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하느라 바쁜 프랑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부터 철도 노조, 인권 단체까지 토론을 벌이느라 너무 바쁜 모양이다. 이방인으로 살면서 바라보는 프랑스의 미디어는 그래도 한국의 진영 논리 싸움보다는 나아 보인다. 토론 내용을 들여다 볼 재미도 있고, 한국이랑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난민 정책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프랑스 정부는 난민 심사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는 등의 난민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집권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 세력들은 이보다 더 배타적인 정책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를 추방하고, 이중국적을 제한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금은 프랑스에 도착해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아예 프랑스에 오기 전에 신청하고, 현재 난민 심사 중인 대기자들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의료 보조도 없애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인권 단체들은 그 반대쪽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대표적 단체인 Cimade 등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전통적인 인권 정책들을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난민 정책 의회 통과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크롱 인기 하락을 전하는 한국 언론의 시각
프랑스 소식을 전하는 한국 언론들의 시각에는 늘 그렇듯이 미디어의 편향된 의도가 숨어 있다. 우선 마크롱과 정부에 대한 여론 조사가 발표되면 상승이냐 하락이냐에 따라 뉴스 꼭지 수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상승하기만 하면 많은 한국 언론들이 상세히 전하곤 한다. 하지만 한창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요즘 같으면 찾아 보기도 어렵다.
물론 인기 하락 사실도 기사 논조 따라서는 좋은 뉴스로 각색되기도 한다. 철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인기 하락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을 밀고 나가는 마크롱’ 식이다. ‘잘 쓴’ 기사는 어김없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개혁에 미온적이고 인기에 영합하고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되기도 한다.
제목 자체도 다르다. 철도 노조의 2일 파업, 3일 정상 근무 식의 장기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소식을 전하면서 90% 이상의 기사 제목은 “마크롱, 국철개혁 끝까지 추진, 총파업 정면돌파”와 비슷하게 나온다. 열심히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을 응원하는 한국 언론의 충성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 1년, 갈수록 우파 색채 뚜렷
이미 지난 기사들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성향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시각을 꾸준히 소개한 바 있다. 과연 그가 중도 좌파인가, 중도 우파인가, 혹은 그냥 우파인가? 지난 해 이맘 때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대체로 중도 좌파 혹은 중도 우파라고 인식하는 프랑스인이 많았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 67%는 마크롱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더 넉넉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답변했다. 철도 노조의 파업 등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시기이므로 인기도가 하락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지만 전통적인 좌파 우파의 확고한 지지층보다는 중도부터 우파의 일부 지지를 토대로 하는 마크롱의 지지층이 얇아지는 것은 어쩌면 더 당연할 것이다.
다른 한 여론 조사도 마크롱 대통령의 인기 하락을 보여 준다. 지난 2월보다 4% 더 상승한 57%의 응답자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고, 지난 2월보다 3% 줄어든 40%의 응답자가 호감을 표시했다. 또다른 여론 조사는 39%를 기록하며 그의 집권 이후 최악의 인기도를 기록했다.
그래도 아직 프랑스와 올랑드 전임 대통령의 인기에 비해서는 다소 여유가 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확실한 좌파 대통령이면서 우파에 가까운 정책을 펴다가 양쪽 지지층으로부터 동시에 외면 당했고, 그로 인해 최악의 인기도를 기록했었다. 지구촌 시대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는 프랑스도 당연히 약간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다소 유동적이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율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