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수피아 여고 <한가비> 동아리, 역사 바로 알기에 앞장 서
여고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응원하기 위해 ‘소녀 뱃지’만들어 수익금 기부해
소녀상 세우기 나선 독일 등 유럽 한인 사회에 귀감이 되어 위안부 인식이 넓게 확산될 전망
독일 등 유럽 내 동포사회 안에 일본위안부 문제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 프로젝트에 많은 뜻있는 동포들의 참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광역시 수피아여고 학생 동아리 '한가비'에서 ‘소녀 뱃지’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위안부 할머님 돕기에 나서면서 유럽 한인 사회에 또다른 경종을 울렸다.
위안부(慰安婦)란 ‘중일전쟁 및 아시아 태평양전쟁 시기에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일본군의 성욕 해결, 성병 예방, 치안 유지, 강간 방지 등을 목적으로 동원하여 일본군의 점령지나 주둔지 등의 위안소에 배치한 여성’을 뜻한다.
하지만 독일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 않고, 한인사회에서 계속 추진하고 있는 ‘위안부소녀상 건립운동’에 아직도 많은 유럽 한인들의 관심 부족으로 아직 큰 성과가 없는 가운데 나이 어린 여고생들의 의미 있는 활동과 결실은 유럽 한인사회에 충분히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있는 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이하 ‘수피아’)의 <한가비>라는 동아리(클럽활동) 학생들은 역사 바로 알기 활동 중에 알게 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임을 알게 되었고 중요 활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몇 분 살아계시지 않은 할머니들께 역사적인 좋은 결과가 되고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 논의한 끝에 ‘소녀 뱃지’를 만들어서 그 수익금으로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응원하기로 결정해 실천해 들어 갔는 데 전교생이 적극 동참해 목표액을 훨씬 넘게 되었다.
이와같은 소식을 접한 유로저널에서는 학교생활로 바쁜 와중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응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3명의 학생 (김아현,이하원,윤나라) 들을 만나 보았다.
수피아홀
유로저널: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김아현양: 학교에서의 여러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민족에 대한 인식과 역사 인식이 고양되었고, ‘한가비’가 역사 동아리인지라 더욱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며 관심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위안부할머니들의 사연을 자세히 접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를 공개 증언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김학순 할머니 이후로도 피해를 증언한 할머니들이 연이어 나왔지만 아직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위안부 배지를 만들어 수익금을 기부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나왔고, 그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국립 5.18 민주묘지
3.1절 재현행사
유로저널: 학교에서의 여러 활동을 통해 민족에 대한 인식과 역사 인식이 고양되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였나요?
이하원 양: 활동을 설명하기에 앞서, 수피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겠습니다. 수피아는 110년의 전통을 가진 학교입니다.(1908년 개교) 미국인 선교사 유진벨(Eugene Bell; 1868~1925, 한국명 배유지)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중심으로 교육활동 및 의료활동 등을 함께 했는데, 열악한 여성교육의 현실을 보고 세운 학교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광주 지역 3·1운동을 주도했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우리 민족을 바로 세우는 데 적극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엔 자진 폐교로써 저항을 표현했고, 한국전쟁 이후엔 졸업생들의 복교 운동으로 학교의 문을 다시 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본교는 유진벨과 그 이후에 오고간 선교사들의 업적, 양림동 일대의 역사적 의미, 수피아가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그 가치를 학생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나라양: 저희가 참여한 여러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매년 3월에 하는 ‘3·1절 재현행사’입니다. 한복(검은 치마와 흰 저고리) 차림에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2학년 학생들이 다 함께 걸어가는데, 1919년 당시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경로를 걸어서 정말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1919년 선배들의 모습을 재현해 보니 그 시절을 잠시나마 몸소 느낄 수 있었으며, 3·1운동의 애국(愛國), 애족(愛族)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항일(抗日)을 위한 활동과 그에 따른 교훈을 친구들과 나누며,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아현양: 이와 함께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2학년 테마학습으로 ‘국립 5·18민주묘지’에 다녀온 것입니다. 그곳에서 ‘5월지기’라 불리는 해설사로부터 ‘5·18’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희생자들의 묘비를 닦는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민주 항쟁 기간 중에 너무나도 많은 학생들이, 시민들이, 어린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러 자료화면을 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8에 대해 무관심했던 많은 학생들은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테마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5·18의 진상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묘비 뒷면에 적혀 있던 유족들의 짤막한 문구를 보며 부모, 친구, 연인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저희가 역사와 민족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 계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왜 ‘소녀 배지‘를 제작하게 되었나요?
김아현 양: 배지(Badge)는 주로 옷 칼라 부분 또는 가슴 부분에 다는 장신구이며, 배지를 사용함으로써 자격, 직위, 계급, 경력 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매순간 위안부들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이나 가방 등에 배지를 단다면 어렵지 않게 뜻을 함께 할 수 있으며, 가볍고 작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배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위안부를 기억하고 위안부할머니들을 돕는 데에 배지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있겠지만, 학생으로서 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취지를 살리되 현실을 고려한 결과 ‘소녀 배지’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로저널: 동아리 소개를 해주세요.
이하원양: ‘한가비’는 ‘한국 + 은가비’의 합성어로 ‘한국을 은은하게 비추다’(Shine in the center of Korea)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 동아리에서는 주로 한국의 역사, 외교, 문화와 이런 것들을 홍보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현재, 총 동아리원은 23명(3학년 5명, 2학년 9명, 1학년 9명)으로, 2학년이 활동을 주도해 나가면서 동아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동아리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윤나라양: 먼저 역사적인 점에서 한국을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동아리에서는 매년 ‘한국에 대한 역사인식 바로잡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동아리를 처음 만들고 지금까지 이어오는 활동으로는 ‘길거리에서 앙케이트 활동’입니다. 이 활동은 우리의 왜곡된 역사적 사실이나 사람들에게 잘못 심어진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앙케이트 활동을 시작하기 전, 동아리원들은 각자 주제를 정하여 조를 나누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뒤, 판넬과 신문을 제작하여 앙케이트 활동을 진행합니다. 운이 좋게도 양림동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양림쌀롱’(양림동의 여러 문화공간들과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모두 함께 다양한 쌀롱 프로그램을 개최)이라는 복합마을축제가 있어서, 저희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앙케이트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활동이 끝난 이후에는 동아리 시간에 모여 활동에 대해 피드백을 하며 부족했거나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정정하고 개선합니다.
김아현양: 문화와 외교 차원에서는 역사인식 관련 활동보다는 좀 더 무겁게 다가오는 활동이 바로 문화·외교 활동입니다. 외교문제나 한국문화 홍보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저희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한국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교내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합니다. 한식, 한글, 한복, 건축 등 각각의 측면에서 이룰 수 있는 세계화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함으로써 한국을 홍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이 현재 당면한 외교문제에 대해서 폭 넓은 지식이나 인식이 부족한 저희에게 이 활동은 관련 분야에 대한 앎을 깊고 넓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앎을 얻는 그 과정 자체에서도 공부의 방법, 자세 등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윤나라양: 사회와 시사인 면을 볼 때 올해 새로 도입된 활동으로 ‘SNS를 통한 카드뉴스 올리기’입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동아리에서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사회모습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알리고 싶은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아 10장정도 분량의 카드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선후배가 2인 1조를 이루어 같이 준비하고, 매주 토요일에 SNS를 통해 게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문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김아현양: 향후에는 저희는 앞으로 역사 갈등 또는 외교문제를 주제로 ‘모의UN회의 진행’, ‘국경일 캠페인’ 등 동아리 설립 취지에 맞는, 더욱 다양하고 심층적인 활동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유로저널: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하원양: 위안부 배지를 통해 기부하는 활동은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기에 시작부터 모든 것이 막막했습니다. 첫 번째로, 가장 기본이 되는 배지 제작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학교에서 주는 동아리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학생의 신분으로 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역부족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간구하던 중 크라우드 펀딩(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정확한 용어는 아니며 영어로는 crowd financing / crowd-sourced fundraising 등으로 말함)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완료하게 되었고 결국 목표 금액의 800%인 480만 원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주소: https://tumblbug.com/hangabi)
윤나라양: 몇몇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에 숨이 턱 막히곤 했습니다. 저희에게 기특하다고 했던 분들도 많았지만,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라고 말하며 사기를 꺾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이나마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아픈 상처를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것은 가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위안부가 사람들에게 보다 널리 알려지기를 바랐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들려온 어른들의 맥빠진 충고는 저희의 열정,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저희만의 소신을 가지고 계속 활동을 진행해 왔고, 그럴수록 응원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여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이하원 양: ‘위안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담긴 염원은 단 하나, 일본정부가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하고,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위안부할머니들의 슬픈 과거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역사는 잊으면 반드시 되풀이됩니다. 그리고 그 역사가 되풀이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일입니다. 아직도 일본은 시시때때로 말을 바꾸어 가며 위안부할머니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작은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메아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땅에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로저널: 대학 입시 공부에도 한창 바쁠 시간인 데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 드립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그 실천에 힘입어 유럽 한인 사회에서도 이를 귀감 삼아 위안부에 대한 인식과 '소녀상 세우기' 등에 동력이 될 것입니다.
학생들 함께: 유럽 최대의 한인 신문 유로저널이 저희들의 작은 정성과 실천에 관심을 가지고 널리 알려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역사 바로 알리기'가 우리는 물론 후배들에게도 매우 소중함을 고취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수피아 여고 한가비 동아리팀>
인터뷰 :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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