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견 노동자 12개월로 제한, 운송 분야 제외
유럽 연합의 국가 간 노동자 파업 허용 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10월 23일 룩셈부르그에서 열린 28개국 장관들은 현재 2년의 파견기간을 반으로 줄인 이번 합의는 EU 파견근로자에 대한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막판에 강력한 주장을 하면서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하는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등 인건비가 비싼 국가들의 입장이고, 저렴한 인건비를 토대로 파견 근무를 시키는 국가들은 기존 시스템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고임금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사회적 덤핑(social dumping)'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8개월간의 지지부진했던 논의 속에 이날 EU 사회장관들은 프랑스가 주도했던 12개월의 파견근로 제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저임금국가에서 파견돼 고임국 국가에서 일을 하며 해당 지역의 노동법을 따르지 않던 노동자들은 이 규정에 따라야만 한다. 다만, 회사측과의 합의에 따라 6개월 연장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트럭운전사 등 운송 분야는 당분간 예외로 뒀다.
EU 파견근로자에 대한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폴란드 건설노동자가 프랑스에서 프랑스인들 보다 적은 임금과 이익을 얻으며 일하는 것에 대해 '유럽정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저임금 국가에서 고임금 국가로 파견되는 노동자들을 '사회적 덤핑'이라고 묘사했다. EU 전체 노동시장의 1%에 미치지도 않는 200만명의 파견노동자들은 일자리 불안 등을 일으킬 것을 두려워하는 서유럽 국가들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에 지지하지 않는 헝가리와 폴란드는 일부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운영 중인 일부 자국 기업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같은 개혁 시도에 대해 '오만한' 공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이후 유럽 의회에서 논의될 계획이다. 마리안느 티센 유럽위원회 고용·사회 위원은 이번 합의에 대해 "유럽인들이 한데 모여 반대 의견에 맞서 공정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폴란드는 “경쟁력을 훼손하는 어떤 조치도 반대한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유럽국가들 중 가장 많은 파견노동자를 보내고 있는데, 특히 EU 탈퇴(브렉시트) 과정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영국에는 83만명이 넘는 폴란드인이 거주하며 폴란드 본국의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동유럽 국가들 중 슬로바키아, 체코, 루마니아가 찬성한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프랑스 유로저널 정종엽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