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개입은 '적폐중에 적폐' , 철저한 수사 통해 엄벌 해야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개입이 금지된 국가정보원이 야당 인사들을 사찰하고 선거에 불법 개입을 통해 정권에 유리하게 공작정치를 해왔다는 의혹이 새롭게 사실로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국가정보원이 2012년 총선과 18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SNS 대응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본디 임무보다 이명박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해왔다는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국정원이 양대 선거를 1 년 앞둔 2011년 11월에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민정 수석실에 전달했다는 SNS 보고서에는 2012년 치러질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여권이 SNS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단기, 중장기 대책이 담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는 “SNS가 선거 쟁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후보 선택 판단 창구’로써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나, 여당의 절대 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 “범여권 및 보수권 인사의 트위터 이해도를 높이고 팔로어 확보를 통한 범여권의 트위터 내 영향력 및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를 선점해야 한다"라고 적시돼있다.
결국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대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역량을 총동원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시 댓글사건도 이를 교본 삼아 저질러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다른 문건에서는 국정원은 2011년 11월 작성한 A4용지 1장 분량의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보고서에서 당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등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와 같은 보고서는 국정원 직원이 매일 새벽 이런 문서를 청와대 연풍문에 근무하는 경찰관에게 맡겨지면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챙겨갔다고 한다. 국정원의 탈·불법이 청와대의 묵인이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국정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면서 선거공작에 앞장서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해왔다면 이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배후에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할 만한 일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새로 밝혀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 의혹과 ‘야권 정치인 동향 사찰’ 보고서 의혹 등을 “국정원 적폐청산TF에서 조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이 국정원 개혁을 위해 취임하자마자 출범시킨 국정원 적폐청산TF 팀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협의해 그 조사 대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 △서울 공무원(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비선보고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정보를 직접 보고한 의혹이 제기된 추모 전 국장 사건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재법판소 동향 사찰 △좌익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극우단체지원 △세월호 참사 의혹 및 개입 문제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 노무현 대통령 NLL 대화록 유출 사건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 이용 민간인 사찰 및 선거개입 의혹 등 총 13건을 선정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로, 안기부의 이름을 국정원으로 바꾸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국민 대신 권력자에 충성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지난 9년간 국정원은 정권 유지와 정권 재창출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극우 단체에 돈을 주고 관제 데모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댓글사건에서 드러나듯 국정원은 대선 당시 민심과 여론을 조작했고 그 덕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권이 왜곡되고 조작까지 되어 한 민주국가의 지도자마저도 가짜로 탄생시키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이제라도 국정원 전 직원이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할 마지막 기회라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인 정치 개입을 중단하고, 과거 국정원의 적폐 청산을 위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성역 없이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추상같이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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