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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 두 신임 대통령의 집권과 한국 언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정상적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정상적인 뉴스가 드물었던 탓일까? 거의 모든 뉴스, 특히 기대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인사와 조치들로 국민들은 감동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비난을 일삼고 있고, 꼬투리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80%를 넘는 지지도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고 ‘정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마크롱, 총선을 위해 우파 총리 지명
 
국제 뉴스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신임 대통령 엠마뉘엘 마크롱의 취임 소식도 비슷한 어휘들로 가득차 있다. 탕평이니 파격이니 하는 단어들로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와 비교하긴 좀 무리일 것이다. 우선 우파 공화당 소속 정치인 에뒤아르 필립을 총리로 지명했는데 이는 곧 있을 의회 선거에서 우파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더 많이 끌어 모으려는 선택으로 보인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 시절 경제부 장관을 맡아서 사회당 노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우파 성향의 경제 정책을 추진했던 마크롱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사회당 지지자들의 편가르기에 성공하여 상당수를 자신의 우클릭 노선을 지지하는 중도 우파 지지자로 끌어온 만큼 우파 지지자들도 상당 수 끌어와야만 의회 과반수, 최소한 다른 당과 연합하여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제 1당으로 만들려고 선택한 것이다.
 

# 남녀 동수 내각, 하지만 약한 비중의 여성 장관들
 
프랑스에서는 이미 남녀 동수의 내각 구성이 낯설지 않다. 지난 사회당 정부에서도 그랬다. 국방장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도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비중이 떨어지는 부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남녀 동수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지킨 셈이다. 아직은 전진하는 공화당 내에 가능성 있는 후보자가 많지 않다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비정치인 출신이 내각의 절반을 차지하고, 좌파 출신 정치인 6명과 우파 출신 장관 2명, 우파 출신 총리를 뽑았다는 것은 총선을 위한 인선이기도 하고, 그 자체적인 한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곧 있을 의회 선거에서 내려질 것이다.
 

# 드디어 장관직 수락한 니콜라 윌로
 
흥미로운 장관 지명자는 니콜라 윌로라는 사람이다. 정권 교체 시기에 우파나 좌파 정부에서 늘 거명되던 유명한 환경운동가이기 때문이다. 늘 몇 일 간 장관으로 들어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윌로는 거절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었기에 이번 장관직 수락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프랑스 전기 등 일부 분야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EDF 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다는 뉴스도 이어진다.

 
# 좌파 정부의 우클릭
 
한국 뉴스에서는 계속 ‘노동 개혁’이라는 어휘로 뉴스를 전하고 있으나 그것이 정말 개혁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마크롱은 이미 장관 시절에 일요일에도 24시까지 문을 열 수 있는 관광 특구를 지정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아주 반가운 조치임에 틀림없다. 파리에 며칠 여행 온 사람들이 하필 일요일이면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선택의 폭이 대단히 좁았고, 늦게까지 관광하는 지역에서도 일찍이 문을 닫는 파리시에 일요일에도 열고, 평일 늦게까지 여는 상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들과 합의해야만 열 수 있도록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지만 휴일에는 휴식한다는 가치관을 고수했던 좌파 지지자들과 정치인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이처럼 전통적인 좌파 가치를 벗어나는 마크롱 장관,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사회당 정부와 프랑수와 대통령의 인기도는 추락하게 된다. 우파 지지자들은 좌파 정부니까 지지하지 않고, 좌파 지지자들은 우클릭 하는 정부라고 반대하니 인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세계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거나 주도하려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좌파는 아직 전통적인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흐름에 다소 혼란스럽게 대응하고 있는 편이다.
 
프랑수와 올랑드의 집권 기간 중 최저 지지도 기록이 4%였고 현재 마크롱의 지지율이 62%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끌어와서 올랑드의 4%에서 마크롱의 62%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한국 기사 제목도 나온다. 이전 정부들의 정권 교체에 비하면 거의 정권 재창출과 유사한 마크롱의 집권이고, 올랑드 대통령이나 세골렌 루와얄 등 다수의 사회당 거물급 정치인들이 마크롱의 당선에 기뻐하는 것을 보면 정권 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가깝지 않을까? 사회당과 좌파 지지자들이 올랑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만큼 올랑드 대통령도 사회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대응을 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 예고된 강한 저항
 
곧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 대표들을 만나 자신의 노동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 프랑스 노조들과 국민들이 어느 정도 저항할 지는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35 시간 노동제 등 프랑스의 전통적인 노동 정책의 뼈대는 우파 정부를 거치면서도 일부 수정되었을 뿐 그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민적 저항 때문이고, 강경한 우파 대통령도 노조와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이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노동 개혁이라는 제목 하에 열심히 전하고 있는 마크롱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갖다 쓰면 어떨까? 주당 35 시간 노동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노사가 합의하면 좀 늘일 수 있는 정책이라면 한국에서는 극좌파의 정책이라고 난리가 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정상 근무 외의 노동에는 추가 수당이 더 붙고, 휴일에는 더 많이 붙을 테니까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의 실업, 특히 청년 실업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일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40 시간, 추가 52 시간 노동 규정만 제대로 지킨다면 어떨까? 지난 대선 운동 중 많은 후보들이 노동 시간 감축과 칼 퇴근 등을 공약했고,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겠지만 그 정도 수준이라도 ‘개혁’ 되어야 할 정책일 것이다.

 
# 마크롱 정부 지지도 상승세
 
프랑스는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가 달라 여러 차례 동거 정부를 경험했다.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권한은 일부에 한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권이 바뀐 것으로 본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는 개헌으로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동일하게 5년씩으로 바꾸었다. 먼저 대통령 선거를 치러서 어느 한 쪽이 승리하게 되면 곧 있는 의회 선거에서 그 쪽을 밀어주어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의회 선거는 많이 다르다. 전통적인 우파 혹은 좌파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제 3세력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번에도 밀어주기 식 의회 선거가 될 것인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대선 1차 투표에서 30%에 훨씬 못 미치는 지지를 받았지만 결선 투표를 거치면서 지지도를 많이 끌어 올렸다. 결선 투표 직후에는 26%, 그리고 29%를 기록했던 그의 지지도가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32%를 얻었다. 좌파 중 우파로 이동 중인 유권자들과 중도파, 그리고 일부 우파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현재 전망으로는 거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 유로저널 정종엽 기자
eurojournal25@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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