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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02:47
한국과 프랑스 극단주의자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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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 극단주의자들의 합창 프랑스 국민들은 5월 7일 차기 대통령으로 에마뉘엘 마크롱을 선택했다. 마크롱은 66%의 지지율로 승리했고, 마린 르 펜은 35%의 지지율로 패배했다는 공식 발표 이면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5% 가량의 목소리와 투표에 참여했지만 두 후보 중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기권표 8.8%도 있다.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백지 투표 vote blanc’ 라 불리는 기권표는 투표장에 가서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이번 대선의 특이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 항상 일요일에 투표하는 프랑스 한국에서는 연휴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정 농단 '덕분에'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 대선 뉴스를 다루는 기사에서 프랑스 선거들은 늘 일요일에 실시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휴일에 투표하니 일하느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대리투표도 가능하다는 것도 소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부정 선거의 악몽과 우려를 반영하는 문화적 차이로 보인다.
# 제 논에 물대기 바쁜 후보들 안철수 후보는 프랑스 대선을 언급하면서 "의원 하나도 없는 정당 후보가 1등으로 결선 투표에 올랐는데 프랑스를 가로막았던 60년 양당 체제를 국민이 버렸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몇 년 전 여론 조사에서 과반수를 넘나들던 그의 지지층은 대부분 진보 진영이었다가 이번 대선에서는 우파 진영으로 바뀌었다는데, 소수당 소속이라는 약점을 뜬금없이 프랑스 마크롱 후보와 동일시 하면서 지지해 달라는 그를 보면 '토론회'라는 검증 장치가 있어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장님 마인드'라는 지적에 '그렇지 않습니다'만 반복하는 안쓰러운 모습이 그의 정치 철학이 한 단계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빌어 본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프랑스 국민들은 수십 년 자기들끼리 해먹은 기존의 거대 정당들을 버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크롱 후보는 사회당을 떠나 독자적 정치 세력을 추진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마린 르 펜의 국민전선은 이미 수십 년 간 평가를 받아왔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정의당도 진보 세력의 분당 이후 처음이긴 하지만 그 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왔었다는 사실을 축소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 새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39세)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1953년생으로 마크롱보다 24살 연상이다. 마크롱의 아내 브리지트 트로뉴는 마크롱이 아미앵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 교사이던 아내를 만나 사랑을 키웠다. 두 사람은 2007년 결혼했다. # 공공 일자리 정책 공공 일자리 정책에 대한 한국 후보들의 태도가 흥미롭다.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OECD 통계를 인용하며 턱없이 부족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승민 후보는 논리 정연하게 공무원 숫자 늘이는 데 반대했다.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건 교육 개혁이라는 안철수 후보는 왜 학제 개편이 필요한 지 구체적인 설명도 못하면서 OECD 통계가 잘 못된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 후보 홍준표는 강성 귀족 노조 때문이라는 궤변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주장한다. 한국 언론에서 프랑스 대선 후보들의 공무원 감축 공약을 보도하면서 실제 고용 규모나 비율을 설명하지 않고 감축 규모만 얘기하는 기사들이 넘쳐 난다. 2011년 OECD 통계에서 보면 프랑스는 약 22%, OECD 평균은 15%, 한국은 6.5% 정도라고 한다. 우파 후보 피용은 50만명 감축을 마크롱은 12만명 감축을 주장했다고만 소개하는데, 프랑스의 공무원은 5백6십만여 명에 달한다거나 22%를 넘는다는 것도 함께 소개해야 기본을 갖춘 기사라고 봐 줄 수 있을 것이다. # 동성애를 바라보는 프랑스 극우와 한국 극우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직전에 벌어진 샹젤리제 테러 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식이 있었다. 모두가 그의 희생을 슬퍼하는 상황에서도 왕년의 극단주의자 장 마리 르펜의 발언은 주목을 끌었다. 반 이민, 반 유럽연합, 반 무슬림 발언의 극단을 달리는 장 마리 르펜은 희생된 경찰관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그의 파트너가 대표로 추모사를 했다는 사실을 들어 테러로 희생된 경찰관에 대한 장례식이 동성애 추모식 같아서 충격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미 수 차례 인종 차별주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으며, 그가 창당한 국민 전선을 혐오스러운 '극단주의' 정당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반면에 국민 전선의 극단주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마린 르 펜의 현실적 입장은 조금 다르다. 아버지가 혐오스러운 발언을 하는 동안 그녀는 그 경찰관을 위한 장례식에 참석하였고, 프랑스에서 합법적인 동성혼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 차별과 국수주의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극단주의로 낙인 찍혀 있지만 소수자의 인권 등 여러 면에서 정책의 변화를 통해 지지율을 높여 왔기 때문에 결선 투표에서 35% 가량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 홍준표의 억지와 언론의 팩트 체크 또하나의 장면은 한국 대선 토론회에서 벌어졌다. 군대 내의 동성애가 군의 전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는 홍준표 후보, 교묘한 질문으로 함정을 파놓고 문재인 후보가 걸려 들기만 기다리는 그의 질문은 그가 노리는 지지층의 극단주의, 프랑스에서는 실정법에 위반되어 끊임없이 처벌 받아야 마땅한 차별주의적 발언은 묘하게도 문재인의 답변으로 초점이 흐트러진다. 서울시가 동성애자들의 집회를 허용한 것도 문재인의 잘못 아니냐고 던져 보고,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는데 한국 언론의 초점은 대부분 문재인의 답변으로 옮겨졌다. 그러니 홍준표 후보는 극단주의자들의 입맛에 맞다면, 소수로 전락해 가는 극단주의 세력에 유리하다면 헌법에 위반되는 주장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다. Jtbc 효과로 대부분의 언론들이 열심히 팩트 체크를 내놓고 있기는 하다. 거기에서는 홍준표의 발언이 압도적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 가고 민주주의의 기본선은 물론 실정법을 위반하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들이 나오는데도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언론들의 자세는 극단주의가 판치는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처럼 보일 뿐이다. # 극단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토론들 1차 투표에서 2 후보를 뽑아 2 주 후에 결선 투표를 치르는 프랑스에서 양자 티비 토론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이번 토론에서도 마린 르 펜은 허위, 왜곡 등 극단주의적인 주장을 펼쳤고 마크롱은 비교적 잘 방어했다. 심지어 허위 사실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도 이어졌다. 이 토론이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결선 투표가 결정된 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 줄어든 18%로 발표되었지만 최종 결과는 30%를 넘어섰다는 사실에서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 대학 등록금이 2배 이상 급등했다는 홍준표 후보의 주장을 팩트 체크해서 일부 왜곡된 것이라는 팩트 체크 수준에 머물렀지만 프랑스 언론들은 극단주의 후보와의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수없이 터져 나오는 허위, 왜곡, 과장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극단주의 후보가 지지율이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지만 프랑스에서는 극단주의의 민낯을 지적하는 언론과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극단주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프랑스 유로저널 정종엽 기자 eurojournal27@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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