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10 (종결편)
BT사 입찰평가단이 한국에 파견되어 야드답사와 입찰회의를 하고있는 상황이 궁금하여, BT팀이 도착한 첫날부터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본사 영업부 김차장 이야기이다.
" 이 사람들 시차도 없나 봅니다. 토요일하고 일요일 도착해서는 월요일 아침부터 어찌나 야드를 깐깐히 뒤지는지.., 이때껏 우리가 해왔던 말레이시아나 태국, 그리고 인도 공사의 감독관과는 딴판입니다. 완전히 시어머니치고 왕시어머니같이 꼬치꼬치 따지고 확인하고 보통 난리가 아닙니다…."
그러면 그렇지, 세계 해양플랜트 기술의 종주국 중 종주국인데, 당연히 동남아 공사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특히나, 우리 공장의 Safety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안전의식이, 예를 들어 차량운전에서도 안전벨트의 착용 규정이 처음으로 1987년도에 적용되었으나 대부분 사람들이 착용 안하던 시절이니,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개념이 오죽하였겠는가?
공장의 QA품질보증 문제 못지않게, Safety 즉 공장에서 작업시에 얼마나 안전을 중시하며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느냐 의 문제는 입찰결정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특히 해양공사에서는 시공회사가 아무리 좋은 품질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해도, 만약 작업하는 과정에서 안전 사고가 많이 일어났거나 상해자나 사상자가 있다고 하면 낙제을 받게되고, 다른 발주회사에게도 서로 알려주기로 자기끼리 협약도 되어있어 보통 문제가 아닌것이다. 반대로, 공사시공중에 안적사고가 하나도 없이 안전사고율 Zero일 경우에는 발주회사로부터 큰 보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사실 당시 우리 현도중공업사 Safety 수준이 우리나라 전체 중공업 생산공장중에서 최고수준이였다. 허지만 난쟁이중에 키가 크다고해서 키다리들 보다야 어찌 더 크겠는가? 그 사람들 눈에는 아직 미흡점이 많이 지적되었을 것이 빤하다. 공장에 널려있는 용접가스 실린더들, 엉겨져있는 전기배선 cable, 인화성이 있는 paint통도 여기저기 굴러다니기도 한 실정에 대해 그사람들이 질겁을 하고 지적했을 만 하다.
어쨋든, 지금 본사 안전Team부서는 다른 사업부 안전팀 인원까지 동원하여 공장 정비에 들어갔고, 새로 안전서류도 챙겨서 BT사에게 보여줄 준비를 하고 나름대로 수습에 정신이 없었다.
진인사 대천명, 즉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듯 하다. 최선이란 것이 어디까지인지 고무줄인듯 하다.
다음날은 파견팀과 우리가 제출했던 입찰제안서의 내용을 갖고 입찰미팅 (Bid Clarification Meeting)을 하는 날이라 다시 한국시간 오후시간대에 전화를 하여 상황을 알아보았더니 입찰미팅은 그런데로 70점은 받을 정도로 잘 넘어갔다고 한다. 입찰단계부터 우리 직원들이 나름대로 꼼꼼하게 챙겨서 입찰조건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제안서를 작성한 노력의 댓과일 것이다.
마지막 3일째, 보통의 발주처측 인사들은 마지막 날은 우리측의 접대, 즉 야드에 있는 영빈관 혹은 근처에 있는 고급 클럽에서 접대를 받곤 하였는데, 깐깐한 영국사람이라 아예 그런 곳은 절대 안가겠다고 해서 결국 울산시내에 있는 불고기집에서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였다고 한다. 이번 BT입찰회담팀들은 우리 공장에 와서, 야드 답사 철두철미하게 하고, 입찰에 대한 우리측 의견을 꼼꼼히 확인하고, 불고기만 먹고 간 셈이다.
대부분 동남아로부터 온 BUYER들만 접대해 온 본사 영업부로써는, 이번 BT사의 방문접대가 소홀했던 것인지, 혹씨 우리 공장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 조부장님, 이번 공사 잘못 날아가는 거 아닌가요? 영 이사람들 우리 공장 보고 기분이 좋은 것 같지가 않아서… 본사에서는 걱정이 많답니다. 런던지점에서 그 분들 오시기전에 좀 cooking을 하시지 그랬어요?’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나로써는, 이쪽 문화에 대한 확신이 있어 내 신념이 흔들리지 않을 려고 마음을 굳게 다진다. 서구인들의 습성이나 문화로 볼때, 방문하는 BUYER들이 Serious하지 않은 Deal에서는 마음대로 접대를 받고 상대방에게 친절히 대해주어 Happy하게 해주고는 마지막 최후통첩은 " Sorry" 한 글자 남기고 떠나는 게 여기 서양문화가 아니던가? 자기들이 맡은 Deal이 어느정도 Serious하니까 그만큼 더 따지면서 까칠하게 나오고 또 우리측 대접에 대해 더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이므로, 나는 이런 제반의 분위기가 우리측에 나쁜 것은 아닐거라는 믿음을 갖고있었다.
이제 우리가 보여줄것 다 보여주고, 하라는 대로 할 만큼 다 하였다.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이다.
BT측 인사들 이야기로는 5월 말 결정된다고 하였으니, 5월 말까지 1주 남은 셈이다.
하루하루 기다리기가 힘이 든다. 속이 타서 일이 잡히지 않는다. 지점장이나 미세스 킴도 그런 마음일게다.본사에서의 오는 연락도 잘 받지 않고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만 하였다. 가끔 BT측에 전화를 해도 기다리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다. 나는 오전에 일을 대충 정리하고는, 오후 늦게 혼자 런던시내 나가서 미술관등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누그리기도 하고, 사무실에 갖혀 있어야하는 미세스 킴을 가끔 퇴근길에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으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또 하루가 가고,,,
또다시 하루가 가고,,,
예정했던 5월 31일이 지나갔다.
여태것 소식이 없다는 것은, 나쁜 징후일것수 있다는 걱정이 내 굳은 마음에서도 자꾸 끼어든다. " 잘 되겠지,, 꼭 잘 될거야…"
살다보면, 오히려 나쁜소식은 일찍오고, 좋은 소식은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발주회사에서는, 나쁜 뉴우스라면 우리한테 사전에 무언가 indication을 주어 감정을 추스리게 할 시간은 줄텐데, 좋은 뉴우스이므로 이렇게 완전하게 하기위해 뜸을 들이는 것 일거야…항상 희망을 꿈 꾸었다.
5월말이 지나서는 이제 지치기도 할뿐만 아니라, 이제는 내 마음도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갈 즈음이다. "아, 실패인가??"
6월 3일 목요일.
오후 5시쯤 퇴근시간이 다되어, 탕비실에서 내자리로 들어오는 나를, 미세스킴이 상기된 목소리로 BT에서온 전화라 하면서 나에게 넘겨 준다. 오, 하느님~~~~.
BT사 Head Commercial Coordinator인 Mr.Bass씨의 목소리다.
목소리 Tone이 착 갈아 앉아있다. 난, 안부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Any news?"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Bass씨 이야기가 차분하게 이야기하기를, "Good News가 하나있고 Bad news가 하나있다"라고 한다. 입술을 더욱 타게한다.
Bad news부터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BT사 런던에서 하던 일부 업무를 업무이관을 하여 앞으로는 BT사 에버딘 사무실에서 하게되었다하며, 일부 불편한 일이 일을 것이라 한다.
Good News 차례이다.
자기들 BT사가 이번 공사를 현도중공업사에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한순간에 피가 얼굴에 다 모이는 듯, 얼굴이 부어올랐다. 우선 "Thank you"라는 이야기는 저절로 나왔다.
다음 말들, 게약에 이르기까지의 소소한 행정적인 이야기들은 듣기는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나는 Mr.Bass와의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있다. 미세스킴이 이런 꿈같은 상황을 눈치를 채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내옆에 서 있었다. 되었다, 우리는 이루어내었다. 우리는 만들어 내었다.우리나라 최초로 유럽 북해시장에서 해양플랜트를….
-大 尾-
후일담 :
다음날 FAX로 발주통보서를 받고, 몇가지 남은 Issue들을 양사간에 정리를 하고 1주일 후에 런던 BT사무실의 구석진 방에서 본사 영업상무및 영업부장과 런던지점 지점장 및 필자 모두 4사람이 참석하여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최종 계약 체결하였다. 당초에는 런던시내 호텔을 빌려 거창하게 계약 서명식 ceremony를 하고 파티를 벌릴 계획을 세웠다가, 갑작스레 BT사에서 모든 ceremony행사와 파티행사를 취소해달라고 연락이 왔다.아마 당시 여론을 의식하여 목소리를 낮추자는 의도였던 듯 하다. 결국 우리로서는 역사적인 event가 BT사 프로젝트 사무실의 골방에서 본사에서 오신 영업중역이 공항에서 샀다는 고급 만연필 2자루와 탁상용 영국 유니온잭 국기와 한국 태극기를 놓고 간소히 계약서명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1993년 6월에 계약이 체결되고 울산 조선소공장에서 성공적으로 제작하여 계약상 요구받은 일자에 정확히 완공하여, 1995년 6월에 조선소 앞바다에서 실려져서 북해 설치장소로 운반되었으며, 성공적인 해상설치공사를 거쳐 북해 Forth 유전에서 아직도 원유를 펑펑 생산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본 컬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무한한 감사와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며, 여러분들의 성원속에 10편으로 마무리되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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