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이명박의 ‘정치 보복 프레임’, 국민 감정만 악화시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추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는 표현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에 대해 국민 여론과 일부 정치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출국 소식이 알려지자 불과 몇 일만에 약 8만명의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출국금지’를 요구하는 등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반발이 커지고 '이명박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사이버 사령부 정치관여 사건과 국정원이 정치관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지면서 최종 칼끝이 이명박 전(前)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재임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자신의 목을 죄여오자, 12일 작심이 한듯이 중동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9월28일에 이어 한 차례 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령부 수사와 관련해 “우리가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을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수사해)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시기에 안보와 외교 등에 도움도 되지 않고 기회를 잡아야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며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활동 내역, 인력 증원, 신원조회 기준 강화에 대한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 이 전 대통령이 더욱 곤란해진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한 이후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며 “그런데 MB정부에서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북한하고 싸우지 않고 한국 정치인들하고 싸우게 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군 사이버사령부를 강화하는 것은 국방을 위해서 좋은 일이지만 왜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하고 야당 정치인들에게 댓글을 다느냐”며 “안 되는 일을 해 놓고 잘 한 일을 좀 봐야 한다고 항변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도 국군통수권자로서도 할 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대통령 당선 첫 3 개월 행보
적폐청산이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나쁜 관행과 악습)을 없애는 것으로 개인에 대한 보복이 아닌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경유착, 당리당략, 각종 도덕적해이등은 국익과 정치발전,경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말끔히 제거해야 된다는 뜻이다.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선거에 개입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의 행위는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이에 대해 수사를 하고 처벌을 하는 것은 적폐의 청산이지 결코 정치보복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주장하는 '정치보복'의 뜻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부터 시작하여 과거 정권에서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하여 조작을 하거나 일방적인 강제력(예:주위 사찰,세무사찰,강제 수사 등)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은 특정인 혹은 특정정권이 대상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한 적폐청산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과거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관련되어 이를 수사하게 된 것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 벽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말하면서 이어 “대선 개입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청원 공작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 여론 공작 의혹 등 국격을 훼손하고 법질서를 위배했다”며 “현직 대통령도 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 세상인데 전직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은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명박)당신이 갈 곳은 바레인이 아니라 박근혜 옆”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어 “도둑 퇴치가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량한 이웃에겐 상식의 회복일 뿐”이라며 “권력이 있었다는 이유로, 권력을 이용한 범죄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던 구시대는 이제 박근혜와 당신으로 마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말로 진실 규명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정치 댓글 공작) 지시를 안 했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면서 "정치 댓글 공작을 알았다면 불법을 저지른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문란 범죄의 몸통이라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할 당사자가 '적폐청산은 정치보복 동문서답이라니요"라며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모든 진실을 밝혀야만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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