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압력, 여야할 것없이 지혜모아 대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갈수록 노골화하면서, 통상압력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이 이마저도 색깔론을 내세우는 등 정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다.
미국 상무부는 26년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자체 발동해, 안보 위협을 구실로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한 무역확장법을 내세워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내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요청했다.
이미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세이프 가드를 발동해 한국기업이 생산하는 세탁기에 대하여 3년간 연간 120만대를 초과(연 250만 대 대미 수출 추정)하는 수입물량에 최대 50%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태양광 제품도 포함시켜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 상무부는 독일, 캐나다,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대미국 수출 철강에 대해 최고 53%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고강도 수입규제 방안을 요청하고 있어, 다음에는 자동차, ITC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와같은 미국의 통상 압력은 중국 등 수출국들이 반발로 무역 보복에 나서 무역전쟁이 벌어진다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파상적 무역공세에 대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응 주문은 통상 갈등은 통상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대로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지극히 온당한 정책이다.
미국의 공세에 손놓고 있다가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향후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 얼마나 큰 부담을 더 져야 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WTO 제소만 해도 승소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고 결론 도출에 2~3년이 걸린 데다가, 미국은 WTO 결정보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자국법으로 거부할 수 있어,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검토 및 미국과의 직접 대화 노력을 더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 무역에 문제가 있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려고 작심한 듯 '한·미 FTA는 재앙이었다. 공정한 협상으로 바꾸거나 전면폐기할 것이다', '동맹국이지만 무역에 관해서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다했다', '는 식의 비이성적이고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통해, 한국을 겁주거나 제압하는 수단으로, 혹은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을 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엄청난 돈을 잃었다. 이들 나라는 25년간 미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무역적자를 바로잡기위해 ‘호혜세’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호혜세는 미국산 제품에 다른 나라들이 세금을 매기는 만큼 해당 국가의 제품에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일종의 ‘보복 관세’다. 트럼프는 호혜세 도입 이어 “한국·중국·일본은 무역에서 동맹국이 아니다”고 서슴치 않고 밝히는 등 국제무역 질서를 해치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였다.
트럼프발 무역전쟁 발발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 가릴것 없이, 그리고 온 시민이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설 대응책 마련에 주력해야 할 때 자유한국당이 이를 정쟁으로 악용하고 있어 비난받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무역 제재가 문재인 정부의 친북정책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면서 고질적인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데 통상 문제에 정면 대응하다 한·미 안보동맹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논리대로라면 안보를 위해 통상에서 양보해야 하는 데,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통상에서 입은 피해는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국제규범에 따라 통상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것까지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로 보면서 통상 문제마저 색깔론을 내세우는 자유한국당이 트럼프 미 공화당의 2 중대이거나 백악관 대변인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라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국에 배치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 제재에 나섰기에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제한되었지만, 미국은 자국의 경제 이익을 위해 안보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에 비열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어 제재에 나선 경위와 방법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의 안보에서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점을 이용하여,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우방의 안보를 흔들며 통상에서 양보를 강요한다면 진정한 동맹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단호히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부는 정면 대결을 각오하면서도 미국의 통상 마찰 움직임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하여 대미 통상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며,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쟁대신 지혜를 모아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