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 북한의 긍정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베를린 구상’ 후속조처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매우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건씩이나 동시 제안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여 동안 대화와 교류가 사라진 채 불신과 적대를 키워왔던 남북은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를 되살려 돌파구를 만들어냄으로써,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야 한다는 그만큼 급박함을 보여 준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후, 유엔은 새로운 대북 제재를 논의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 정부의 남북대화 제의가 이런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내놓고도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북핵 위기와 북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남쪽에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6만여명중에 매년 3천여명이 고향방문이나 가족 상봉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사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남북회담은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하다.
이처럼 갈수록 동북아 정세가 위중해지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도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 존중’의 정신을 살리고, 대화가 긴장을 완화하는 첩경임을 잊지 말고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 제안에 긍정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화를 통해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한에 의해 단절됐던 남북을 잇는 판문점 직통전화와 서해지구 군통신선이 복원되어야만 남북간이 대화를 통해, 교류뿐만 아니라 미리 오해를 풀거나 마찰을 방지할 수 있어 대규모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남북이 적대 행위 중단에 합의한다면 긴장완화와 상호 신뢰회복의 단초가 되어 북핵 위기 국면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먼저, 북한이 군사회담 조건으로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 요구 등 역제안 등이 예상되지만, 우리의 군사 훈련은 안보와 국토 방위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니 만큼 중단은 할 수 없지만, 전향적 자세로 마음을 열고 강도 조절 등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서라도 회담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문제는 북한의 주요 관심사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비방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에도 북측은 지난해 4월 중국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씨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펴오고 있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분단된 조국에서 한평생 가슴에 멍이 든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이들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북한만이 아니라 지구상 어떤 집단도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압박이 없으면 전략적 셈법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교본 삼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가해왔던 대북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9년을 통해 이미 나타났다.
그동안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등 국제 사회가 수 많은 제재를 가했고, 또 준비하고 있으나 그 사이 북한은 면역력을 키워서 인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도달과 핵실험을 더 자주하는 등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로 체제안전과 번영을 꾀할 수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남북 대화를 통해서 남북한이 평화 공존을 이룰 수 있도록 동참해야 한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한 적이 있고, 북한당국도 지난 6월 14일 ‘6·15 공동선언 17주년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상태 완화 실천을 남측에 촉구했음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남측 새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거듭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