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이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3
한국 현대미술의 다색화 발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단색화 2세대’ 혹은 ‘포스트 단색화’라 불리는1940년대생 중견 작가들 중 김태호, 김용익이 새로운 수혜자로 등장했다.
김태호, Internal Rhythm, 2000
김태호 작가의 1996년작 '내재율'은 높은 추정가를 웃도는 약 1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시장에서는 김태호 작가의 작품 가격이 최근 2~3년 사이 20~30% 가량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호, 내재율 96-A, 1996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김태호 작가 작품은 이미 2~3년 전부터 찾는 이들이 많았고, 지금은 거의 절정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작가는 노화랑이, 김용익 작가는 국제갤러리가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꾸준히 소개하고 있으며, 옥션에서의 판매도 꾸준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용익, 무제, 1990
김용익 작가는 단색화 1세대인 박서보 작가의 ‘애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런던과 상하이 등 국제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거의 완판시켰다.
박서보, 묘법 No.43-78-79-81, 1981
전민경 국제갤러리 디렉터는 "단색화에 대한 국내외 미술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에 등장하는 김용익 작가 같은 개념 기반의 포스트 단색화가도 잘 읽힐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익, 무제, 1991
그러나 포스트 단색화의 주역이라고 꼽히면서 KIAF(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오세열이다.
오세열, 무제, 1985
2008년 샘터화랑에서의 개인전이 마지막이었던 원로화가인 그는 이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초청받아 전시를 열었다. 그리고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오세열, 무제, 2015
‘단색화' 열풍의 시초로 꼽히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전을 기획했던 윤진섭 평론가는 시장의 논리로 보면 전기 단색화의 작품 가격이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부담이 덜한 '포스트 단색화' 작품이 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단색화 작가들이 향후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에 갤러리들은 여러 컬렉터로부터 김태호 작품 있느냐는 문의를 받는다. “이 다음은 김태호라며?” 정말 작품을 이해하고 좋아해서라기보다는 투자 목적이 커 보이는 컬렉터들이 수근거리고 있다.
하기는 1980년대 이래 ‘내재율’이라는 타이틀로 작업해온 그의 작품들이 경매시장에서 1억5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고, ‘KIAF 2016’에선 아예 작품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팔려나갔다. 이제는 ‘작업실 밖으로 작품이 나가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는 수식어까지 생겼으니, 이런 소문들이 생길 만하다.
김태호, Internal Rhythm, 2012
이런 현상을 두고, 미술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단색화 이외에 다양한 한국 작가들이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서 반기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이런 분위기를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으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단색화나 포스트 단색화를 취급하는 화랑들이 일부 극소수 큰 갤러리로로 심하게 쏠려 있고, 이것이 결국 불균형적인 미술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단색화의 열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까?
우리는 단색화 후발주자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서는 안된다. 돈 될 만한 상품을 찾는 것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진정 한국 현대미술의 경쟁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즉, ‘포스트 단색화’를 넘어 한국적 문화정체성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담보할 ‘한국 현대미술의 다색화’ 발굴에 나서야 한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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