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임스 맥티그
주연 : 나탈리 포트만(에비 해몬드), 휴고 위빙(V)
개봉 : 2006년 3월
인간은 누구나 고귀한 존재다.
인간의 존엄성은 빈부격차를 초월해야 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권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아왔다. 그 존엄성을 찾기 위해 민중봉기는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동학혁명이나, 419학생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잘못된 권력에 맞서 일어난 민중봉기의 원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람이 주인 되는 나라다.
나라이름에 민주주의라는 문구를 넣었다 하여 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든다면 북한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국가 명칭에 좋은 말은 다 들어가 있다.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어떻게 보면 신인류가 추구하는 정치형태의 용어들이다. 그러나 그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인민의 주체인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국가 체제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체제를 실현한다는 공화국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북한의 현실 정치는 정 반대이다. 오히려 가장 잔혹한 반국가단체임이 증명되고 있다. 좋은 이름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어쩌면 가장 좋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이뿐 아니라 기독교 이단이라 불리는 단체는 교회에서 사용될 만한 좋은 이름들은 자신들의 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개인 기업으로 눈길을 돌린다면 회사 대표는 의례하는 말이 있다. 이 회사는 바로 여러분의 회사임을 강조하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 달라는 거였다. 좋은 말이지만 과연 기업주는 종업들에게 주인으로 살게 할 수 있는 걸까?
한 야당은 “갑질과의 전쟁”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실상 갑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의례 약자는 강자에 의해 인격적인 모멸감과 무시당함을 받으며 심각할 정도의 억압을 견뎌내야 했다. 최근 유명 항공사 직원들은 ‘가이 폭스’ 가면을 쓰고 갑질을 일삼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과거 같았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젊었을 때 직장 생활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직장이라고 하기엔 거창하다. 공부하기 위해 작은 공장에 취직하여 소위 공돌이 생활을 할 때였다. 당시 구로동 종근당 뒤편에 있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작은 공업사인데 직원들을 집합시켜 놓고 월차례를 주는 것은 보편적인 일상이었다. 그러면서 중간 책임자는 꼭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자기는 파이프렌치로 머리를 맞아 가면서 기술을 배웠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 같았다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사안이지만 당시에는 당연한 처사로 받아 들여졌다.
지금도 기억난다. 한 달 내내 일을 해서 받은 급료는 만천 백 원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제하는 것이 많았다. 기숙사비, 식사비, 기타 경조사비 등을 제하고 나니 월급봉투는 세상에서 제일 가볍게 느껴졌는데 그것도 제때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러면서 회사 대표는 가끔 직원들을 모아 놓고는 설교하기를 즐겨했다. 이 회사는 바로 여러분의 것이기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 직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여 월권행위를 한다면 대통령직을 강압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는 탄핵제도가 있다. 2018년 상반기 동안 서울시에서만 ‘박근혜’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이 개명 신청한 것이 18명이 된다는 보도를 접했다.
탄핵된 대통령의 이름과 같다는 것이 명예롭지 못하기 때문에 개명했을 것으로 생각 든다. 국민들에게 탄핵이란 용어는 생소한 단어였다. “탄핵(彈劾, impeachment)제도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로부터 비롯하여 14세기 말 영국의 에드워드 3세(Edward Ⅲ) 때에 확립된 제도인데, 우리나라도 제1공화국 「헌법」이 이를 규정하였다. 현행 「헌법」 제65조 제1항에,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지식백과 인용)
국민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일지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임기가 마치기 전에 국민에 의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의 기본개념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가이 폭스가 주장했던 독재 권력자를 향한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는 민중 봉기의 내용이다. 가이 폭스 (Guy Fawkes, 1570-1606)는 실재 인물이다.
영국은 매년 11월 5일을 가이 폭스 나이트 (Guy Fawkes Night) 날이라 하여 불꽃놀이를 하거나, 일 년 동안 정원 정리하면서 모아둔 나뭇가지들을 태운다. 이는 1605년 11월 5일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시켜 잉글랜드 제임스 1세 왕과 관료들을 한꺼번에 몰살하려 했던 화약음모사건(Gunpowder Plot)이 실패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왕실에서는 왕의 무사함을 기뻐하는 불꽃놀이를 벌이도록 했으나 훗날 사람들은 가이 폭스의 실패를 아쉬워하면서 화약을 터트리는 의미로 불꽃놀이를 벌였다.
그러면서 외친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 5일을 기억하라.” 무엇을 기억하라는 것인가? 왕을 죽이기 위한 테러분자들을 색출해 낸 것을 기억하라는 것인가?
정치인 입장에서는 테러분자들을 색출한 것을 기념하고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국민들의 뜻은 다른데 있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그날은 권력자 편에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기억해 내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가면 뒤에는 총알로도 뚫지 못할 신념의 담겨 있다.”
1980-90년대 파시즘 정권하에 있던 영국에 가이 폭스는 무정부주의자 테러리스트다. 가면을 쓰고 독재와 불합리함에 맞서는 저항정신이다. 이후 가이 폭스는 테러분자의 차원을 넘어서 혁명과 저항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그가 썼던 마스크는 민중을 대표하는 저항정신의 산물이 되었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가치인 고결함, 그것을 위해 인간은 권력과 싸워야 했다. 민중의 저항심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은 통제와 억압으로 국민을 다스려 왔다. 통제와 억압으로 국민을 다스리기 위해선 공포정치가 있어야 한다. 영화의 내용은 미국이 일으킨 제3차 대전에 실패하고 영국은 세계 유일하게 국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포정치로서 정권을 유지해 나간다. 가이 폭스 가면을 쓴 주인공 ‘브이’는 유명무실한 재판소를 폭파시킨다.
그가 가면을 쓰는 것은 공포를 실현하기 위한 생체 실험에서 살아남은 자였기에 얼굴엔 화상으로 인하여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의 복수는 결국 가이 폭스가 실패한 영국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킨다. 국민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국민이 주인 되지 않는 최고의 국가 의결기관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이비’는 가이 폭스의 정신을 이어 받아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바꾸어 간다. 인간이 가진 고결한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저항정신의 삶에 투자한다. 시민 스스로가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가이 폭스 가면을 쓰고 거리로 수천수만 명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을 저지하려는 경찰은 같은 가면을 쓰고 몰려드는 시민 인파에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본다. 그들 또한 같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절정에 다다랐을 때 가면을 쓴 시민들은 일제히 가면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다. 이제는 숨어서 독재와 맞서는 시민 정신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걸고 싸우겠다는 책임감 있는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로 역사를 해석해 낼 순 없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존귀함 받아야 한다는 진리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옛사상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힘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것도 정치의 힘이 아니라 민중의 힘에 의한 것이다. 독재 정권의 무너짐도 한 정치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목숨을 건 민중들의 힘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이 폭스의 정신은 갑질과 싸우는 한 기업에 까지 흘러 들어갔다.
시민정신, 민중봉기 그것은 국가의 이념자체를 바꿀 수 있다.
정치 체제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다스리는 사람들의 세계관의 문제다. 법을 바꾼다 하여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길 수 없다면 그 기업은 무너져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 국가의 초석이며 기업과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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