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북미 정상회담통해 '북미관계 새로운 장 열다'
북한과 미국이 수십 년간 서로에 대한 모진 적대행위 끝에 1948년 분단 이후 70년 만이자 6·25 전쟁 발발 이후 68년만에 처음으로 만나, 불신과 대립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중대 걸림돌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일보를 내디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과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공약을 맞교환하는 공동성명 형식의 4개항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국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보장,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들을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 당국자가 최대한 이른 시기에 후속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굉장히 기쁘다. 이 문서는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이며,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포괄적 문서이고 양측이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또하나의 관심사는 미국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하느냐에 쏠렸다. 이날 미국측은 회담장 입구에 미국성조기 6 개, 북한 인공기 6 개를 함께 게양했고, 회담장 내 테이블에도 양국의 국기를 올려 놓음으로써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
1항,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맞춰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항,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항,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
4항,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마친 뒤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서명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지난해 '꼬마 로켓맨'으로 부르며 적대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 좋은 조합"이라며 "그는 그의 국민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매우 훌륭하고 매우 똑똑한 협상가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김 위원장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김 위원장이 매우 재능있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며 "또한 그는 자기 나라를 매우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답했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이 "아주 멋진 날"을 보냈다면서 "서로 두 나라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과 매우 특별한 유대를 갖게 됐다"면서 "김 위원장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백악관 방문 요청을 수락했으며 자신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여러 번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정직하고 직접적이었으며 생산적이었다"면서 "그는 안보와 번영을 위한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빅딜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취임 후 지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에 한반도를 비롯한 온 세계가 새삼 주목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북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약속한 것에 이르기까지는 문 대통령의 중재가 핵심적이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대북 대화 기조를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해빙 무드'를 이끌어 내기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앞당기겠다는 정책 기조를, 대외적으로는 북미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대내적으로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비난과 왜곡를 극복하며 인내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비교적 긍정적 분위기로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6월12일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 아낌없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본격적인 '포스트 북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확대회담→업무오찬까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양 정상간 회담 분위기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면서 이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다음 단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종전선언 등을 이뤄내는 게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운전자론, 중재외교의 목표이기도 하다.
북미정상회담은 그 역사성과 중요성에 손색이 없을 만큼 의전 면에서도 각별하고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다. 의전 전문가들은 국력이나 정상의 나이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양 정상이 대등한 관계로 보이도록 세심히 배려한 흔적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회담장 도착은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해 연장자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배려를 했고, 반면 양국 정상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정상 의전에서는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사람의 정면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왼쪽이 '상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인 호텔 복도를 이동할 때와 단독 회담을 할 때 '상석'인 왼쪽 자리를 내주었다. 두 정상이 처음 악수할 때도 한쪽이 상대를 기다리는 식으로 하질 않고 서로 다가가서 악수하도록 조율하여 '대등한 관계'로 보이게 하려는 배려도 엿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지금까지 평가는 '폭군, 핵무기, 탄도 미사일'로 표현되었지만 국제무대로 나오면서 '예의 바르고 세련된 지도자로 평가'하는 등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평가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시원시원하고 '이게 필요하다', '해결해야 될 것이다' 하는 것은 협상에서 카드를 사용하거나 하는 계산 없이 바로 조치를 취해 나가는, 그런 돌파력이 보였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만찬에 기업인 대표 격으로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직되거나 고압적이지 않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있었는데도 북측 인사들이 경직되거나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반얀(Banyan)의 칼럼에서는, 20대 나이로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을 ‘풋내기(callow)’로 보았지만, “전 세계 평론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과소평가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평하였다. 스위스 언론인 베르너 차이퉁(Berner Zeitung)은 기사 “영리한 김정은은 과소평가 받아왔다”에서 “세계는 김정은(위원장)과 그의 외교적 재능을 과소평가했다”고 하였다. 랄프 코사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우리는 김정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벤트들을 조정하는 그의 솜씨는 특출 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의 말을 인용하여 김 위원장이 전략적이고 능숙한 지도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면서 “현재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사진: 12일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싱가포르로 건너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싱가포르의 여러 명소를 참관하면서 셀카를 찍거나 주위에 몰려든 인파들에 손을 흔드는 등 파격적 행보를 보여 주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통화로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13∼14일 한국을 방문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상세 설명하고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