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미보고 사태로 청와대 '세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아
박근혜 전 정권의 마지막 청와대 안보실장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문재인 새 정부에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단 한 장의 기록물도 남기질 않았고, 컴퓨터내 각종 자료들마저 모두 파기해 새 정부에 '엿' 먹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담쟁이 포럼'의 대표와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상임고문을 맡았던 문 대통령의 대표적 원로 멘토다. YS정부 통일부총리와 DJ정부 교육부총리에 이어 노무현정부 시절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역임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통일·사회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한 전 통일부총리가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혔다. 한 부총리는 " 사드는 미국의 세계적 군사 지배 전략을 위해 내놓은 전 지구적 MD시스템(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이다. 미국이 다른 핵보유국들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MD는 오히려 기존의 핵보유국들 간 전략적 균형을 깨트린다. 푸틴의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공격한 것은 미국이 체코와 폴란드에 MD시스템을 도입하려했기 때문이다. 동유럽에서 그렇게 처참하게 실패한 것을 우리가 지금 성주에서 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중국이 우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도 자칫 크림반도처럼 될 수도 있는 노릇으로 무서운 거다.” 고 밝혔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내내 정권 유지 수단이자 지지세력을 모아왔던 것중에 하나로 활용해왔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모두 폐기함으로써, 자신들이 내세운 '안보'가 새 정부에 인수인계를 할 만한 연속성 가치가 없는 '허상'임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국정원·경찰·국세청·감사원,군 등에 뿌리깊게 박혀있던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그간 저항이 극렬하던 검찰의 ‘돈봉투 사건’을 계기로 검찰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다.
이어 이번에 드러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미보고 사태’를 발판삼아 대선 공약인 국방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권의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추가반입 보고누락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조사를 지시하고, 국방부와 이전 정부 안보라인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군 개혁 의지를 천명하자 국방부엔 바로 초비상이 걸렸다.
청와대가 국방부의 보고 누락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조사까지 확대한 것을 두고 “세 마리 토끼 잡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면서 군 내부 물갈이를 위한 명분을 쌓는 동시에,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을 최대한 늦춰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3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먼저, 청와대는 이번 파동으로 베일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됐던 사드 배치 전 과정의 의혹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를 잡았다. 김관진 전 실장이 사드 관련 문서를 제대로 넘기지 않아 사드 배치 문제점을 되짚어볼 기초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지만, 국방부를 ‘독 안의 쥐’ 신세로 옭아매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결국, 국방부 든 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 안보라인이든 앞으로 최소한 사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있는 자료, 없는 자료 죄다 가져다가 상세하게 보고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군의 전·현직 수뇌부인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신속하게 소환조사한 것은 이명박근혜정부 9년여 간 군 내부에 고구마줄기처럼 형성된 이들의 인맥에 대한 대수술이 가능해졌다.
이미 부상하고 있는 군 내 고급 장교들의 모임인 '알자회 (알고 지내자 회)'라든 지 '독사회(독일 유학파 모임회)' 등이 언급되면서, 신임 국방부 장·차관 임명은 물론 합참의장과 장성인사까지 예고돼 있어 대폭적인 인사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청와대가 절차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사드 배치 완료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그 동안 청와대와 국방부의 그늘에 가려 사드 문제에서 한발 비켜나있던 외교부조차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드 문제의 초점은 절차적 공론화의 부족”이라며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중국과도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상호 이해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방부가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해 약식적으로 진행하더라도 6개월이상 소요될 환경영향평가를 어물쩍 넘어가려 온갖 꼼수를 짜냈지만, 정치권도 이제는 정식 절차를 밟는 쪽으로 방향을 180도 선회하면서 국회도 청문회 등을 예고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어 사드 배치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지는 등 첩첩산중에 박혀들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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