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대통령 재판,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절차대로 진행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42일 만에 재개된 재판에 예상대로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며 이틀 연속으로 재판을 거부하자, 법원이 피고인 없이 심리하는 ‘궐석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적극 찬동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안내문을 보내 출석하지 않으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심사숙고할 기회를 줬지만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거동할 수 없는 정도로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심리할 부분이 많고 (박 전 대통령의) 제한된 구속 기간을 고려하면 더 이상 (심리를) 늦출 수 없다”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박 전대통령은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이 있으나, 하루 30분씩 걷는 등 법정에 나오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닌 것이어서 남아 있는 수십 명의 증인 신문과 제한된 구속기간 등을 고려할 때 공판을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궐석재판 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현저히 곤란하면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16일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면서 재판 거부의 뜻을 밝혔고, 동시에 7명의 법률대리인도 사임했다.
법을 준수하는 대신 무시하는 것을 당연시 해오면서 각종 불법을 자행해 왔고 재판이라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으로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판 거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하려면 법치주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법치주의를 강조하고는 정작 자기자신은 앞장서서 어긋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반복하며, 허황한 ‘정치보복’ 프레임에 사로잡혀 지지세력을 규합해 정치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여,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압수수색영장과 법원의 구인영장을 무시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이제는 아예 재판까지 보이콧하는 일체의 사법절차를 방해하거나 부정하는 국정농단에 이은 ‘막가파식 사법농단’이라고 비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뇌물수수 등 혐의에 이어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로 가져다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판에 출석해봐야 드러난 혐의를 법률적 다툼을 통해 방어하는 건 역부족이라 판단하고, '정치재판'으로 몰아가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아주 간교한 꾀를 부리는 것으로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미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전직 국정원장들까지 자신의 특활비 전용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자 더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다보니 법정에 서기가 부끄럽고 두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한다면, 박 전대통령은 국정을 뒤흔들어 놓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잘못으로 사상 유례없이 탄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대신 독재 정권 시대의 민주화 투사인 양 옥중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동정은 커녕 역사는 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이
재판마저 거부했다는 오욕의 기록을 남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주장대로 정치보복의 여지가 있다면 법정에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잘잘못을 가리면 그만이다. 유무죄를 떠나 그의 목소리와 주장은 기록으로 남아 후세에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제 국선변호인 체제로 운영되는 남은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겠지만 언제까지 재판지연 전략에 끌려갈 수는 없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구속이 재연장된 박 전대통령이 궐석재판을 유도해 국정 농단 재판의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의도나 ‘정치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절차대로 궐석재판을 해서라도 법의 엄정함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