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실행 의지 명백한 친위 쿠데타 도모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
청와대가 국회에 전달해 23일 새로 공개된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종전 알려진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계엄 준비 계획을 적시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계엄사령부로 하여금 국가정보원 등을 통제하고 국회·언론사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점입가경이다.
과거 30, 40년 전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가능한 법치를 유린하는 쿠데타적 발상이자, 민주주의를 말살할 수 있는 군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 우리 군의 부끄러운 역사를 떠올리
게 만들어 오금이 저리고 온몸에 치가 떨린다.
탄핵이 기각된 후 촛불집회 시위가 통제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든 법률 검토 보고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합참이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재검토해 유지하는 통상적인 ‘계엄실무편람’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어, 계엄령 선포 실행의 의도가 명백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료에서 기무사는 통상의 계엄 시행 규칙과 달리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에게 맡기고, 10ㆍ26 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참고한 비상계엄ㆍ개헌 포고문까지 작성했다.
특히, 이 자료는 ‘2016년 7월 터키 계엄 시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 진입 실패’ 사례까지 적시 하면서 ‘계엄 성공은 보안을 유지하며 신속하게 계엄을 선포해 계엄군이 주요 지점을 장악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중요시설 494개소와 여의도 광화문 등에 특전사 병력 등을 전차 장갑차로 신속히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가정보원을 계엄사령관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 국정원 2차장이 사령관을 보좌하게 하는 것은 물론 언론 장악을 위해 사전검열을 시행하고 각 매체별 계엄사병 파견 계획까지 세웠다. 인터넷 포털과 SNS 차단 등 유언비어 통제 방안도 적시했다.
국회가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요구하면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문서가 작성된 지난해 3월 당시 여(새누리당)소 야(민주당)대 상황에서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지 못하도록, 기무사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한편 여당인 자유 한국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막고,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활동 위반 혐의 등으로 당시 야당 의원들(당시 민주당)을 체포한다는 구체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와같은 내용은 시민의 대표를 적으로 간주한,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기무사 개혁의 범위를 뛰어넘은 내란 예비음모 수준의 중대한 범죄 모의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미리 작성해놓은 계엄 선포문에는 ‘대통령’ 직책 옆에 ‘(권한대행)’ 표기가 들어 있다. 직무정지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중 누구든 명령만 내리면 문건이 실행되는 직전 단계까지 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군·검합동수사본부는 국기와 군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기 위해 기무사의 문건 작성 경위와 배경, 문건이 어느 선까지 하달 공유됐는지, 실제 계엄 준비 지시 및 착수 여부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가 기무사 문건 수사와는 별개로 우리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 원칙 확립을 위한 전반적인 군 의식 개혁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강조되어야함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