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찾아온 남북대화, 한반도 긴장 수위 낮추는 기회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내비치면서 남북대화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가 고위급 당국자회담을 9일 열자고 북한에 제의함으로써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의사를 밝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크게 기대되며, 대환영이다.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를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남측이 제안한 군사당국 간 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비쳤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의 대화와 접촉, 왕래의 길을 열어놓겠다며 남북교류 재개 방침도 내놨다.
이와같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에 대해 우리 사회 보수계층 일각에서는 한-미 갈등과 남남 갈등,그리고 국제적 압박 공조에 균열을 유발하려는 북한 책략으로 보고 대북제재 강화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한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김 위원장의 대화 제의는 핵·미사일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구상일 수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남북대화를 북·미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또한 북한이 그러한 의도들을 갖고 대화 제의를 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지금은 북한 의도를 따져 물으며 대화의 끈을 잘라버릴 만큼 한반도 상황이 여유롭지 않기때문에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말고 ‘대화’의 작은 싹을 피워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북·미 간 긴장이 전쟁으로 치닫지 못하게 막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이기에 남북대화가 이 과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지만, 핵·미사일 도발을 하는 북한에 대북 군사공격을 거론하는 트럼프 행정부 때문에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자는 휴전결의를 이끌어냈고, 북한에 올림픽 참가를 제안하면서 분위기를 다져온 결과로 북한이 화답한 셈이어서, 이제야 문재인 정부가 운전석에 올라 실력을 보일 시기가 온 것이다.
지난 10년간 동결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이 되도록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북한을 설득하고 북·미대화로 이끌어낸다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9일 개최될 수 있는 남북대화에서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의 방향키를 ‘대화’로 돌리는 작은 계기를 만드는 데 최우선점을 두어, 군사실무회담과 남북 이산 가족 찾기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지난 정부에서 끊어졌던 판문점 연락 채널 복구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낮추고 평화체
제 구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도록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정부는 평창 대표단 파견 제의를 철저히 올림픽 차원에서 접근해 성사시키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한미 공조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균열이 나지 않도록 정교하고 신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안보 문제로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려온 보수 정치세력 일부가 이번 대화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찬물을 끼얹으려는 시도를 경계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주체적으로 과감하게 이끌어갈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북한도 이번 대화를 통해 '평창올림픽'이 명실상부한 '평화올림픽'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