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의 개혁, 국민의 열망이자 촛불민심의 요구다
청와대가 14일 국가권력을 지탱해 온 경찰,검찰,국정원의 권력 분배를 바탕으로 하는 권력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그 공과 무거운 책임이 국회로 넘어갔다.
지속적인 국내 정치 개입 사례가 드러난 국정원과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스스로 떨쳐 버리지 못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권력기관의 개혁은 국민들의 열망이자 촛불민심에서 요구 되어 왔다.
이번 청와대의 발표 개혁안 중에서 검찰 권한을 대폭 경찰로 넘기고, 경찰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과 대부분의 사건 수사에 대해 독자적 수사권을 가지며, 고위공직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다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한국 검찰은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갖지 못한 수사·기소권을 독점하고 영장청구권과 형집행권까지 쥐는 무소불위 권력을 갖는 대가로 대통령 등 정권의 충견(忠犬)이 돼 정치보복과 표적수사에 앞장서 옴으로써,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기에 검찰권력의 분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치안·질서유지 기능에다 독자적인 범죄수사권, 대공수사권까지 보유한 수퍼 권력기관이 된 경찰 권력의 비대화로 경찰이 검찰대신 대통령이나 정권의 충견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수사 경찰 2만 명을 포함해 10만 경찰의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는 이미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 용산참사, 쌍용차 진압, 백남기 농민 사건까지 경찰의 후진적 인권의식은 여전히 깊은 우려를 갖게 한다.
내부 비리도 검찰 못지않아, 1991년 경찰청 출범 이래 경찰청장 20명 가운데 8명, 즉 40%가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을 정도의 최악의 공직 비리 집단이 경찰이기에 더 우려된다.
청와대는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경찰을 행정경찰에서 분리해 경찰 조직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경찰은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전국 단위의 치안이나 보안 외사 같은 영역을 맡고, 자치경찰은 지역 교통이나 경비·생활 관련 치안 등 지역 주민 밀착형 업무를 하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간첩 수사가 잘못되거나 조작된 사례 등을 비롯해 국내 정치에 관여해온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국내 정보수집 권한을 폐지하고 대북·해외 정보수집만 하게 된 개편안은 바람직하지만, 대공수사권을 인수받은 경찰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국정원의 정보력이나 노하우, 인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에 상당 기간 대공수사의 공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국정원의 경우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세계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및 월권행위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수사 효율만 따지는 ‘간첩수사 관행’이 바로 고문을 묵인하고 수많은 조작 사건을 합리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몇 가지 우려에도 이번 개혁안은 권력기관 간 견제라는 기본원칙을 지켜 국민 위에 군림한 권력기관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제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원칙을 밝히고 이를 실천해 여야 모두 인권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책임을 안게 되었다.
검경 개혁의 핵심은 정권과의 절연이자 정치권과의 완전 독립이라는 점에서, 검찰총장이든 경찰청장이든 수사 담당 기관의 책임자 임면권에서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게 해야하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는 중립적 인물을 단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해 권력기관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권력기관 사유화를 지켜봤고, 그런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가 바로 검·경·국정원 개혁임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야권은 절차적 결점을 핑계 삼아 권력기관 개혁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지 말고, 진영 논리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한 권력기관 개혁에 적극 임해 법안을 빨리 심의해서 입법함으로써 국민 염원에 부응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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