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우리는 세상을 볼 때 ‘맨눈’으로 볼 수 없다

by 편집부 posted Aug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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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176 –   우리는 세상을 맨눈으로 없다


3. 세잔의 거울


폴 세잔, 팔레트를 들고 있는 자화상, 1890.jpg

폴 세잔, 팔레트를 들고 있는 자화상, 1890

이 초상화에서 그림면에 평행하게 배열된 팔레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는 세잔의 시선, 그리고 인물을 보는 관객의 시선을 차단하는 듯한 기능을 한다.


역사학자이자 다양한 장르의 문화비평가로 50년 넘게 미국 지성계를 이끌며 컬럼비아대학 명예교수였던 마이어 샤피로는 자신의 책 『세잔』에서 이 자화상을고의적인 자기 일부분의 억제라고 묘사했다. , 자신을 극도로 대상화함으로써 작품이 자기의 반영 이미지와 동일시될 없는 세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방패처럼 그림속 팔레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그려지고 있는 화가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듯 하다. 애매한 그의 응시 방향과 시선을 차단하는 구조적 효과도 또한 매우 독특하다.


세잔이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그가 거울을 보면서 이 자화상을 그렸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그 거울과 얼마나 떨어져 있었을까? 실제와 다른 그의 신체 비율을 통해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그는 거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거리는 거울의 환영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고자 하는 작가의 적절한 거리이다. 거리를 보유한 상태에서 관객과 마주치지 않는 응시방향은 작가의 눈이 거울로 향하지 않는 순간과 일치한다.  


그의 응시는 몰입과 무관심의 존재와 부재사이의 중간영역에 머문다. 그는 비스듬한 응시를 통해 거울단계의 메커니즘을 피할 있는 영역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주체의 소원하고 낯선 형태는 미지의-자기(pre-self)’, 자기가 자신을 처음 보았던 상상적 순간의 상실된 부분을, 잊혀진 얼굴을 모두 담고 있다


Johannes Gumpp, Self Portrait, 1646.jpg

Johannes Gumpp, Self Portrait, 1646


4. 마네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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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ouard Manet,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1-82


 그림은 마네가 죽기1 전에 완성한 그림이다폴리 베르제르는 파리에 있던 밥도 팔고 술도 팔고 공연도 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바였다.


그림의 왼쪽 위를 보면 공중그네를타는 곡예사의 발이 보인다그리고 대형 샹들리에와 수많은 사람들이 거울에 비쳐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이다. 마네는 거울이 비추는 장면을 마치 배경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재현방법으로써의 배경묘사가 아니다.


또한 인물 묘사에 있어서도 마네는 '재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통 회화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거울에 비친 여성의 이미지는 거울 앞에 있는 실제 여성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위치는 원근법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거울에 반사된 대중들의 모습도 얼굴이 마치 뭉개진 듯 표현되어 있다. 이는 마네가 찰나의 순간 속 군중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마네는 전통 회화기법을 거부하고 바꾸는 과정에서 현대성을 창조하였고, 마네의 현대성을 추종했던 인상주의자들은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회화의 시대를 열었다.


5. 주체가 대상이다.

자크 라캉(1901~1981) 응시이론을 통해 전달하려 것은 우리가 세상을 맨눈으로 없다는 것이다. 누구의 눈에든 색안경이 씌워져 있고, 이렇게 색안경 혹은 간유리를 통해 밖에 없는 것이 주체의 한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주체의 시각계를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로까지 확장된다. 라캉은 응시 이론에서 거울단계처럼잠정적주체전주체 은근히 가정하기보다 주체는 그의 외부에 있는 응시에 의해 구성된다는 것을 명확히 주장한다.

영화'블랙스완'나탈리포트먼 주연,라캉의 거울이론을 묘사함.jpg

영화'블랙스완'나탈리포트먼 주연,라캉의 거울이론을 묘사

라캉의 응시이론은 응시와 스크린이미지, 그리고 주체로 구성되는 시각의 매커니즘으로 설명되는데, 시각의 상호성과 지각의 사회적 영역이 중심개념으로 강조된다.


이것은 만약 타자와 세계가 주체를 보지 않는다면, 주체를 보는 무언가 다른 것이 외부에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 표현의 주체가 시각분야에서 상상적인 지배의 자리를 차지하고 동시에 타자의 시각적 지점을 차지한다.


이와 같이 타자와 주체가 겹치는 중간막은 그대로 이미지를 베끼고 투영하는 투명한 창문과 같은 르네상스의 시각이나 미술이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한 이것은 라캉의 초기이론에서 설명하는 거울과도 똑같지 않다.  


이것은 반투명한 것으로, 직접적으로 기의를 가지는 기표들이 형성하는 시각영역이기 때문에 쉽게 통과할 없는 것이다. 이것이 라깡의 스크린개념이다.


라캉은 다른 예술 매체를 포함하더라도 회화의 평면이매체의 중심이라고 보았다. 이 평면이 바로 라캉의 이론에 이미지/스크린에 상응하는 것이다. 라캉의 응시이론에 나오는 스크린의 개념은 거울단계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작품을 보고 이해할 때, 소위 맨눈혹은 생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인식의 틀로서 대상의 표상은 주체가 처한, 사회 문화적 프리즘을 통해 보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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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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