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아이 웨이웨이 5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아이 웨이웨이 5

4) 도발적인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는 외설적인 행위를 통해 권위에 대한 멸시와 저항을 표현하면서, 작품에 심지어 자신과 타인의 음부까지 노출했다. 그 중 대부분은 지나치게 음란하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Study of Perspective, Ai Weiwei , 1995-2011, 2014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이 그만의 독특한 예술의 형태는 아니다. 한 예로, 최근 베이징의 한 남성 예술가가 예술 창작의 명목으로 공공 장소에서 섹스를 하다 구류된 바 있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다.

Naked Ai Weiwei

세계가 아이 웨이웨이를 주목하게 되는 사건들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우리들의 편견과는 달리, 중국 매체의 대부분은 이미 정부의 엄격한 통제로부터 벗어난 지 오래됐다. 2008년 5월 12일 쓰촨(四川)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부 언론은 현지의 열악한 학교시설 때문에 어린 학생들 중 사상자가 많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아이 웨이웨이는 지진지역 학생의 사상(死傷) 실태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현지 각급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난학생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동시에 사망 학생의 학부모를 직접 조사해, 2010년 초 무려 5,200명의 이름을 수집했었다.

아이 웨이웨이의 이런 활동과 그에게 쏠린 세계 언론의 관심 때문에, 쓰촨 정부는 2009년 5월 결국 사망 학생의 수가 5,300명에 달한다고 공개적으로 공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 웨이웨이는 현지 정부 인사로 보이는 한 사람에게서 폭행까지 당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2년 여에 걸친 조사로부터 사망학생 명단 공포에 이르기까지의 일련과정을 그는 행위예술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더 많은 명성을 얻게 되었다.

Remembering (detail), Ai Weiwei, 2009

2009년에는 독일 뮌헨의 ‘So Sorry’전시에서 아이 웨이웨이는 5가지 색의 9000개 어린이 가방을 이용해 미술관 벽을 중국어로 수놓았다. 이 작품속 배낭들로 이루어진 중국어는 “그 여자 아이는 7년 동안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자식을 잃은 한 어머니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Snake Ceiling, Ai Weiwei, 2009

이것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이 발생하여 사망한 초·중·고 학생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들의 책가방을 사이즈 별로 제작하여 뱀 형상으로 만든 것이다.

한편 아이 웨이웨이는 쓰촨성 학교의 부패 사건 또한 파헤쳐서, 부실 시공 학교들과 사망자 리스트를 조사하여 그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로 인해, 그는 중국 정부로부터 도발적인 예술가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5) 외면할 수 없는 모험가

중국 당대 예술 시장은2000년대 이후 더욱 확대되어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당시 중국 당대 예술작품은 서양인들에게나 세계적인 유행을 선호하는 일부 중국 신흥 부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예술가가 베이징만 해도 5,000명이 넘었섰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당대 예술품이 낳는 상업적 이익을 겨냥하여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등에 상당히 많은 예술구(藝術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베이징에만 해도 이미 몇 십 곳의 예술구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 웨이웨이를 대표로 하는, 서구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가장 높은 수익율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예술품을 이용한 투기는 거의 붕괴되었다. 일시에 당대 예술작품의 가치가 95% 이상 급락해, 100만~1,000만 위안 한화기준 약 1억 원~16억 원을 호가하던 작품들이 몇 만 위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예술구에 매긴 임대료는 인하되지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예술구가 문을 닫아야만 하는 어려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베이징 추앙이쩡양(創意正陽) 예술구도 2009년에서 2010년 초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결국 예술가들은 시위를 벌였고, 2월 22일에는 이 예술구에 속하지 않은 아이 웨이웨이도 시위에 참가했다.

마지막에는 20여 명이 창안지에(長安街)톈안먼이 있는 베이징 중심의 대로를 걷기까지 했다. 비록 톈안먼 광장에서 2㎞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되면서 이 시위는 끝을 맺었지만, 이것은 상당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1989년 제 3차 천안문 사태로 잘 알려져 있는 톈안먼사건 이후, 역사적으로 이것은 20년 만에 있는 집단적 시위 활동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으로 아이 웨이웨이는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반대로 중국당국으로부터는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    

소수의 신흥 부호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중국인들조차 자신들의 나라의 예술이나 예술가들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관심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속에서 빈번하게 출현하는 중국의 국가적 상징에 대한 각종 도발과 모욕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더 충분했다.

To Fight With Crossed Arms, Ai Weiwei, 2007

그러나 검색엔진의 관련 통계에 따르면, 아이 웨이웨이는 그가2011년 형사구류를 당했을 때부터 국외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차례 각종 권리수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그리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는 분명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당시 그를 구속했던 경찰 측은 그의 구류를 결정, 집행하기 전에 모든 사람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야만 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이 웨이웨이에게 세금탈루와 이중혼인, 인터넷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를 씌웠었다.

2011년 81일간 구금되었던 당시를 묘사하고 있는 'S.A.C.R.E.D.' 전의 한 장면

하지만 저명한 중국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실종 혹은 불법구류라는 소식 자체가 결과적으로는 중국정부에 대한 더 심한 세계적 비난의 여론을 일으키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보통 사람들에게조차, 그리고 세계적으로 그를 더욱 주목받는 예술가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Ai Weiwei

심지어 감시에 대한 저항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의 발언 자체가 이제는 그의 개념 예술이 되고 있다. 

Ai Weiwei

아이 웨이웨이(艾未未)는 중국 미술가이며 건축가이자 독립 큐레이터 그리고 정치활동가로서 건축·미술·사진·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예술의 개념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그는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지 않고 현실을 창출해 나간다. 시인, 고대 중국 공예품 전문가, 출판인, 도시 계획가 등 활동  분야를 넓혀 나감에 따라서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현실도 복합적이고, 그 깊이는 깊어져 가고 있다.

그는 기존의 것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즉흥적인 언어 선택으로 기존의 질서와 예술 분야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서 거북한 첫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주변 사람들은 실제로는 그가 일 처리에 있어 융통성이 있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도우는 일에 앞장서는 좋은 인물이라고 말한다.  

“나는 반항하는 사람이다.” 아이 웨이웨이는 말했다.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말로써 표현을 하는 것은 사람의 특권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권리를 포기하고 산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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