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경계선, 만들어지는 자화상 (Anne Imhof 3)
5. 깨지는 경계선, 만들어지는 자화상
그녀의 작품속에서 시와 음악은 기이하고 특이한 방식으로 구성요소로서 활용되면서 언어나 말을 대체 이미지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촉진시키고 있다.
Permanent Parade
Score, Anne Imhof, 2014
임호프에게 있어서 쓰기와 드로잉은 서로 교환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동등한 것은 아니다. 그녀와 그녀의 퍼포머들은 스마트폰으로 서로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계속 변화하는 퍼포먼스 작품을 조성해
나간다.
L is blue. A is
black. J is green. G is dirty yellow. Poets., Anne Imhof, 2014
폰 스크린은 이미지처럼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이 폰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우리들에게 상기시키기도 한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그녀는 우리가 하나의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녀의 퍼포먼스속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자신속으로 스며들어와 우리가 보고 보여지는 주요한 즐거움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한다.
Portrait of Anne Imhof in her Frankfurt studio
주관적인 자신은 퍼포머들이 서로서로를 체크하고 또 스스로를 체크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 마치 피트니스
센터의 거울에서 보여지는 또는 우리가 데이트 나가기 전에 우리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핸드폰 스크린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지켜본다. 그리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환상을 잔인하게 산산조각을 낸다.
우리는 상상 속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결코 메울 수 없는 공간인 심리적 별거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아무리 굉장한
앱으로 보정을 해보아도 거기에는 우리가 사회적 통념을 통해 얻은 이상적 환상을 메우기 위해 시도하는 잘못된 인식의 굴절만이 있을 뿐이다.
자기 자신을 채찍질을 하는 듯한 몸짓,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행위, 다른 사람에게
대한 헌신의 표시와 같은 퍼포머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들이 묶여 있는 사회 계층적 연관 관계를 깨부셔 버릴려고 한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어떤 퍼포머들은 밑에서 나오고,
어떤 이들은 유리 위에 서 있으면서 함께 뭉쳐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듯이 시선을 아래로 던진 채 서로서로에게 가까이서 그룹을 형성한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하나의 그룹에 둘러 싸여 있는 또 다른 그룹에서 두 개의 몸은 거울 위에 서로
얽힌 채 누워 있다. 서로 다른 성별의
차이로 여자와 남자가 맞물려 있다. 갑자기
레슬링을 하는 것처럼, 또는 서로를
달래고 애무를 하듯이 마치 가학적으로 변태적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위로 엎치락 뒤치락을 한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한편 다른 곳에서는 두명의 남자 퍼포머들이 서로를 터치하면서 서 있다. 얼굴로 서로의
목을 쓰다듬으면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다. 서로를
계속해서 문지르고 매만진다. 그 반복성을
통해 우리는 그런 이상한 행동에 대해 결국 둔감해지게 된다.
짜여진 배경속에서 퍼포머들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그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연속적인 파노라마를 형성한다. 규범을 가로지르는
경계들이 작품의 모든 순간들에서 드러난다. 춤과
연극, 스포츠, 그림, 그리고 영화적
이미지들이 마구 겹쳐진다. 기존의 남성
여성의 성별의 경계에도 도전장이 던져진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스포츠 웨어를 입고 양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퍼포퍼들은 다음 세대의 성별 경계를
예고한다. 오히려 산업
혁명전의 신체적 노동의 시대로 낙원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려고 하는 듯 하다.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는 우리들에게 단 하나의 고요한 소리가 올라온다. ‘현실의 영역은
실제이고 절대 바뀔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과연 그런가?
마침내 퍼포머들은 우리를 깨우는 태고적 외침을 이끌어내며 행진하다.
‘Faust’는
독일의 전통적 전설이기도 하고 독일어로 주먹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항이나 싸움의 표시로 주목을 꽉지는 것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런 주먹을
올리는 것은 연대감이나 혁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Faust’에
대한 언표를 임호프는 주의깊게 선택했다.
출구 쪽 밖에 철로 만들어진 울타리로 개들의 자세를 모방하며 퍼포머들이 기어오른다. 안인지 밖인지도
모를 모호한 경계선의 공간에서 어린 도베르만 개들이 인간의 동반자로서 가만히 몰래 접근하고 짖으면서 그곳을 활기차게 만든다.
독일 파빌리온 Anne Imhof, Faust(2017)의 한 장면
완전히 탈골된 듯한 퍼포머들이 펼치는 기괴한 모든 퍼포먼스를 통해 청소년기의 미성숙하고
날 것같은 에로틱함과 폭력성, 열정이 구현되고
승화되어 마침내 후기 자본주의 인터넷 소비문화 사회속에서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충동이 끄집어내 진다.
역시 동시대 미술계의 활력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 독일에서 대표로 내세우는 작가답다. 그녀는 이런 긴장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현장에서 관람객에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확장된 공연의 개념으로 펼치는 설치와 페인팅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특유의 움직임으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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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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