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자 신간도서 소개]
1)
보통의 행복·보통의 자유 향한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의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이 북라이프에서 출간됐다.
2017년 4월 17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캐서린 스위처는 등번호 261번을 달고 42.195킬로미터를 완주했다. 50년 전인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달았던 그 번호다. 캐서린 스위처는 당시 남성의 영역이던 마라톤에 참가해 주최 측의 격렬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풀코스를 달렸다.
그녀는 ‘달리는 여성’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마라톤에 있어서 견고했던 ‘금녀의 벽’을 사라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도 달리기를 하는 여성들이 온전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2천 명의 여성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3분의 1가량이 혼자 달리기를 하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고 3분의 2는 혼자 달릴 때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저자는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10여년 간 약물과 우울증에 빠져 있던 한 여성이자 ‘달리는 여성’이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달리기를 통해 비로소 기나긴 우울의 터널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곧 ‘달리기를 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겪게 되고 수 세기 동안 억압되어 왔던 여자의 위치에 대해 들여다보게 된다. 그녀는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느낀 놀라움은 이전에 읽은 달리기 관련 책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달리는 여성의 자유를 위해 직접 책을 쓰기 시작한다.
캐서린 스위처처럼 용기 있는 여성들의 활약은 많은 이들의 생각에 균열을 낳으며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캐서린 스위처뿐만 아니라 역사가 기억해주지 않는 ‘달리는 여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왜곡된 한 줄 기사로 소개된 여성 마라토너들.
자유 의지를 갖고 그저 세상과 달리고 싶었던 그녀들의 욕망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보여준다. 또한 책, 그림,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드러나 있는 여성의 달리기를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은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달리는 여성에게 ‘세상’이 보내왔던 협박과 경고의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단호하게 거부하며 여자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즐겁게 달리는지 직접 온몸으로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페미니즘 이론과 문학 이론, 문화 비평을 감동적인 개인사와 함께 엮어 달리기가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흥미롭고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2)
진정한 아빠의 역할을 탐구한 교양서 ‘좋은 아빠 되는 길’
개인주의와 핵가족화, 1인 가구가 굳어진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아빠의 의미와 역할을 찾아보고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를 연구한 ‘아빠 자리 찾기’ 책이 출간되었다.
북랩은 문학박사이면서 국어교사 출신으로 현재는 ‘인생성형가’로 활동 중인 정형기의 <좋은 아빠 되는 길>을 펴냈다.
8세기 전에 만적이 울분을 터뜨리며 신분 철폐를 외치고 형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졌지만 지금도 좋은 아빠를 만나야 잘사는 시대이다. 왕후와 노비의 이름이 금수저와 흙수저로 바뀌었을 뿐 보이지 않는 신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아빠는 누구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려고 책을 썼다.
좋은 아빠는 재력과 지력을 갖춘 아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력보다는 지력이 훨씬 중요함을 강조했다.
자동차만 운전하려고 해도 운전면허가 필요한데 천하보다 귀한 자식을 키우는 일은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든 여자를 만나 아이를 낳으면 아빠가 된다. 그러다 보니 무자격 아빠가 많아 잘못해서 아이를 망친다. 아빠는 최초이자 최고의 스승이다. 하지만 아빠들은 아이를 자기 맘대로 바꾸려 한다.
정작 바뀌어야 할 사람은 아빠인데 아이에게만 문제점을 찾는다. 저자 역시 두 아이 아빠로서 한 세대 가까이 살면서 수없이 실수를 겪었다. 다행히 아버지 뒤를 따라 아빠노릇을 그런대로 했으며 두 아들은 그사이 성인이 되었다.
저자는 초등학교 2학년 중퇴생으로 평생 농사를 지으면 살았던 그의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의 아버지는 교회 장로로서 유교와 기독교를 수용하여 자녀를 소유물이 아니라 신의 선물로 여겨 헌신적으로 자녀를 키웠다. 가부장적인 속성을 기독교적인 박애로 녹였으며, 말보다 발로 말한 뒤에 오래 기다린 덕분에 6남매가 무난히 자랐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아빠노릇을 소통, 모범, 책임으로 나누었다. 그 가운데 소통을 우선으로 두었다. 한국의 아빠들은 유교적 서열 주의에 입각하여 자녀를 함부로 다루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통이 되면 모범과 책임도 효과가 드러난다. 일부 아빠들은 자녀를 부양하면 그 역할이 끝난 줄 안다.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주면 자녀교육은 엄마가 알아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자녀를 망치는 수가 많다. 엄마 혼자 자녀교육을 하면 균형과 조화가 깨지는 데다 엄마들은 흔히 교육을 단거리 경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로 아빠가 자녀교육을 외면하고 엄마가 자녀교육을 망치면 자녀를 바로잡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아빠와 엄마가 함께해야 자식이 잘 자란다. 아니 둘이 힘을 다해도 잘하기 어려운 게 자식농사이다. 천하의 세종이나 재벌들이 맘대로 못한 게 바로 자녀교육이었다.
이 책이 다른 자녀교육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교육을 기술이 아닌 철학으로 고찰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서는 스킬에 치중하고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자녀교육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길을 만드는 일이다. 그 환경이 다르므로 천차만별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보통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득권층, 부자의 이야기가 아닌 농부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지방에서 자라 대학을 나온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교육을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자녀교육은 종합예술이다. 아빠는 의사, 판사, 교사, 목사, 부하, 대장, 더러는 엄마와 형의 역할도 해야 한다.
교육은 정치, 역사, 사회, 종교, 문화 등이 융합된 모양이다. 그것을 성적에 가두거나 학교에 집어넣으려고 시도하면 그 원형이 깨진다.
그리고 저자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두루 경험한 다음에 아빠노릇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생애 전반을 고려하여 자녀교육을 이야기했다.
인생이 유아기에 결정이 되느니 초·중학교 4학년 때 가름이 난다느니 하는 말은 틀린 것이다. 인생 여정은 하나같이 중요하며 그 경중을 따지기보다 모든 시기를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 생애 여정을 한결같이 중시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자식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관이라고 말한다. 아빠가 자녀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교육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계급과 집단으로 돌아가므로 아빠들은 흔히 자녀를 부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자녀를 친구처럼 보고 소통하며 서로 자라면 좋은 아빠가 되고도 남는다.
포유동물 중 수컷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거의 유일한 경우가 인간이다. 하지만 아빠들이 가족에게 왕따를 당하는 까닭은 옛날처럼 군림하려는 데 있다. 권위를 조금만 내려놓고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다른 가족의 지지를 받으면서 살 수 있다. 저자는 그런 아빠가 되려는 사람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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