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선은 한국의 다빈치인가?
‘인왕제색도’, ‘금강전도’로 유명한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정말로 서양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견줄 만한 그림의 천재인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화상, 1505
18세기 풍경들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그린 진경산수의 창시자 겸재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는 ‘화성’(畵聖: 그림 성자)이자 천재로 추앙받는 화가다.
정선, 풍악내산총람, 제작연도 미상
그런데 최근 국내 미술사학계에서 그의 명성에 갑자기 의문을 제기했다.
그를 신성시하는 평가들이 지나친 것이며, 뚜렷한 역사적 근거도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겸재 재평가론을
내놓은 대표적 전문가들은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회화사의 권위자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 장진성 서울대 교수, 박은순 덕성여대
교수 등 대학 강단의 중견·소장 연구자들이다.
한국 회화의
이해 (안휘준 저)
이들은 2011년 4월 12일 한국미술연구소 학술대회와 22일 ‘겸재의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겸재정선기념관 심포지엄 등에서 겸재 그림의 재검토를
주장하는 논문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논쟁을 시작했다.
이것은 사실 겸재를 거장으로 자리매김시켜온 ‘간송학파’ 학자들을 겨냥한 움직임이었다.
‘간송학파’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겸재 컬렉션을 바탕으로 1971년부터 전시회를 열어온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연구실장과 수하 연구자들을
일컫는다.
간송 전형필
이들은 이율곡이 정립한 조선 성리학과 병자호란 뒤 조선이 문화 중심이 됐다는 조선중화주의
영향 아래 정선이 진경산수를 완성한 거장이라는 민족주의적 사관을 역설해왔었다.
그럼 도대체 간송 전형필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합병된 역사는 없다는 신념으로 조선의 독립을 지켜내고자 자신의 재산을 문화재 수집에 쏟아부은 인물이다. 이것은 돈이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목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에게는 명확한
책임의식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책임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 개인 박물관을 설립한 인물이다. 1938년 성북동에
‘보화각’(지금의 간송
미술관)을 지었다.
간송 미술관
당시 일제 시절, 그의 이런 문화유산 수집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영국 출신 변호사에게서 수집품 20점을 가져오기
위해 기와집 400채를 팔았다고
하는 이야기는 그 중 유명한 일화다. 이것은 지금
현 아파트 시세로 최소1500억원이 넘는
가치에 해당된다.
오랫동안 이 간송미술관에서 겸재의 ‘진경산수’ 개념을 일반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해온 연구실장 최완수씨는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1993),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2007) 등의 저술에
이어 2009년 30여년 겸재 연구를
집대성한 평전 <겸재 정선>(전 3권)을 펴내기도
했다.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최완수 저)
이번 학회의 주제는 이런 간송학파의 학설을 사실상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성리학 등 당시
사상들이 겸재 화풍에 영향을 줄 만한 물증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진경산수는 겸재 화풍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 논쟁의 주요 주제였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겸재는 직업 화가였을 뿐, 그림이나 시대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글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옛 시를 표현한 시의도, 고사인물도 등
진경산수 외에도 많은 다른 장르의 그림들을 그렸다고 말했다.
정선, 독서여가도, 18세기
정선, 야수소서도, 18세기
안휘준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정선 회화 연구의 반성’에서 “<영조실록> 등 당시 문헌
등을 보면, 정선은 몰락
사대부 가문에서 생계를 잇기 위해 직업 화가가 된 것이 분명하며, 그림 주문 때문에 노년기에도 안경을 쓰고 일하며 몽당붓이 무덤을 이룰 정도로 다작을
해야 했다면서 “벼슬살이와 그림 작업을 같이 했던 그는 현대적 의미의 겸업 작가였다”고 단정했다.
그러므로,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속필을 쓰고 대필도 시켰던 겸재에게 그림의 거장, 화성이라는 칭호는
걸맞지 않다고 그는 주장했다.
5. 정선은 한국의 다빈치가 아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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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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