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대에 깨어 있는 지성인의 소리 “현 정부에게 바란다”

이시대에 깨어 있는 지성인의 소리

“현 정부에게 바란다”

서울대명예교수.사회운동가. 손봉호교수

1.     안녕하세요. 교수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2.     교수님께서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어두울 때마다 바른 소리를 내는 양심있는 사회운동가로 국민들 정서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직 건강해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바쁘게 활동합니다. 몽골과 미얀마에 나무 심는 푸른 아시아, 샘물 호스피스, 기아대책기구, 밀알복지재단, 나눔국민운동본부, 장기려, 손양원 기념사업회 등의 이사장 직을 맡아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윤리, 나눔, 환경 등 분야에 방송과 강연활동도 하고 글 쓰는 것도 시간이 되는대로 하고 있습니다.

3.     문재인 새 정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야당이 집권여당이 되어 국민이 주권이라는 공약을 걸고 출발했습니다. 현 정부가 가장 비중 있게 다루며 가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권교체는 한 정당의 장기집권으로 생겨날 수 있는 부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잘 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는 분열이 심각하고 많이 부패해 있습니다. 갈등지수는 OECD에서 두 번째로 높고 투명성지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52위로 후진국 수준입니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사회 통합과 부패제거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도 발전할 수 있고 통일의 역량도 생겨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도 지금 OECD에서 최하위 수준입니다.

4.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초유의 보수파 대통령 탄핵으로 득표율 41%를 얻어 진보세력이 새 시대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과 세월호의 비극적인 사태. 정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고 함께 비젼을 제시하는 통합과 협치의 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권이 어떠한 통치 철학을 갖고 국가를 이끌어 나아가야 하는지요.

비록 선거에는 승리했지만 국회가 여소야대고 중도와 보수세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일방적인 진보정책과 정치로는 아무 것도 이룩할 수 없습니다. 문대통령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입니다. 그러나 그 주위에 포진해 있는 진보파들이 걱정입니다. 그들도 지금의 이념갈등과 정치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서 지나치게 급진적이 되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비도덕적 행위나 불법과는 타협할 수 없으나 다른 이념과는 타협해야 성공할 것입니다.   

5.     교수님의 많은 강연 중에 사회지도층이 도덕적으로 선구자가 돼야 한국 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해진다고 강조하시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 데요. 우리나라도 오늘의 시련을 통해 선진국처럼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 될수 있는 롤 모델 좀 제시해주지요?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낮으면 도덕적인 사람은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도덕적 선구자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사회를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을 포함한 미래 세대를 위해서 정직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를 바꿀 만큼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처럼 우리 정치인들도 정치적 권한은 많이 행사할 수 있으나 돈이나 이권 같은 특혜는 일체 누리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자신만 정직하고 공정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직자들에게도 그런 것을 요구하고 선거나 임명에서도 이념이나 능력보다도 도덕성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지도자는 유능해야 하지만 도덕성이 결여되면 무능한 것보다 국가에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입니다.

6.     우리는 그동안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를 통해 한결같이 모든 대통령 부패와 리더쉽의 실패 정쟁격화를 보아왔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후진적 패권정치를 종식하는 데는 국민 다수가 개헌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도 많습니다. 문제인 새 정부에 제안을 하신다면?

문대통령 자신이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기 위해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제까지 11분의 대통령이 예외 없이 명예롭지 못하게 퇴임한 것은 그들의 동기가 불순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행사할 수 있었던 권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권한의 혜택을 누리려고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각 책임제를 추천합니다. 정치적 선진국들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고 우리의 것과 같은 대통령 책임제는 후진국만 실시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발전단계와 정치적 권력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의 문화적 성향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각책임제가 되어야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하게 소임을 다 할 것입니다.

7.     미래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에 하나인 저 출산 고령화문제는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현 정부가 어떻게 처방해 나가야 할지 근본적인 비젼 제시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명존중 차원에서도 취해야할 제도적인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그 동안 왜 자녀를 많이 낳지 않으려 하는지 젊은 부부들에게 물어 본 결과 절대다수가 교육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라 합니다. 주로 사교육비가 문제됩니다. 저는 비록 기업활동의 자유, 학습의 자유에 어긋나더라도 사교육을 제한해야 국가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선행학습이 주종을 이루는 현행 사교육은 학생 자식확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직 “다른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영화관 앞줄에 있는 사람들이 일어서면 관람객 전체가 서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 교육적 효과는 전혀 없고 다만 부모들의 부담만 늘이고 학생들만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육아비용과 교육비용에 대해서 정부의 보조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하고, 낙태 금지, 미혼모 보호 등의 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도움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보조는 선진국들에 비해서 너무 낮습니다.  

8.    특히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합니다. 4차 산업이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등 경제주체 모두의 의식 변화 노력도 필요합니다.. 희망이 없는 청년들에게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큰 문제중 하나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 중에 하나입니다.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임금격차를 줄이지 않고는 어떤 해결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외국 근로자가 200만 명에 달합니다.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열등감과 패배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임금을 올리라 할 수는 없으므로 고임금에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합니다. 그 대신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 대해서는 사회를 위해서 공헌한 사람들이란 자부심을 갖도록 사회가 그들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임금 근로자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여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sharing 정책도 도입해야 합니다.

물론 젊은이들도 임금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일 하는 것 자체에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노조도 지나치게 기득권을 누리려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서 일자리가 줄어집니다. 노동의 유연성이 높아지도록 노조가 양보해야 합니다.  

9.     한국도 고령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노년을 지혜롭게 보내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라면 이 또한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경험과 노하우가풍부한 노년층의 인력을, 국가의 인적 자원으로 적극적 수용하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노인들의 경험, 경륜, 지혜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 건강만 허락하면 노인들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연금을 받거나 생활비가 충분한 노인들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자신들의 건강도 좋아지고 보람도 느낄 것입니다.

10.   안보 문제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정치 외교적으로도 이견이 따로 없는 중대 사안입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드 배치 또한 뜨거운 감자로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나라밖에서 강대국은 대한민국을 자국 이기주의적으로 남북관계를 풀려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 국민 모두 합심하여 한 목소리를 내야 우리가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정부는 어떻게 헤야 국론을 하나로 끌어 낼 수 있을까요?

이념적 갈등이 매우 심하고 여러 나라의 이해가 걸린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는 가능한 한 이념적 색채를 줄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면서 국민과 외국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인권유린과 핵개발은 강력하게 비판하고 제재하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과감하게 확대함으로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환심을 사야 합니다. 그것이 통일을 위한 지름길이고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11.2017년 5월대선 주자들이 공약한 많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사회윤리차원에서 성 소수자 문제는 껄끄러운 주제 였습니다 동성애로 인한 사회문제는 윤리문제로 정부의 소신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에도 기독교인의 숫자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의 전철을 밟으면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할 수도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그들의 인권을 신장하는 쪽으로 나아가되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인상은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명예교수.사회운동가. 손봉호교수

12.이제 한국은 국제신용등급 7위, 경제규모 11위 선진국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그 동안 이에 미치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습니다. 한국사회가 좀더 성숙하고 안정된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가져야 할 정치권의 변화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국민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관과 의식은 무엇이라고 평소 생각하시는지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고 경쟁해서 이룩할 수 있는 분야에는 한국이 대단히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과 편이를 조금 양보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에는 후진국 수준입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는 자신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웃에 대해서 철저하게 정직하고 공정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윤리에 모범을 보여야 하고, 그런 정치인에게만 투표함으로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이제는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지기 보다는 공정한 분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 배려하며 조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13.그 동안 사회운동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일을 듣고 싶습니다.

사회운동 전임자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과 운동 경비를 조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시민들이 운동 내용에는 찬동하면서도 그 비용을 책임지는 것에는 매우 인색합니다. 그리고 근 30년 간 해온 기독교 정직운동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절망합니다.

가장 큰 보람은 공명선거(公明選擧, a fair election)운동을 하면서 군부재자 투표를 영외에서 선관위 감시하에 하도록 하여 군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없애고, 대통령 선거에서 대중유세를 금지하고 TV 토론으로 대체하도록 하여 천문학적 액수의 선거비용을 대폭 줄이도록 두 번에 걸쳐서 선거법 개정을 주도하여 성취한 것이었습니다. 30연 이상 해 온 장애인 권익보호 운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고 맨땅에서 출발한 호스피스 운동이 열매를 맺기 시작해서 감사합니다. 몽고에 펼친 사막화 방지운동이 UN 기관의 상을 받은 것에 뿌듯합니다.

14.끝으로 해외에 계신 750만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의 조국은 70여 년 만에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개인당 소득 3만 불 (purchasing power parity로는 5만 불)을 달성한 경제대국으로 자랐고 식민지 상황에서 아세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이번 탄핵과 정권교체는 매우 질서 있고 평화롭게 진행되어서 선진국들도 부러워합니다. 부패와 사회갈등이 걱정이나 최근 헌법의 권위가 높아지고 법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긍지를 가지셔도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거주하는 사회에서 단순히 근면하고 성실할 뿐 아니라 철저히 정직하고 공정하며 예의가 발라서 그 사회의 덕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회에 공헌하는 시민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나라 주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면 여러분에게도 이익이 되겠지만 한국의 명예를 높이고 한국의 경제와 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고국에 대한 최고의 애국이 될 것입니다. 모두 보람차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5.교수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로저널 노영애기자

eurojournal26@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