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63) - 바람의 기억

by 편집부 posted May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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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열기를 머금은 입술이 배꼽 근처에서 원을 그리다가 서서히 아래로 향했다. 한동안 불두덩 주위를 배회하며 숨을 고르더니 이내 첩첩한 거웃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더운 입김이 쏟아질 때마다 수북한 거웃이 바람을 만난 들풀처럼 몸을 뉘였다. 
입술이 다시 이동할 기미를 보이자 정아는 바짝 긴장해서 숨을 죽였다. 더는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목젖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정아의 바람은 바람일 뿐,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치골을 타고 미끄러져 정아의 가장 은밀한 곳을 헤집었다. 화들짝 놀란 정아가 사타구니의 근육을 반사적으로 조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거친 완력으로 정아의 두 다리를 시옷자로 벌리고는 거기에 쐐기를 박듯 얼굴을 묻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정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가 은밀한 옹달샘을 발견한 짐승처럼 혀를 내밀었다.  
정아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졌다. 이건 마치 썰물에 드러난 갯벌에서 개펄을 핥고 있는 짱둥어를 바라보는 행위처럼 그저 관찰자의 입장으로 견디면 곧 끝이 날 것이리라. 하지만 그의 애무가 강렬해지자 정아의 몸에도 변화가 왔다. 자신의 몸이 마치 개펄로 변해가는 느낌과 함께 조금씩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의 혀와 입술이 지나는 곳마다 모공이 달맞이꽃의 형태로 와락 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살갗에 매끄러운 새살이 차오르는 느낌이 밀려들기도 했다. 짜릿한 자극이 올 때는 자신도 모르게 날숨에 탄성이 묻어났다.  
단물이라도 만난 듯 쩝쩝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빨아대던 그가 불현듯 얼굴을 들고는 어때, 좋지? 하고 물었다. 정아는 외면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좋아요, 하고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가 상체로 올라와 다시 딥키스를 시작했다. 젖어 반질거리는 그의 입술과 혀는 아까보다 훨씬 뜨거웠다. 그는 미끈거리는 입술을 포갠 채로 정아를 안아 돌려 자세를 바꾸었다. 상위가 된 정아는 어떻게 서비스를 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다. 그때 시야에 팥알 같은 그의 젖꼭지가 들어왔다. 이거다 싶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꼭지가 단단해지자 혀로 간질거렸다. 그가 웃음을 터트리며 정아의 머리를 밀어냈다. 정아가 왜요,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간지러워!”  
“정말요? 나는 뽀뽀해주면 좋던데.”
정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우린 구조가 많이 다르잖아. 성감이 온몸에 꽃처럼 피는 당신과 달리 내 성감대는 두 군데뿐이야. 아마 남자들은 대개가 나랑 비슷할 걸.”
그가 손을 뻗어 정아의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정아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하고 대꾸하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전에 인수와 강 회장의 경우는 가슴 애무를 대단히 즐기면서 기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정아는 그가 말한 두 군데의 성감대가 어디일까를 생각했다. 하나는 너무 명확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나머지 하나가 어딘지 궁금해졌다. 
정아는 손을 아래로 내려 그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한곳은 여기일 테고.”
정아는 불쑥 솟은 성기를 계란을 쥐듯 잡고서 아귀에 힘을 주었다. 
“당연하지. 어때 마음에 들어?”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가 힘을 주자 아까보다 더 단단해졌다. 정아는 더럭 겁이 났다. 인수나 고바야시나 강 회장의 그것과는 또렷하게 차이가 나는 크기여서 과연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정아가 사타구니를 내려다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무서워요!” 
“뭐가?” 
“이 분 말이에요!” 정아는 잡은 손을 흔들며 부러 울상을 지었다. 그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보기보다 친절한 애야. 당신 친구의 당부처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하면 만사 오케이지.”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부탁드려요.” 
“걱정마라니까. ....참 나머지 한 곳은 어디인 것 같소?”
그가 화제를 바꾸어 성감대 얘기를 다시 꺼냈다. 정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힌트를 주지. 여자의 몸에는 두 개의 입이 있잖아. 위에 하나 아래에 하나. 남자에게는 여자들의 그 입구에 상응하는 두 개의 뿌리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정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저하자 그가 별안간 혀를 길게 빼 뱀처럼 날름거렸다. 그제야 정아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반문조로 물었다. 
“혹시 혀가 성감대?”
“난 그래.”
그가 팔을 뻗어 정아의 상체를 당기더니 정아의 입술 사이로 다시 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젤리가 입안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그의 혀가 거칠게 나대기 시작했다. 
문득 인수의 얼굴이 스쳐갔다. 생각해 보니 인수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딥 키스를 시도하고는 했었다. 그때마다 상황에 따라 적당히 받아주거나 자제시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단둘이 있을 때야 상관이 없지만 시선이 널려있는 공공장소에서도 그는 진한 키스를 서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그게 다 혀가 성감대여서 나타난 현상이었단 말인가. 
정아가 움찔 놀라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헤집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세련된 애무처럼 손놀림이 나긋나긋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졌다. 그의 중지가 점점 몸 안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그의 못된 손을 어떻게든 떨쳐내야지 하고 고심하고 있을 때 그가 자신의 성기를 가리키며 오럴을 주문했다. 정아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래로 내려가 성기를 움켜쥐었다. 체액이 흘러나와 귀두가 반질거렸다. 정아는 주저하다 천천히 입에 물었다. 귀두를 넣었을 뿐인데 입에 가득 찼다. 조금 더 넣으니 숨이 막혔다. 때마침 온 알레르기비염 때문에 코가 막힌 탓이었다. 정아는 오럴 서비스를 하는 내내 숨이 막혀 헉헉거렸다. 
그가 다시 자세를 바꿔 정아의 배 위로 올라왔다. 정아는 자신이 과연 이 더벅머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리가 없는 쪽으로 몸이 기운 것도 부담이 되지만 무엇보다 성기의 크기가 문제였다. 긴장이 되니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다리를 한껏 벌려서 삽입이 쉽도록 돕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마침내 더벅머리의 우람한 성기가 길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거칠게 들어올지 몰라 정아는 지레 우는 소리를 냈다. 
“너무 커요! 안 들어갈 것 같은데...”
“괜찮대도, 처음에는 좀 아플지 모르지만.”
그가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잡아 정아의 젖은 음부에 귀두를 문질러 적셨다. 그의 엉덩이가 프레스 기계의 상판처럼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아는 어금니를 물었다. 예상대로 입구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하지만 삽입에 큰 문제는 없었다. 성기가 남김없이 들어가자 더벅머리는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정아는 안도했다. 자신의 하체에 커다란 징이나 말뚝이 박힌 것 같은 묵직한 느낌에 신경이 곤두섰으나 차츰 익숙해져갔다. 정아는 행여 그가 거칠게 몰아붙일까봐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리를 양껏 벌려주었다. 
시간이 흐르자 더벅머리의 몸이 과부하가 걸린 엔진처럼 뜨거워졌다. 더운 김이 그의 입을 통해 정아의 귓전으로 쏟아졌다. 열기는 고스란히 아래로 전이되어 정아의 몸도 곧 열기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아의 입에서도 더운 김이 뿜어졌다. 그가 앙바틈한 엉덩이를 내리쳐 열기를 주입할 때마다 정아는 몸을 뒤틀며 탄성을 냈다. 오랜만에 맛보는 희열에 정아는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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