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 한인학교 그림책 인형극 공연-‘아주아주 센 모기약이 발명된다면’
뒤셀도르프 한인학교(교장 손희주, Kempgensweg 65, 40231 Düsseldorf) 교실에 작은 의자들이 준비되고 유치 반과 초급 반 어린이들이 들어와서 차례대로 앉았다. 부모들은 교실 뒤쪽에 밀어 둔 책상 위에 걸터앉거나 조용히 서 있다.
칠판에는 대형 그림이 걸려있고, 교탁을 씌운 천에는 섬 모양의 바탕그림에 사람들과 고양이, 이상한 물체가 그려져 있다. 옆 책상은 검은색 천 위에 빈 병 들이 놓여 있다.
아이들의 얼굴은 ‘저게 뭘까?’ 하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교감선생님이 문을 닫으며 ‘다 왔어요!’ 라며 신호를 보내자 휴대용 마이크를 매단 그가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앵앵~ 앵~. 여러분 모기 싫어하시죠?”
“예에!”
“여기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모기싫어섬이에요. 모기싫어섬 사람들은 모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런 모기싫어섬 사람들을 보고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아주 센 초강력 모기약을 만들어 줬어요. 초강력 모기약을 뿌리자 모기들이 후두둑 떨어졌죠. 그런데 아주 조금씩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모기싫어섬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주아주 센 모기약이 발명된다면?’ 의 곽민수 작가가 손에 모기, 도마뱀, 고양이, 쥐 인형 등 직접 만든 소품을 활용해 1인극 공연을 펼치면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어린이들은 초강력 모기약을 뿌리자 모기들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곳에서는 ‘아휴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다. 도마뱀이 모기를 먹는 대목에서는 선생님을 따라 ‘날름 짭짭!’, 고양이가 도마뱀을 먹는 대목에서는 ‘아구아구 짭잡!’ 등을 따라했다.
초강력 모기약을 먹은 모기-도마뱀-고양이가 차례로 죽는다는 대목에선 ‘어머 어떡해!’ 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물들이 죽어갈 때 아무렇지도 않아 하던 모기싫어섬 사람들은 온 섬을 쥐떼가 뒤덮어 버리자 깜짝이나 놀라 허둥댄다. 초 강력 모기약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쥐를 몰아낼 방안으로 고양이를 데려오자고 한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운반 된 고양이들은 낙하산을 타고 섬에 내려 와 쥐들을 다 몰아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모기싫어섬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고 가끔 모기가 윙윙거려도 초강력 모기약을 뿌리지 않으며 똑똑한 사람들은 아직도 모기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이야기로 공연이 끝난다.
손희주 교장은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긍정적 영향만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곽민수 작가는 어린이들이 공연을 잘 이해했는지 질문을 하기도
하였는데, 뜻밖에 어린이들은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모기-도마뱀-고양이가 차례로 먹이가 되었는데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자. 초등반의 책벌레 여학생이 ‘먹이사슬’이라고 답해 부모님들을 놀라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어린이들과 직접 인형극을 해보고,
작가가 준비해 온 소품을 가지고 모기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어떤 학부모는 한국 스타일로 아이들을 사로잡았다며 기염을 토했다. 2반 선생님 또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연극이면서도 ‘자연 보호’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학습효과가 높았다는 평을 했다.
지난 해 40주년 기념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뒤셀도르프 한인학교는 한글 교육 외에 특별활동으로 사물놀이와 미술 수업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뒤셀도르프 한인학교의 재학생은 한국어는 물론 예술 부분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연극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곽민수 작가는 역사, 인권,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으며 지난 십 년 동안 열두 권의 어린이 책을 출간했다. 현재는 멸종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새 그림책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과 싱가폴 등 다른 지역의 한글학교 어린이들을 만나기 위해 협의 중이며1년에 한 번 정도는 유럽의 한글학교를 찾아가는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기자(mt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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