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미국에 분명한 주장 전달로 역대 대통령과 큰 차이 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간 회담이나 전화 통화 등에서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함으로써 역대 대통령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주도 남북 정책을 제시했고, 8월 8일 56분간 양국 정상 전화 통화에서는 선제 공격에 따른 한반도 전쟁 불가 및 재참상 반대, 그리고 트럼프의 대(對)한 무역 적자에 대한 지적은 한국의 무기 수입 확대 등을 내세우는 등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선제 공격이나 예방 공격 등으로
한반도 전쟁 발발 반대 입장 분명히 밝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할 때”라며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역대 제재안 중 가장 강력한데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형 발사 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 주장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 불가론은 대북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 주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입장을 질문하는 대신 '외교적 화법'을 써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 번 다시 참을 수 없다’는 간곡한 표현으로 (우리의 뜻을) 이야기 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문 대통령, 압박과 제재와 함께 평화적 해결 강조
미국 땅인 아닌 곳에서 수 천명 죽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해서 수 천명이 죽어도 미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8월 1일 NBC뉴스 시사프로그램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북한의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이 있다"고 말하면서 "(김정은을) 멈추기 위해 전쟁이 난다면 거기서 일어나는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거기서 죽는 것"이라며 "여기(미국)서 죽는 게 아니다. 그(트럼프)가 내 얼굴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56분 간 통화 중에 주로 문 대통령의 설명을 경청하면서 6 번의 "동의한다"는 답변을 했고, 단 한 차례의 질문으로 “실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느냐”고 물었다. 이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의식한 질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지난 7월17일 제안한 남북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조치와, 핫라인 복원을 통한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완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공감하면서도 남북간의 대화 등을 통해 북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강조했다는 평가이다.
양국 정상, 한국 미사일 탄두 중량 증가에 합의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8일 전화통화에서도 '유사시 북한 지휘부 타격용 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기'를 다시 제기해 트럼프 대통령과 동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양국간의 실무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지난 번 정상회담에서 제안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한국군(軍) 자체의 방어전략, 북한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억지전력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탄두 중량의 확대"를 재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휘부 타격용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현행 500kg 탄두 중량을 1톤(t)에서 2톤(t)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청했었다.
미사일 사거리를 늘릴 경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미국으로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따라, 현행 최대사거리 800㎞로도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가 유사시 위치할 지하벙커와 핵관련 시설의 방호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탄두 중량 증가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북한 전역에 산재한 수백 곳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은닉시설은 단순한 콘크리트형 지하벙커가 아니라 암반 지대 산속을 상당 깊이로 뚫고 들어간 지하시설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파괴할 탄도중량을 최대한도(최소 1톤에서 2 톤)까지 끌어올리면 올릴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였던 2012년 3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한국은 사거리 800㎞·최대 탄두 중량을 불과 500㎏으로 제한을 받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전화 통화에서도 탄두 중량을 1t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도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 직후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을 통해 “한국이 보유할 수 있는 미사일 및 탄두 중량 등에는 일정한 제한이 적용되고 있는데, 현재 (이를 변경하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한국의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어떤 것이라도 우호적인 입장”이라며 “우리는 확실히 우리의 동맹이 시간에 맞춰 적응 변화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무역적자 해소 위해 FTA개정 필요 주장에
문 대통령, 한국은 충분한 무기 구매로 해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다시 거론하면서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방위비 부담’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방비 지출을 늘려갈 계획이고 내년에 특히 그럴 계획이다. 국방예산 대부분이 한국군 자체의 전략 방어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지만 상당 부분이 미국의 첨단 무기 구입에 사용되기 때문에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7월 4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지난 8월 5일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 채택함으로써,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철광석 등 주요 광물, 수산물의 수출이 전면 금지하고 북한의 신규 해외 노동자(현재 전 세계에 5만여명 파견중) 수출도 차단하는 등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응한다.
유엔 관계자와 한국 정부 측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석탄 및 철광석, 수산물 수출금지로 연간 10억달러(1조1260억 원)의 자금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30억달러로 추정되는 북한의 연간 수출액의 3분의 1 규모다.
안보리는 북한의 조선무역은행과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고려신용개발은행 등 4곳과 장성남, 조철성 등 9명을 신규 제재 리스트에 올렸고,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선박을 지정하도록 했으며, 유엔 회원국은 이들 선박의 자국 내 항구 입항을 금지하도록 했다.
북한 회사와의 신규 합작투자를 금지했으며, 기존 합작투자의 경우에도 추가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 이번까지 총 8차례다.
한미 정상 '평화통일 환경 조성, 한국 주도적 역할 지지'
한편, 지난 6월 3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를 통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연합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우리의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로 가습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초청해 면담을 갖는 자리에서 가습기 피해 사고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또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자책감·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서 "그러나 피해자들과 제조기업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 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하면서, "특별구제 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을 출연해서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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