과가 스페인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했다. 초안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루지 않았던 영국령 북아일랜드 문제에 대해서는 아일랜드가 통일될 경우 북아일랜드에 EU 회원권을 부여하기로 해 사실상 ‘영연방의 해체’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EU 측은 협상 1단계에서 EU 회원국 분담금 등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정산해야 할 '이혼 합의금' 문제와 영국 내 EU 시민들의 권리 보장 등을 해결한 뒤, 다음 단계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U와 영국은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영국측은 협상을 비공개로 하자고 했지만, EU 측은 "그럴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협상의 모든 과정을 공개한다는 입장으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한편, 이와같은 EU 27개국 정상들의 EU측 협상 가이드라인 승인에 대하여
Jean-Claude Juncker EU 집행위원장은 'EU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속한 합의'라며 환영하는 뜻을 표명하였으나, 향후 탈퇴 협상이 본격화되면 집행위의 협상 지침 등과 관련하여 회원국간의 의견 대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스페인과 몰타는 자국에 체재하는 은퇴한 영국인에 대해, 그리고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영국에서 일하는 자국민의 이해관계와 관련하여 다른 회원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영국과 깊은 통상관계를 가져온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 회원국과 EU 탈퇴에 대한 보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독일과 프랑스 등의 입장이 대립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제기되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떠나기로 한 만큼 '하드 브렉시트'와 '독립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시기로 브렉시트 협상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가을과 2019년 봄 사이를 거론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 소재하는 2개의 EU 기관인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이전을 둘러싸고도 유치 희망 회원국간 대립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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